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FIFA 개혁' 외친 정몽준, '죽음의 조선소' 오명…'집안 단속' 먼저
[뉴스줌인] 'FIFA 개혁' 외친 정몽준, '죽음의 조선소' 오명…'집안 단속' 먼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8.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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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서도 외면 받은 지지율, 승산 없는 FIFA 회장 싸움은 국면전환용?

▲ 동남아의 표심을 위해 미얀마로 출국하는 정몽준 회장 ⓒ 뉴시스
"부패한 FIFA를 개혁 하겠다"

지난 17일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건 공약이다. '축구 대통령'을 위해 프랑스 파리까지 날아갔지만 내부 살림먼저 신경쓰라는 비판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죽음의 조선소'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하청 노동자 문제 먼저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때문인지 유럽 현지에서는 축구 대통령으로 불리는 FIFA 회장 자리를 비(非) 유럽권 인사가 차지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만큼 정몽준 회장의 당선이 매우 낮아 보이는 가운데, 국제무대로 나가기 전에 국내 내실을 다지는데 더 신경을 기울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몽준 회장의 믿을 구석?
아시아에서도 외면 받은 지지율

일단 정몽준 회장의 출마 타이밍은 나쁘지 않다.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뇌물수수와 각종 비리 의혹을 받았던 블래터 전 회장은 미국 FBI의 대대적인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났고 지난 6월에 사임을 선언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정몽준 회장의 믿을 구석은 비 유럽인들의 지지율 확보다. FIFA는 1904년부터 현재까지 총 8명의 회장을 배출했으며 그 중 7명이 유럽 출신이었지만 브라질 국적인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도 사실상 유럽 출신이다. 물론 경쟁자 플라티니도 유럽출신이다.

이처럼 FIFA는 유럽인들의 독식무대였기에 개혁을 위해선 비유럽 출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정몽준 회장도 일본이 지지해준다면 당선 확률은 99% 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축구협회는 플라티니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시아축구연맹(AFC) 또한 플라티니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과 일본 스포니치 등은 지난 21일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 부회장이 18일 AFC 감독자 회의가 열린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AFC가 플라티니에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99%가 날아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어, 정몽준 회장은 초반부터 다른 곳도 아닌 아시아에서 시련을 겪고 있다.

209개 FIFA 회원국이 1표씩 행사하는 이번 선거는 아프리카(54표), 유럽(53표), 아시아(46표), 북중미(35표), 오세아니아(11표), 남미(10표) 순으로 표를 가지고 있어, 유럽에서는 1명만 나올 것으로 보여 몰표를 받을 가능성이 큰 플라티니와 달리 다른 후보들은 표를 분산 받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정몽준 회장이 아시아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당선 확률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공약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됐다. FIFA 회장직의 임기를 4년으로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FIFA에서 주관하는 가장 큰 대회인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개최한다. 4년의 임기로는 한 번의 월드컵도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과 제프 블래터 FIFA 전 회장 ⓒ 뉴시스
과거 FIFA 부회장을 역임한 경력 또한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정몽준 회장은 지난 1994년부터 2011년, 17년 동안 FIFA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2002 한·일 월드컵 개최와 국내 유소년 축구 기반을 마련해 국내 선수들의 유럽축구 진출 가교 역할 등의 족적을 남긴 경력이 있어 국내에서는 박지성과 함께 한국 축구를 빛낸 축구영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블래터 전 회장은 '부패한 FIFA'를 언급한 정몽준 회장에게 FIFA 부회장이자 이사회 멤버로 자신과 함께 일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패한 조직이라고 지징한 단체에 몸담았다는 것을 스스로가 지적한 꼴"이라고 저격했다.

'아웃 오브 안중'…어두운 승산
'죽음의 조선소' 개혁 먼저 해야

비록 FIFA 회장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1998년부터 17년간 FIFA 회장을 지낸 블래터 전 회장의 입김은 아직 남아있다. 정몽준 회장이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했음에도 블래터 전 회장은 여전히 플라티니의 대항마를 물색해야 한다며 안중에도 없다는 뉘앙스를 보였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 등도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정몽준 회장의 승산은 더욱 어두워 보인다.

국내에서조차 정몽준 회장의 FIFA 회장 당선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분위기다. 정몽준 회장은 지난 2011년 FIFA 부회장 선거에 도전했다가 요르단 왕자 알리 빈에게 패배한 전적이 있다. 부회장 선거도 패했는데 회장 선거가 가능할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어려움을 감안하고 FIFA 회장에 도전한 것이 서울시장 도전 실패에 따른 국면전환용이나 차기 대권주자를 위한 환기 통로라는 등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또한 FIFA 회장 이전에 침체된 K리그와 국내 축구문화 먼저 개선시키는데 노력하라며,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잊지 말고 '집안단속'을 철저히 하라는 의견도 있다.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정몽준 회장은 아들의 '국민미개 발언' 사건으로 무너진 바 있기 때문이다.

▲ 26일 열린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 출정식 ⓒ 뉴시스
이번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몽준 회장의 출마 소식에 FIFA 부정부패 개혁 공약에 앞서 현대중공업 하청문제를 먼저 해결하라는 쓴 소리를 보냈다. 정몽준 회장이 최대주주이자 실직적 소유주인 현대중공업에서는 수만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데, 진정 FIFA 개혁을 해 낼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3명의 현대중공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해 언론이 '죽음의 조선소'라 부르고 있는데도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단 한 차례의 사과도, 반성도 없었다.

209개 국가가 가입한 FIFA의 회장직을 한국인이 역임한다는 것은 한국 국민으로서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참고로 UN의 가입국은 193개국이다. 하지만 허술한 '집안단속'으로는 밖에서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몽준 회장이 FIFA의 개혁보다 국내 축구문화와 현대중공업의 개혁에 집중하는 것이 국민들의 환심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한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