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망자에게 남긴 '가족들의 편지'…간호사, 눈물의 낭독
메르스 사망자에게 남긴 '가족들의 편지'…간호사, 눈물의 낭독
  • 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6.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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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조치로 장례 계획도 못 세워…17일 메르스 사망자 추가, 총 20명
▲ 사망을 앞둔 메르스 확진자에게 보낸 가족들의 편지 내용이 알려지며 전 국민의 눈시울을 붉혔다. ⓒ YTN뉴스 캡처

사망을 앞둔 메르스 확진자에게 보낸 가족들의 편지 내용이 알려지며 전 국민의 눈시울을 붉혔다.

한 매체는 지난 16일 메르스로 대전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에 격리된 60대 여성 A씨에게 보낸 가족들의 마지막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A씨는 지난 4일 뇌경색으로 입원한 대전 을지대병원에 입원했으나, 지난 8일 이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코호트 격리(환자와 의료진의 출입이 봉쇄되는 것)'됐다.

아울러 A씨를 간병하던 가족들 역시 병원의 봉쇄화 함께 자가격리 리스트에 올랐고, 이들은 졸지에 이산가족 신세가 돼버렸다.

본의 아니게 떨어져 지내던 이들은 지난 15일 병원으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기별을 받고 A씨에게 마지막 인사를 담은 편지를 써 간호사에게 전달을 부탁했다.

결국 지난 16일 오전 10시 5명의 중환자실 간호사가 눈물을 흘리며 A씨의 곁에서 편지를 낭독했고, A씨는 5시간 뒤 간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나머지 가족의 격리가 오는 22일 해제될 예정으로, 아직까지 장례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한편, 17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1명 추가돼 전체 사망자가 20명으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7일 42번 환자(54·여)가 치료 도중 사망해 이로써 국내 메르스 사망자가 2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42번 환자는 지난달 19~20일 평택성모병원에 머물다 감염됐으며 이후 25일 발병해 지난 5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본부는 이 환자가 평소 기관지확장증과 고혈압을 앓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추가 사망자 발생으로 치사률도 현재 12.3%로 높아졌으며 연령별로는 70대가 7명(35%)으로 가장 많고 60대가 6명, 50대가 4명, 80대 2명, 40대 1명 등이다.

다음은 한 매체에 보도된 A씨의 가족들이 A씨에게 남긴 편지 내용 전문이다.

남편이 아내에게 

남편이 ○○ 엄마에게 전합니다. ○○ 엄마,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평소 대화하면서 알게 된 당신의 뜻을 잘 새겨서 앞으로 자식·손자들과 살아갈 것이오. 이제부터 호강해야 할 때에 돌아가시니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이 세상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
가난한 집에 시집 와서 살림을 일으키고 약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고, 못난 남편 회사에서 큰 책임자로 키워내고, 당신과 나의 노후 준비도 잘 진행했는데…. 이 글은 간호사님을 통해 읽어 드리는 것이오. 간호사님께도 감사하고 (간호사님이) 당신의 임종 지킴이오. 당신과 우리 가족 모두 간호사님께 감사드려요. 38년 동고동락 남편 XXX.

아들이 엄마에게 

엄마의 숨이 붙어 있는 이 순간 아직은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엄마의 손이 너무 추워도 우리의 마음은 계속 전해질 거라고 믿어. …얼굴 한번 보여 주는 것이 이리도 힘들까.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엄마가 이 순간 편안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엄마, 엄마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다 이루셨어요. 우리가 그건 계속 지켜 나갈 테니 걱정 말고 편히 잠드세요. 엄마, 외롭다고 느끼지 말아요. 이제 앞으로는 맘속에서 계속 함께 있는 거예요.

딸이 엄마에게 

지난날들 엄마 딸로 살아와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남은 날들 엄마 딸로 열심히 살게요. 그동안 엄마가 제게 주신 사랑으로 아이들도 그렇게 사랑으로 키울게요. 엄마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편안하게 하늘에서 쉬세요. 엄마 사랑해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

(데일리팝=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