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무부, 특경가법 14조 '만지작'…유죄 받은 총수일가, 회사복귀 제동?
[단독] 법무부, 특경가법 14조 '만지작'…유죄 받은 총수일가, 회사복귀 제동?
  • 오정희 기자
  • 승인 2015.06.2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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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재벌총수 일가가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유죄선고를 받고도 슬며시 회사로 복귀하는 행태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 법무부, 국회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현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가법) 제14조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 한 관계자도 "법조문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명확하지 않은 '취업정의'에 대한 논란이 많아 내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특경가법 제14조에 따르면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특경가법 위반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일정 기간 동안 유죄 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으나 이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법무부 장관은 이를 위반한 사람이 취업하고 있는 기관이나 기업체의 장 또는 허가 등을 한 행정기관의 장에게 그의 해임이나 허가 등의 취소를 요구해야 함에도 이에 대해 제재한 바가 없어 '직무 유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데일리팝의 취재에 따르면 특경가법에 따라 취업제한 규정 위반의 가능성에 대해 검토를 하고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임직원에 대한 조치를 회사 내 자체 감사에만 맡긴 것이다. 재벌총수의 경우 유죄선고 받고도 집행유예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은 점도 손쉽게 회사 복귀를 돕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법의 허점으로 총수 일가가 불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도 경영권을 유지하고, 다시 그 경영권을 이용하여 범죄를 반복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05년 분식회계 사건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2008년 특별사면됐지만, 사면된 지 두어달만에 또다시 회삿돈에 손을 대고 지난해 1월말 징역 4년을 받고 법정구속이 된 후 '옥중경영'을 펼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 지주회사 SK(주)의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담당 업무는 '회장'이다.

더불어 26일 승인된 SK C&C와 SK의 합병으로 인해 새롭게 출범하는 지주회사 'SK 주식회사'의 미등기임원으로 직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SK C&C가 흡수합병하는 SK의 임직원을 승계·고용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SK그룹 측은 최태원 회장이 특경가법 제14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최태원 회장이 무보수, 비상근직이라 취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취업이라는 개념은 보수 보다는 업무 이행이 중요하다"며 "임원직을 맡았는데, 게다가 담당 업무가 '회장'인데 어떻게 업무를 보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에서는 "'특경법'상 취업제한 제도는 기본권 제한을 수반하고, 위반 시 형벌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지되는 취업인지 여부는 활동 내용, 경제적 대가 여부 등을 고려해 구체적 사안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무보수, 비상근, 명예직' 미등기임원일 경우, 취업제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취업제한이 이미 재직 중인 자까지 당연퇴직한다는 의미인지에 대해 다른 법률과 달리 당연퇴직 규정이 없어 해석상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현행 법령상 문제점이나 개선 필요성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