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옵션 냉장고 사용자 43.8% 저소음 중시
용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1인가구 수요
냉장고를 고를 때 용량이 크면 무조건 좋을까. 혼자 사는 소비자에게는 고려해야 할 조건이 더 많다. 냉장고를 놓을 공간은 제한적이고, 구매 가격과 전기요금도 부담이다. 침실과 주방의 거리가 가까운 주거환경에서는 냉장고 작동 소음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1인 가구 전문 미디어 데일리팝이 뉴스레터 '혼삶레터' 독자 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인가구에게 맞는 냉장고는?' 설문조사에서는 이러한 복합적인 요구가 확인됐다.
냉장고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충분한 수납공간'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지만, 냉장·냉동실 비율과 구매 가격, 작동 소음, 설치 크기 등을 중시하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수납공간 다음은 냉장·냉동 비율…가격과 소음도 중요
냉장고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조건을 묻는 복수응답 문항에서 '충분한 수납공간'이 43명(53.1%)으로 가장 많이 선택됐다.
이어 '나에게 맞는 냉장실·냉동실 비율'이 36명(44.4%), '부담 없는 구매 가격'이 35명(43.2%)으로 나타났다.
'조용한 작동 소음'을 선택한 응답자는 32명(39.5%), '좁은 집에도 들어가는 폭과 깊이'를 꼽은 응답자는 28명(34.6%)이었다. '적은 전기요금'은 26명(32.1%), '식품을 꺼내고 정리하기 편한 내부 구조'는 20명(24.7%)이 선택했다. '집과 어울리는 디자인'은 12명(14.8%)이었다.
응답자들이 냉장고의 수납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가격과 소음, 설치 크기 등 다양한 조건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냉장고의 외형 크기와 내부 수납공간은 반드시 같은 개념이 아니다. 비슷한 용량의 제품이라도 내부 구조에 따라 실제 식품을 보관하고 꺼내는 편의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가전제품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표기 용량뿐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사용 환경도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큰 냉장고로 바꾸고 싶지만"…주거공간의 제약
냉장고의 용량을 늘리고 싶어도 주거환경 때문에 교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부모님이 많은 식재료와 김치를 보내줘 현재 냉장고의 수납공간이 부족하지만, 자취하는 환경 때문에 큰 냉장고로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응답자는 냉장고의 구체적인 외형 크기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깊이가 지나치게 넓지 않으면서 가로 폭을 확보한 제품을 원한다며, 냉장고의 깊이가 싱크대와 비슷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냉장고를 선택할 때 단순히 용량이 큰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주방 가구와의 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빌트인 냉장고의 문을 여닫는 방향에 대한 불편도 나왔다. 한 응답자는 냉장고가 벽과 붙어 설치돼 있어 문을 여는 방향이 불편하고, 내부 공간도 비좁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냉장고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과 실제 사용 편의성은 서로 연결돼 있다. 특히 이미 냉장고가 설치된 주거공간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거나 배치를 바꾸는 데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냉장고 소음, 원룸에서는 또 다른 문제
용량이나 설치 크기 외에 주목할 조건은 작동 소음이다.
전체 응답자 중 32명(39.5%)이 냉장고 선택 시 중요한 조건으로 저소음을 꼽았다.
특히 집에 기본 옵션으로 설치된 냉장고를 사용하는 48명 가운데 21명(43.8%)이 조용한 작동 소음을 중요한 조건으로 선택했다.
새 제품을 직접 골라 구매한 응답자 18명 중에서는 6명(33.3%)이 저소음을 선택했다.
두 집단의 표본 규모와 사용 환경이 달라 소음에 대한 불편 수준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옵션 냉장고 사용자에게도 저소음이 주요 선택 조건 중 하나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한 응답자는 소분 식재료나 밀키트를 보관하기 위해 냉동실이 더 큰 제품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재 사용하는 냉장고의 소음이 커 원룸에 두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응답자는 현재 냉장고의 크기와 성능에는 만족하지만 소음이 신경 쓰인다고 답했다.
소형 주거공간에서는 냉장고가 생활공간과 가까이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음은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생활의 편의성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저렴한 옵션 냉장고, 성능과 편의성 불만도
이번 조사에서는 집에 기본 옵션으로 설치된 냉장고를 사용한다는 응답자가 48명으로 전체의 59.3%를 차지했다.
이들은 냉장고를 직접 구매하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지만, 설치된 제품의 성능이나 내부 구조를 스스로 선택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한 응답자는 기본 옵션 냉장고의 냉장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아 신선식품을 오래 보관하기 어렵고, 냉동실에는 성에가 쉽게 생겨 관리가 번거롭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응답자는 자취방에 설치된 냉장고에 내부 조명이 없어 야간에 식품을 찾기 불편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서랍 크기에 맞춰 식품을 보관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고 했고, 다른 응답자는 선반에 쌓아둔 냉동식품이 문을 열 때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는 냉동실 서랍 구조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불편은 제품의 전체 용량이 충분하더라도 내부 공간을 얼마나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1인가구용 냉장고, '작고 저렴한 제품'만으로는 부족
이번 조사의 특징은 냉장고 선택 조건이 한 가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납공간과 냉장·냉동 비율처럼 식생활과 관련된 조건이 중요하게 나타나는 동시에, 구매 가격과 소음, 설치 크기 등 주거·경제적 조건도 주요하게 선택됐다.
이러한 결과는 1인가구를 하나의 소비 집단으로 묶어 동일한 제품을 제안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는 사람과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은 식품 보관량부터 다를 수 있다. 냉장고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와 집에 설치된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소비자 역시 선택의 폭이 같지 않다.
가전업계 입장에서는 냉장고의 적정 용량뿐 아니라 제품을 설치하는 공간, 냉장·냉동실 구성, 소음, 가격과 유지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셈이다.
1인가구 냉장고 시장에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얼마나 작은 제품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다. 제한된 주거공간과 비용 안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수납공간과 사용 편의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다.
냉장고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면, 1인 가구를 위한 제품을 구분하는 방식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