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승의 생활법률 100배 즐기기]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무조건 처벌받는가?
[최영승의 생활법률 100배 즐기기]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무조건 처벌받는가?
  • 최영승 교수
  • 승인 2015.06.2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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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승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법학박사

최영승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법학박사

사기죄로 경찰서나 검찰청에 고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민사문제라며 고소장이 반려되거나 접수되더라도 무혐의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범죄가 된다고 생각하고 고소하였지만 실상은 형사와 민사의 의미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데서 이러한 일이 생긴다.

민사사건에 해당하는지 형사사건에 해당하는지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조차도 구별하기 쉽지 않다.

금전을 차용하면 두 사람 사이의 채권채무관계가 발생하고 이를 갚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차용한 금전을 갚지 않으면 "일단 고소부터 하고 보자"는 사고가 팽배해 있다.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민사소송보다 시간이 적게 걸리고 채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합의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형사소송에 대한 기대심리에서 비롯되는 바 크다. 형사소송은 중한 죄의 경우 신체구속과 같은 강제력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기죄는 그 성립의 요건이 까다롭다. 일단 다른 사람을 속여서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편취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과연 기망의사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이다. 채무자의 머릿속을 훤히 꿰뚫어보는 기계라도 있지 않고서야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현실적으로도 금전차용사기의 예에서 보면 기망고의는 돈을 차용할 당시의 변제자력 즉 "갚을 능력이 있었는가"에 의하여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차용당시 차용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될 수 있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으면서도 마치 갚을 것처럼 속이고 빌린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차용당시에는 갚을 능력이 되었더라도 후에 다른 사정(예를 들어 사업부진)에 의하여 갚을 수 없었다면 처음부터 사기고의가 있은 것은 아니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돈을 빌린 것은 인정하지만 사업이 잘 안 되어 당장 돈을 갚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라고 변명하면서 형사처벌을 모면하는 사례가 그것이다.

물론 돈을 차용한 이후라도 돈을 떼먹기 위하여 이리저리 주소를 옮겨 다니고 전화번호를 자주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일부러 피한다는 사정이 인정되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