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노후 위한 최후의 보루 '국민연금'…낭비되는 '혈세'
[뉴스줌인] 노후 위한 최후의 보루 '국민연금'…낭비되는 '혈세'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10.07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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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혈세'로 모인 자금…불안한 투자로 인한 평가손실, 안일한 관리까지

▲ 지속되는 투자손실 등의 문제로 비난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의 '혈세'로 모인 국민연금으로 일본의 '전범 기업' 등에도 투자한 사실이 밝혀져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가운데 지속되는 투자손실을 기록하면서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퇴직 등으로 소득원을 잃을 경우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1988년 1월 1일부로 18세 이상 국민이 일정기간 가입한 뒤 만 65세부터 혜택을 받아 국민들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실시됐다.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 일본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가 약 16조원에 달하며 이 중 3분의 1 가량의 4조5000억원이 일본 군수기업, 전범기업, 역사왜곡기업, 야스쿠니 신사 지원 등의 기업에 투자됐다고 밝혀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모인 자금을 최근 '안보법안' 통과로 전쟁이 가능해진 전범국가 일본에게 무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다.

국민연금은 사실상 '의무 가입'이나 다름없어 매달 월급의 9%를 납부하고 있는 국민들은 이같은 비(非) 사회적 태도와 반(反) 역사적인 투자와 함께 저조한 수익성을 보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6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과 GPIF(일본), GPF(노르웨이), ABP(네덜란드), CalPERS(미국), CPPIB(캐나다) 중 국민연금은 최근 5년(2010~2014) 평균 기금운용 수익률 5.8%로 최하위를 기록할 만큼 성공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 못한다는 지적 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투자 손실
'먹튀'(?) 기업에도 투자

올 상반기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두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반대하면서 시끄러운 한때를 보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2대 주주인 만큼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였다. 이 때 11.61%의 지분율로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손을 들며 제일모직과의 합병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합병 이후 삼성물산 등의 주가하락으로 국민연금이 수천억원대의 평가손실을 입는 등 국민혈세가 낭비되는 결과가 빚어져 국민연금의 투자운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국내 기업 277곳의 지분 평가 가치가 지난 7월 말 79조7742억원에서 8월 21일 74조2764억원으로 6.9% 감소했다.

투자 종목별로는 삼성전자의 평가 손실액이 9904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SK하이닉스(▲3390억원), 아모레퍼시픽(▲3171억원), 제일모직(▲2107억원), 삼성물산(▲1838억원), SK(▲1780억원) 등의 순으로 평가 손실액이 증가하면서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

이 외에도 국민연금이 지난 5년동안 대우조선 주식에 투자해 피해를 본 금액이 1996억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1250억원을 투자했으나 사업이 중단돼 원금 회수 불투명, 롯데그룹주의 동반 하락세로 약 770억원의 평가손실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손실을 기록했다.

▲ 국민연금의 최근 3년간 시장대비 수익률 ⓒ 국민연금공단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국민연금을 계속 꾸려나가야 하는지 의문을 품으며 강제성을 보이는 것에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투자라는 것이 이익을 낼 수도,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지속되는 투자손실 상황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한 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기금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국민연금은 2년 연속 꼴찌에 머무는 등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더불어 국민연금이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에 투자한 사실도 밝혀져 그 불안감은 배가 됐다. 일부 헤지펀드는 회사의 약점을 볼모로 잡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양심적인 운영을 일삼아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엘리엇의 경우 2005년 미국 석면회사 '오언스코닝'이 발암물질 사건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헐값에 매입해 직원들의 피해보상금 등을 처리한 뒤 비싼 가격에 처분하는가 하면 2011년 콩고에서는 국제사회 지원금까지 압류한 바 있다.

직원의 '허술한 보안'
불안한 국민, 무너지는 신뢰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준법지원실은 지난 3월 미인가 프로그램을 사용한 5명의 직원을 적발했다. 이들이 사용한 단말기에서는 인터넷주소(IP) 우회접속 프로그램인 '젠메이트'(Zenmate)와 'PC 카카오톡' 로그내역이 대량 검출된 것이다.

젠메이트는 접속위치를 변경해 국내에서 차단된 인터넷 사이트에 우회접속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악성코드에 취약할 수 있다. PC카카오톡의 경우 유행성이 낮지만, 메신저 기능으로 내부정보 유출 가능성은 높다.

적발된 5명은 해외물품구매, 결제 등 개인적인 용도를 위해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내부적으로 경고조치만 받았다.

국민의 혈세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공단 직원들의 안일한 근무태도와 이들에게 내려진 솜방망이 처벌에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계속해서 믿고 맏기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 국민연금을 '강제'로 납부중인 직장인 대부분은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공단은 지난 2013년 오는 2060년이면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자체적으로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이 그보다 앞당겨져 오는 2052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 국민연금이 늦어도 오는 2052년에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왼쪽) ⓒ 신계륜 의원실
기준 미흡한 '납부 예외자'
부정수급자에 과태료도 없어

국민연금의 부정수급 등의 처리 미흡도 드러났다. 국민연금의 부정수급 환수건이 매년 1만여건을 훌쩍 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과태료 부과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또한 국민연금 납부를 면제받은 납부예외자 중 일부는 수입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거나 해외여행을 하는 경우도 있어 납부예외자를 줄이기 위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소식을 접한 몇몇 국민들은 고액 재산을 보유한 사람이 왜 납부예외자로 분류돼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냐며 납부 예외자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하는가 하면 도대체 납부 예외자는 어떤 기준으로 채택되는 것이냐는 비난도 제기됐다.

지난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민연금의 부정수급 환수대상은 총 7만7543건으로, 환수대상 금액만 403억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1만4498건, 2012년 1만4949건, 2013년 1만6720건, 2014년 1만9391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만1985건이 부정수급 건수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부정수급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연금 납부예외자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구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를 대비해 모인 자금인 만큼 그 관리에 더 집중해야 하지만 계속되는 투자손실과 직원들의 안일한 관리는 국민들의 비난을 받기 충분하다. 국가와 공단 직원들은 국민연금의 행보 하나하나에 국민들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