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설치 놓고 찬반 입장 '팽팽'…쟁점은?
'상고법원' 설치 놓고 찬반 입장 '팽팽'…쟁점은?
  • 김태균 기자
  • 승인 2015.06.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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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대법원 업무 적체 심각"vs"미봉책일 뿐"
▲ 대법원과 별도로 최종심을 선고하는 상고법원 설치 법안에 대해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뉴시스

대법원과 별도로 최종심을 선고하는 상고법원 설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법조계 내에서는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 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판결을 구하는 상고사건 수가 급증하면서 상고법원 제도의 필요성이 부각됐으나, 대법관 증원과 하급심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상고심 사건은 지난 2004년 2만432건에서 지난해 3만7652건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올해는 지난 5월까지 1만5882건을 기록해 올 한 해 4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상고심 사건수를 보면 대법관 1명당 일 년 동안 3000여건을 처리한 셈으로 그 빈도가 높은 가운데, 경미한 사건으로 상고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제기돼 왔다.

호프집에서 술값 3만여원을 내지 않은 혐의, 이웃집 현관문을 수차례 걷어찬 혐의 등으로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이 지난해 5000여건에 달했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조직법,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폐지안 등 총 6개의 법률에 대한 개정·폐지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고사건은 모두 대법원에 접수된 이후,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상고·재항고 사건을 심사해 공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기준으로 대법원이 심판할 사건과 상고법원이 심판할 사건을 정한다.

이 중에서 대법원이 심판할 사건은 원칙적으로 전원합의체를 통해 심판 결정으로 하고, 나머지 사건은 상고법원 15년 이상의 법조경력의 판사들로 구성된 부에서 심판 결정을 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당시 홍 의원은 "상고심 사건 급증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상고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국민의 권리는 대법원과 상고법원에서 더욱 충실한 심리를 거쳐 보장될 것"이라고 상고법원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상고법원 도입 시 최대 69조원의 경제성장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찬성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6월 허성욱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상고법원 설치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2명 규모의 상고법원이 도입되는 경우 모든 재판 심리의 적정성과 신속성이 증대해 매년 1746억원~2124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내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대법원이 법령해석의 통일과 정책법원 기능 확대 등 전문성을 갖추게 되면 장기적으로 약 34조5000만원~69조원의 경제성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상고법원 설치가 근본 해법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국민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해 14명인 대법관 수를 20명 정도만 늘려도 한 해 동안 대법관 1인당 사건수가 3000여건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해 12월 논평을 통해 "해답은 상고법원 설치가 아니라 상고심의 인적구성을 다양화하는 대법관 증원을 통해 사법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인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경미한 사건을 상고까지 하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은 1·2심 판결을 승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송비용과 시간을 감수하고도 대법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1·2심 판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려는 노력 없이 상고법원을 도입해봤자 상고사건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판결이 신뢰받을 수 있도록 사실심을 충실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상고법원 재판부가 헌법에 반하거나 대법원 판례와 다른 선고를 하면 '특별상고' 사유로 인정돼 대법원이 다시 사건을 심리하게 되는 시스템도 문제시 되고 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 비율을 높이고 통일된 법령해석과 법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정책법원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상고법원과의 업무 분담을 주장했으나, 사실상 '4심제'가 된다면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동시에 대법원의 업무경감 효과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최근에는 찬성측의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경실련이 지난 3월 법학자 12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74.1%(89명)가 상고법원 설치 방안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고법원에 반대한 법학자들은 '국민들의 이해관계보다는 대법원의 권위 향상만을 고려한 제도기 때문', '특별상고 제도 등으로 인해 사실상 4심제가 될 수 있기 때문' 등의 이유를 꼽았다.

하지만 지난 5월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시작으로 대구, 인천 변호사회가 상고법원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나 성명을 발표하면서 현재는 판세가 뒤바뀐 상황이다.

한편, 이번 상고법원 설치 논란을 통해 상고절차 개선의 필요성이 드러난 만큼 법조계를 비롯한 법사위원들이 보다 효율적이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데일리팝=김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