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면세점의 영업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여행사가 데려오는 단체관광객을 매장에서 기다리기보다 피부미용·결제 플랫폼에서 고객을 선점하고, 면세점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과 체험 콘텐츠를 붙여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신라면세점이 10월 들어 잇달아 내놓은 전략도 이 흐름에 맞춰져 있다. 플랫폼 제휴→차별화 상품→오프라인 체험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며 개별여행객(FIT)의 소비 동선을 면세점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26일 피부미용 플랫폼 여신티켓의 중국 서비스 ‘선녀통행’, 중국 결제 플랫폼 위챗페이와 3자 공동 마케팅 제휴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제휴 프로모션은 이날부터 1년간 진행된다.
눈에 띄는 부분은 고객 접점을 면세점 밖으로 넓혔다는 점이다. 여신티켓에서 피부미용 서비스를 이용하고 위챗페이로 결제한 외국인 고객이 ‘스마트 리펀드’를 이용하면 신라면세점의 오프라인 선불카드나 온라인 적립금 등을 받을 수 있다. 서울점·제주점·인천공항점과 신라인터넷면세점 중문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신라면세점은 이를 면세업계 최초의 스마트 리펀드 연계 사례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리펀드는 세금이나 의료비를 돌려주는 공적 환급 제도가 아니라 여신티켓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쇼핑 리워드 프로모션이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피부미용에 이미 지갑을 연 중국인 관광객을 쇼핑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도 방한 중국 관광시장이 과거 제품 중심의 대량 쇼핑에서 체험 소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며 K뷰티와 웰니스·의료관광 등을 연계할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모바일 앱과 SNS, 모바일 결제 등 디지털 접점의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싼 면세품’보다 ‘여기서만 살 수 있는 상품’
유입시킨 고객에게 무엇을 팔 것인지도 달라지고 있다.
신라면세점에 따르면 올해 들어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개별여행객을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기존 면세점의 가격 경쟁에 더해 ‘단독 상품’을 늘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메이크업포에버의 ‘아티스트 컬러 글로우 립 밤’은 ‘페스티벌 라일락’과 ‘애니웨어 카페인’ 2개 색상을 국내 면세점 가운데 신라면세점에서만 판매한다. 신라인터넷면세점에서는 설화수와 에스트라의 단독 세트도 선보였다.
면세점에서 가격 할인만으로 고객을 붙잡기 어려워지면서 다른 채널에서 살 수 없는 제품 구성을 구매 이유로 만드는 셈이다. 특히 브랜드와 제품을 직접 찾아 구매하는 FIT 비중이 커질수록 상품 구색과 독점성이 매장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상품 다음은 ‘경험’…면세점 매장 역할도 변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체험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지방시 뷰티와 총 6차례 메이크업 쇼를 진행했다. 공식 메이크업 아티스트 시연과 터치업 서비스, 럭키드로우 등을 결합했다. 9월 행사에는 회차별 약 30명이 참여했다.
이어 10월 20~22일에는 겔랑과 함께 하루 두 차례씩 총 6회의 메이크업 쇼를 운영했다.
한편 중국 관광시장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전한 중국 관광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중추절·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서울은 중국인 해외여행 인기 목적지 상위권에 올랐고, 일부 항공 예약 데이터에서는 서울행 예약이 전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면세점 경쟁에서는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자신의 관심사를 따라 소비하는 관광객을 어느 접점에서 먼저 확보하고, 어떤 이유로 매장에 오게 하며, 무엇을 사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세점이 최근 한 달 사이 플랫폼 제휴와 단독 상품, 체험 프로그램을 잇달아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관광객 회복을 기다리는 전략에서 벗어나 K뷰티 소비의 앞단부터 면세 쇼핑까지 연결하는 ‘고객 동선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