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비율 불합리 주장하는 엘리엇, '국내 건설 경기' 알고 있나
삼성물산 합병비율 불합리 주장하는 엘리엇, '국내 건설 경기' 알고 있나
  • 조현아 기자
  • 승인 2015.06.10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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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불황에 대부분 국내 건설사 PBR 1미만…"합병 놓치면 오히려 주주에 불리"
▲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를 반대하며 법정 분쟁을 시작한 가운데, 엘리엇이 국내 건설 경기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엘리엇은 내달 17일 열리는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결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엘리엇이 합병 반대 공세를 벌이면서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다.

엘리엇은 "삼성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비율(1 대 0.35)이 법에 따라 결정됐다고 설명하지만 시장이나 주주들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건설 경기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보니 삼성물산을 비롯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대부분 올해 1분기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미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GS건설은 0.61배, 현대건설은 0.81배, 대림산업은 0.50배이다. 이렇게 따지면 삼성물산 PBR 0.67배는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는 볼 수 없다.

PBR은 특정 기업의 주가와 그 기업의 주식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비율로, 1주당 순자산의 몇 배로 매매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은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57.7% 감소했으며, 앞으로의 전망 역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라 저평가는 당연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올해 초 희망퇴직을 강행하며 몸집 줄이기까지 돌입한 상황이다. 이에 지금 합병시기를 놓치고 삼성물산의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 오히려 주주들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법조계에서도 삼성물산이 현행 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산정했기 때문에 엘리엇의 소송에 승산이 있을지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엘리엇이 삼성물산에 현물배당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소송이 '압박의 도구'가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한편에서는 법정 다툼을 유발해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을 극대화하려는 꼼수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2003년 미국의 생활용품 업체인 P&G가 독일 헤어용품 전문기업인 웰라를 인수를 반대하며 1년여간 소송전을 벌인 끝에 주식 매각가격을 약 12%나 상승시킨 바 있다.

(데일리팝=조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