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유로존, 이유 있는 등장 그리고 위기
[뉴스줌인] 유로존, 이유 있는 등장 그리고 위기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7.13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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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놓고 유로존의 정상들은 무려 16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그리스가 추가 개혁안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와 구제 금융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지난달부터 그리스의 금융위기를 놓고 유럽연합(EU)은 긴장상태다. 유럽은 19개국이 단일화폐로 통합된, 많은 나라가 유로화 국가이기 때문이다.

유로화 탄생 배경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계기는 미국이다. 달러의 절대적 지위를 이용한 자본수탈에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프랑스와 독일의 주도하에 출범했다.

▲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통화 달러. ⓒ 뉴시스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을 당시, 제 1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은 막대한 군수물자를 수출하며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게 되고 이 기회에 파운드의 지위를 빼앗기 위해 유럽을 달러 채무에 옭아 맸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고 군수물자는 재고로 남게되는 등 미국 경제는 흔들리고 세계는 대공황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기회는 또 다시 찾아왔다. 패전국인 독일이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하느라 마르크화를 마구 찍어내면서 인플레이션이 찾아왔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던 독일은 나치정권에 의해 다시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이다.

전쟁 중에 미국은 군사물자를 금으로 거래했다. 전세계 대부분의 금을 모아 둔 미국은 전쟁 후 달러로만 교환해주는 브레턴우즈 체제를 시행하며 달러는 기축통화 자리에 오르게 됐지만, 1970년대에 미국 경제의 파탄과 오일쇼크로 인해 달러화의 안정성이 급속도로 떨어졌고, 착실히 달러를 모아왔던 유럽은 극도로 분노했다. 이후 국제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달러로 세계를 쥐락펴락 하는 미국에 하나의 국가로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유럽은 힘을 합치기로 하고 지난 1999년 1월1일 유로화를 출범했다.

▲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그리스 아테네를 침공하는 독일. ⓒ 뉴시스

당시에는 실물 화폐가 존재하지는 않았고 각 EU국가들이 자신들의 화폐를 쓰되 거래 단위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지난 2012년 1월 EU 소속의 12개 나라가 실물 화폐 유로화를 사용하게 됐다. 현재는 19개국이 가입되어 있는데 유럽연합에 속해있다고 모든 국가들이 유로화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아직도 파운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화폐를 사용하던 국가를 단일 화폐로 통합하기엔 문제점이 있다. 유로화의 화폐통합으로 경제적인 격차가 있는 회원국 사이에 구조적 결함이 드러났다. 유로존에서는 회원국들이 통화와 기준금리 정책을 공유하겠지만 경제적인 사정이 다 제각각인 상황 속에서 환율과 이자 정책을 펼치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열악한 국가라면 더 열악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유럽연합의 단일 화폐 유로. ⓒ 뉴시스

그리스의 금융위기가 갑작스레 찾아온 것은 아니다. 유럽내에선 지난 2008년부터 재정악화가 심해진 국가를 빗대어 표현한 'PIGS' 사태가 찾아왔다. 포르투갈(Portugal), 이탈리아(Italy), 그리스(Greece), 스페인(Spain)의 앞 글자를 조합해 만든 용어다. 이 중 재정악화가 가장 심했던 그리스는 지난 2010년 2월 이후 IMF(국제통화기금),ECB(유럽중앙은행),EU(유럽연합) 등에서 2400억 유로(약 298조원)를 빌렸다.

현재는 디폴트 위기까지 겪고 있으나 채권단의 협상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끌어내려고 해 아직까지 협상은 진행중이다. 세간에는 그리스의 무분별한 복지정책과 국민들의 느슨한 태도를 지적한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지난 2012년 OECD에서 발표한 국가별 연평균 근로시간에 그리스가 3위를 차지했다.

유로존은 하나의 국가가 부도가 나면 유럽전체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그리스 뿐만 아니라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가 적지 않다. 이번 그리스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향후 유로존의 존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