혼자 사는 주민의 끼니를 챙기면서 고립 위험을 살피는 지자체 사업이 잇따르고 있다.
경남 김해시 장유2동은 반찬을 일방적으로 전해 주던 방식을 바꿔 대상자가 반찬가게에 직접 가서 고르도록 했다. 서울 관악구 미성동에서는 지역자활센터가 혼자 사는 취약가구의 냉장고를 청소하면서 생활 형편을 함께 살피고 있다.
고립 예방 사업 상당수는 대상자를 찾아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식사·건강·안부 확인을 거쳐 복지서비스로 잇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찬가게·공유주방·냉장고에서 시작하는 고립 예방
김해시 장유2동 행정복지센터는 10월 8일부터 사회적 고립이 우려되는 중장년 1인가구 20명에게 밑반찬과 생필품을 주 1회씩 모두 4차례 지원하는 '똑똑한 반찬이음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에 앞서 대상자별로 좋아하는 음식과 생활 여건을 조사했고, 반찬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기존 방식 대신 대상자가 반찬가게를 찾아가 입맛에 맞는 반찬을 고르게 했다. 동은 대상자가 스스로 고르는 폭을 넓히고 집 밖에 나와 지역사회와 만날 기회를 자연스럽게 늘리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북 청송군 청송읍은 16일 청송읍 행정문화센터 4층 공유주방에서 중장년 1인가구 6명과 요리교실 '집밥을 부탁해!'를 열었다. 참여자들은 해물짬뽕과 계란장조림, 돼지불고기를 만들어 함께 먹으며 일상을 나눴다. 이 프로그램은 6월부터 10월까지 모두 5회 진행됐고, 혼자 식사하는 중장년 1인가구의 고립감을 덜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읍은 밝혔다.
관악구 미성동에서는 서울관악지역자활센터가 고령·장애·질병·사회적 고립 등으로 집 관리가 어려운 1인 취약가구를 찾아가 냉장고 안을 청소하고 식재료를 정리해 준다. 오래 보관한 음식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위생 문제를 막자는 사업이다.
센터는 지난 4월 미성동주민센터, 미성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주민센터가 대상자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연계하면 센터가 집을 방문해 청소하고 협의체가 안부 확인과 생활환경 점검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냉장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활 형편을 살펴 필요한 복지서비스로 잇겠다는 게 센터 설명이다.
찾아낸 뒤엔 진료·안부 확인까지
서울 성북구 삼선동주민센터는 만성질환과 신체 기능 저하, 사회적 고립이 겹친 1인가구 주민 A씨를 의료·복지 통합 사례관리로 지원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가족과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채 혼자 지내 왔고, 시력과 청력이 떨어진 데다 지난해 11월부터 다리 부종과 피부 증상이 심해져 거동이 어려워졌지만 원인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주민센터는 서울형 긴급복지로 생계비를 지원하고 밀린 공과금 문제를 해결했으며, 돌봄SOS센터 도시락 배달과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연결했다. 원인을 모르는 건강 문제는 서울대병원의 민관협력 의료지원인 '징검다리 사업'에 의뢰했고, A씨는 대상자로 선정돼 내분비내과와 재활의학과에서 정밀검사를 받고 있다. 류마티스내과 진료도 앞두고 있다.
부산 중구는 19일부터 두 달 동안 통합돌봄 대상자 가운데 안부 확인이 필요한 100명에게 '마음잇기 정서지원사업'을 진행한다. hy(구. 한국야쿠르트) 배달원이 주 2회 건강음료를 전하면서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구는 구도심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로 생긴 돌봄 공백을 메우고 겨울철 고독사 위험에 미리 대응하려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의회·시민참여단은 고립 예방 정책을 논의
대전 서구의회 김태민 의원은 19일 의회 간담회장에서 '고독·고립을 막는 1인가구 발굴 및 복지서비스 연계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배나래 건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생활권 중심의 발굴 체계를 넓히고 주민별 전담자를 지정해 서비스 공백을 조정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실제 서비스 이용과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근수 건양대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파트장은 퇴원 환자의 돌봄 공백을 막기 위해 병원과 지역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사회적 고립 예방은 단순히 대상자를 발굴하는 것을 넘어 주민이 필요한 순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성시는 15일 '2026년 안성시 1인가구 정책참여단 성과공유회'를 열고 시민들이 발굴한 정책 제안 5건과 관련 부서의 검토 결과를 공유했다. 정책참여단은 올해 시민활동통합지원단의 토론 진행자, 관련 부서 담당자와 함께 4차례 토론회를 열어 중장년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자살 예방을 주제로 정책을 다듬었다.
식사상품권을 지원해 외출과 이웃 교류를 이끄는 '동네 밥친구', 자원봉사자가 1인가구의 안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안성 문고리 친구'가 제안에 들어갔고, 미취업 중장년 1인가구의 취업·정서 상담을 돕는 '희망채움 프로젝트', 음악·공예 활동으로 관계를 넓히는 '취향살롱 안성', '1인가구 노후설계 박람회'도 포함됐다.
시는 부서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성을 살피고 신규 사업 발굴과 기존 지원사업 연계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범죄 예방은 교육과 골목 시설로
서울 은평구는 15일 1인가구 25명을 대상으로 생활안전 교육 '은솔 안전지키미' 3기 과정을 열었다. 3월과 6월에 이은 세 번째 과정으로, 서울서부경찰서와 은평구1인가구지원센터가 함께 2시간 동안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손목이나 옷깃을 붙잡혔을 때 벗어나는 동작과, 위협을 받으면 거리를 벌린 뒤 주변에 도움을 구하는 요령을 짝을 지어 연습했다. 스토킹과 교제폭력이 어떤 형태로 시작되는지, 피해를 입으면 어떻게 신고하는지, 신변보호 같은 지원 제도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안내받았다.
대구 남구는 대명2동 일대에 '센서형 LED 건물번호판' 29개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낮에 태양광으로 충전했다가 밤에 사람 움직임을 감지하면 불이 켜지는 주소정보시설이다. 노후 주택이 몰려 있고 밤 조명이 부족해 위치를 찾기 어려운 골목을 중심으로 설치했으며, 대구 남부경찰서의 여성 1인가구 밀집지역 환경개선 사업과 연계해 밤에 어두운 곳을 먼저 골랐다고 구는 설명했다. 구는 경찰·소방이 출동할 때 위치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