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부러진 날개' 대한항공…추락의 끝은?
[뉴스줌인] '부러진 날개' 대한항공…추락의 끝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8.2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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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이 끊이지 않는 '갑질'의 아이콘 조현아, 그리고 대한항공…'설상가상'

'엎친데 덮쳤다' 대한항공의 현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땅콩회항' 사건을 겪은 지 반년이 훌쩍 지났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은 ‘갑질’의 아이콘이 돼 여전히 비난받고 있는 등 대한항공은 그 후에도 숨 쉴 틈 없이 계속해서 악재가 쌓이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승무원이 견과류를 규정대로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자행한 후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대한항공은 이후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구치소에서 편의를 제공 받았다는 정황과 조양호 회장이 국회의원의 처남 취업청탁을 받아들이는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드러났고,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을 상대로 미국에 500억 원 이상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공방을 펼칠 예정이다.

▲ '갑질'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한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 뉴시스
악재 속에 무너진 숙원사업 '한옥호텔'
떨어진 신용등급…실적악화는 '덤'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7성급 한옥호텔 건립 계획이 다시 한 번 수포로 돌아갔다. 경복궁 옆 서울 송현동 일대에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신축을 계획했던 대한항공의 관광 부지에 '호텔을 뺀' 한국문화체험공간인 복합문화 허브가 들어서기로 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부터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단지 신축을 추진해 왔지만 현행법에 가로막혀 무산됐고 이후 정부가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도 대한항공은 지역 주민의 반대, 국민들의 비난,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며 호텔을 짓겠다는 욕심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받았다.

잇단 악재 때문인지 대한항공은 ▲외국계·저가항공사 경쟁 심화 ▲대규모 항공기 도입과 호텔·레저투자 등으로 재무부담 증가 ▲계열사(한진해운) 추가 지원가능성에 따른 자금부담 우려와 2분기 실적악화까지 겹쳐, A-였던 기업신용등급이 10년 만에 BBB+로 내려앉았다.

대한항공의 반기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3000억 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0억 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지난해 동기대비 굉장한 적자폭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강원도 춘천시 동면 지내리에서 진행하는 해비타트 '희망의 집짓기'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 공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는 사회 공헌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지 회복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대한항공의 '희망의 집짓기' 봉사활동 ⓒ 뉴시스
'무너진 공든 탑', 꿈의 직장도 옛말
'집안단속 부실'…직원이탈까지

지난달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회원 2695명을 대상으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지난해 1위를 지켰던 대한항공이 땅콩회항 사건을 겪은 뒤 9위로 밀려났다.

대한항공은 이전부터 한식 기내식의 개선과 편안한 비행 등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직원들에게도 높은 연봉과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해 승무원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한 때 꿈의 직장으로 불렸지만, '땅콩회항' 같은 사건과 각종 비리의 연속으로 순위가 하락된 것으로 보인다.

거듭된 이미지 추락으로 국민들은 대한항공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게 됐고, 남아있던 직원들도 잇따라 퇴사를 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전자 게시판에는 ▲단협을 위반하는 무리한 비행 스케줄 및 비행 ▲폐쇄적 사내 구조 ▲승급의 불투명성 ▲연봉 문제 등을 지적하며 떠날 것을 고민하는 조종사들의 글이 게시됐고, 조양호 회장에게 충고의 글을 올리고 퇴사한 직원도 있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 조종사 50여명이 회사를 떠났으며, 기장들은 대부분 중국 항공사로 이직을 했고, 부기장들은 중국 항공사나 국내 저비용 항공사로 자리를 옮겨 대한항공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차세대 B747-8i 항공기 4대를 비롯해 19대의 항공기를 도입하며 중국 신규 노선 취항과 장거리 노선의 공급을 늘릴 예정이고, 최근 100대에 달하는 항공기 계약을 체결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갑질'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대한항공은 거듭된 악재와 더불어  최근 '롯데 사태'와 같은 사건까지 맞물려 사회적으로 '반기업 정서'가 확대되고 있기에 민심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