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재사용으로 목숨 앗아간 '양심불량' 병원
프로포폴 재사용으로 목숨 앗아간 '양심불량' 병원
  • 최연갑 기자
  • 승인 2015.10.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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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류로 분류된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뉴시스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지방이식 수술을 받던 환자들이 죽거나 쇼크를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 병원은 쓰고 버린 마취제 프로포폴을 쓰레기통에서 재활용해 환자들에게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분류돼 미리 물량을 주문해야 하지만 환자가 몰려 다 떨어지자 쓰레기통에 던져놓은 빈병 속 프로포폴을 긁어모아 다시 사용한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방이식 수술을 받는 여성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재사용해 패혈성 쇼크 등으로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중과실치사상 및 마약류관리법위반 등)로 성형외과 의사 정모(37)씨와 간호사 장모(2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월 중국인 환자 K(20.여)씨와 김모(29.여)씨에게 폐기한 프로포폴을 투여해 K씨를 다치게 하고 김씨는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의료폐기함에 버린 지 1주일 이상 된 프로포폴 바이알(주사용 약병) 빈병을 모아 그 안에 남은 프로포폴을 주사기로 뽑아내고서 K씨와 김씨에게 주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K씨는 지난 2월 23일 지방이식 수술을 받으면서 재활용된 프로포폴을 맞았으며, 박테리아에 감염돼 수술 직후 고열과 저혈압 등 이상증세를 동반한 패혈성 쇼크를 일으켰다.
 
곧바로 대형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K씨는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이틀 뒤 퇴원했다.
 
그러자 이들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흘 뒤인 26일 김씨에게도 마찬가지로 버려졌던 빈병 속 프로포폴을 모아 주사한 것 역시나 김씨도 K씨와 같은 증세를 보여 대형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패혈성 쇼크가 다기관 장기부전으로 이어져 이틀 후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이송할 때도 응급차가 아닌 정씨의 개인 승용차를 이용한 탓에 환자들은 수액·산소 공급 등 기본적인 응급조치도 받을 수 없어 증세가 악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정씨는 다른 수술이 잡혀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 이송에 동행하지도 않아 환자를 넘겨받은 병원 의료진이 환자 상태와 발병 경위 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수술에 참여했던 간호조무사에게서 이들이 프로포폴을 재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감정기관으로부터 오염된 프로포폴 재사용에 의한 과실이 인정된다는 감정결과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병원에 환자들이 몰려 미리 준비한 프로포폴이 다 떨어지자 수술을 강행할 욕심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경찰에서 이번에 드러난 두 건 외에 다른 추가 범행을 저지른 적은 없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나 경찰은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경찰은 관할 보건소에 이들의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피해자 측과 합의됐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데일리팝=최연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