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결합상품 가전은 무료 사은품 아냐…상조 끊으면 남은 할부금 낼 수도
상조 결합상품 가전은 무료 사은품 아냐…상조 끊으면 남은 할부금 낼 수도
  • 김자영
  • 승인 2026.10.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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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나 적립식 여행상품처럼 서비스를 받기 전에 돈부터 나눠 내는 상품을 팔면서 해약환급금을 주지 않거나 소비자를 속여 가입시킨 업체들이 서울시 점검에 걸렸다.

서울시는 관내 선불식 할부거래업체 13개사를 상대로 올해 9월까지 현장점검을 벌여 법을 어긴 8곳을 찾아냈고, 등록취소를 포함해 모두 21건의 행정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점검에서 드러난 위반은 해약환급금 미지급, 기만적인 거래 유도, 선수금을 보전하지 않은 사례, 등록사항이 바뀌었는데 신고하지 않은 사례 등이었다.

처분별로는 시정권고가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과태료 7건이 뒤를 이었다. 등록취소·직권말소·수사의뢰·공정위조치의뢰는 각 1건이었다. 시는 시정권고를 받고도 따르지 않은 업체를 수사기관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넘겼다.

자료=한국여성소비자연합
자료=한국여성소비자연합

소비자가 미리 낸 돈, 대표·관계사에 빌려준 사례도

선수금은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먼저 낸 돈으로, 나중에 약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해약환급금을 돌려줄 때 쓰이는 재원이다. 서울시는 공정위 주요정보공개를 인용해 상조·적립식 여행상품 등의 선수금이 전국적으로 11조원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업체는 이 돈의 50%를 법에 따라 보전해야 하는데, 이번 점검에서는 이 비율을 지키는지가 핵심 항목이었다. 계약 해제 뒤 3영업일 이내에 환급금을 주는지, 환급금 산정기준을 지키는지도 함께 살폈다.

업체가 공정위에 낸 2025년 회계감사보고서에서는 소비자 돈을 쥔 회사가 지배주주·임원·관계회사 등에 자본금보다 많은 돈을 빌려준 사례도 나왔다.

A사(자본금 20억 원·선수금 81억 원)는 주주·임원과 관계회사에 42억원을 빌려줬다. 자본금 15억원, 선수금 342억원 규모의 B사는 대표이사에게 38억원을 내줬다. 시는 선수금이 줄거나 환급금 지급이 밀리는 등 재무 사정이 나빠지는 업체를 일찍 가려내 계속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거래에는 앞으로 상한이 생긴다. 지난 9월 공포된 개정 할부거래법에 따라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2027년 9월부터 지배주주·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여·지급보증 등 신용공여를 합계 자본금의 50% 이내에서만 할 수 있다.

한도를 넘겨 빌려준 쪽과 받은 쪽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된다. 

결합상품 가입 전 따져볼 것들

소비자 쪽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상품은 상조·여행상품 계약에 가전제품 렌탈계약을 묶은 선불식 결합상품이다.

서울시는 함께 받는 가전을 '무료 사은품'으로 오해하고 가입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72소비자상담센터가 2022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 받은 상조 결합상품 상담 가운데 20.3%는 상품 정보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불만이었다. 서울시민 500명 조사에서도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답한 사람은 52.8%에 그쳤다.

소비자 유의사항을 보면, 가입 전에는 공정위 누리집의 사업자정보공개 메뉴에서 해당 업체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등록돼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계약서에서 상조와 가전 계약이 따로 구분돼 있는지, 계약기간과 만기 환급조건, 중도해지 때 드는 비용과 남은 가전 할부금도 살펴야 한다. 만약 가전 할부가 남은 상태에서 상조계약을 끊으면 할인 혜택이 사라지거나 남은 할부금을 모두 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바뀌었다면 청약철회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상조상품은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 가전 등은 7일 이내에 서면(내용증명)으로 철회 의사를 보내야 하고, 받는 곳도 상조는 상조업체, 가전은 계약서에 적힌 판매주체로 각각 다르다.

한편 보통 10년 이상인 계약기간 중에 업체가 문을 닫으면 법으로 보장되는 피해보상금은 낸 선수금의 50%뿐이다. 폐업·등록취소로 피해보상금을 받은 소비자는 '내상조그대로' 참여업체 14개사를 통해 기존 납입액을 인정받고 상조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