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백성기 대학구조개혁 위원장③] 수험생에 "어느 대학보다는 '어떤 전공'이 중요" 조언
[인터뷰-백성기 대학구조개혁 위원장③] 수험생에 "어느 대학보다는 '어떤 전공'이 중요" 조언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5.10.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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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등록금 의존도 해결 위해선 정부·기업 투자 필요"…"대학이 본질을 세워야 해"

지난 8월말 발표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대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역사교과서 갈등이 계속되면서 정부가 교육개혁의 일환인 대학구조개혁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협의를 거친 대학구조개혁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구조개혁은 2023년이 되면 대학 정원에 비해 고교 졸업자 수가 16만명이나 줄어들기에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통해 정원을 단계적으로 줄이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원은 곧 재정과 직결되는 우리나라 대학의 구조적 문제에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지방거점 국립대인 충남대·경북대가 C등급을, 강원대가 D등급을 받으면서 국립대도 안전 선상에 있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 백성기 대학구조개혁 위원장이 데일리팝과의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은 대학의 높은 등록금 의존도를 지적하며 "정부나 정치계에서 이러한 심각한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반값등록금 또는 등록금 상한제로 재정을 더 어렵게 만들지 말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오는 11월 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어느 대학에 가는 건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가서 어떤 전공을 할 것인지 먼저 생각해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데일리팝에서는 백성기 위원장이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조언과 함께 앞으로의 대학구조개혁 진행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정원감축이 대학재정과 직결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을 줄일 복안이 있으신가요?
 
우리나라 대학에 구조적인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원문제라기 보다는 사실 재정문제에요. 교육은 '돈을 먹는 하마'라고 합니다. 사실 학생 하나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요. 근데 그 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문제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등록금 의존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사실 학생수가 줄어들면 교육의 여건은 개선이 되야 해요. 왜냐면 학생수가 줄어들면 교수들이 가르쳐야 할 학생수가 줄어드니까 더 심도 있는 교육이 가능하지요. 공부라는 건 선생과 학생의 지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뤄지는 일종의 팀웍이에요. 근데 우리나라 대학은 아주 참혹한 상황이에요. 우리나라 평균을 따지면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가 35명 정도이고, 그나마 교수들 상당수가 대학원 학생지도와 연구를 위해 투입됩니다. 실질적으로 학부교육에 투입되는 교수들을 평균 거의 40~50명의 학생을 감당해야 합니다. 전문대학은 거의 60명 수준이에요. 그러니 교육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따라서 학생수가 줄어들면 본래 좋은 거에요. 문제는 그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 우리에게는 재앙이라는 것이죠. 학생수가 줄어들면 수입이 줄어들고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교수도 줄여야 하고 교육은 더욱 부실화 될 거에요. 그러니까 이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요. 그런데 마땅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이외에는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데가 없어요.
 
내년도 고등교육 예산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사실 걱정스러워요. 학생수가 줄어드는 만큼 놔두면 그만큼 교수가 줄여야 하고 그럼 그 여건이 개선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악화 되지요. 따라서 정부나 정치계에서 이러한 심각한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반값등록금 또는 등록금 상한제로 재정을 더 어렵게 만들지 말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능성 있는 곳이 기업이에요. 예를 들어 포스코가 포항공대를 설립해서 재정적인 지원을 해왔고 성균관대를 삼성에서, 중앙대를 두산에서 지원하고 있지요. 두산에서 중앙대 지원은 약간의 말썽이 있긴 하지만 저는 좋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 많은 대학 있습니다만 리딩 기업들이 대학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가 못하는 부분을 나서서 해야 합니다. 결국 대학이 죽으면 기업이 죽을 수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투자를 할 때 자기들의 사업 투자도 중요하지만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대학에 대해서 나름대로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파트너로서 참여하는 산학 파트너십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현재 기업들의 대학에 대한 투자는 대학의 본질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당장 자기들에 이익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프로젝트 이외에는 없어요. 아직 초급단계에 불과하죠. 미국 기업은 대학에 대해 묻지마식 투자를 하거든요. 사실 그게 좋은 방법이에요. 그러면서 대학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을 것입니다. 
 
Q. 정부는 어떻게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할까요?
 
사실 우리 정부 재정구조를 보게 되면 굉장히 왜곡돼 있어요. 우리가 분단시대에 살고 있어 과도하게 국방 지출이 많고 분단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 때문에 돈을 많이 쓰고 있는데 분단이 해결된다면 그런 것들도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국은 우선순위 설정이죠. 뭐가 더 중요하다고 보느냐죠.
 
우리 차세대 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얼만큼 투자하느냐는 정부 책임자들의 철학이고 미래를 보는 관점이죠. 교육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습니까? 결국은 우리 젊은 세대한테 투자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대학에 대한 투자가 너무 소홀했고 대학을 내팽개치고 일부 국립대학이나 몇 개 만들어서 투자하면 됐다라는 지금까지 생각을 뛰어 넘어서 사립이냐 국립이냐 관계하지 말고 미래세대를 위해서 좀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등교육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되요. 제가 알기로는 현재 10조원 정도인데 저는 빠른시간 내에 몇 배 이상 올려야 하지 않는가 합니다. 그것이 여러가지 복지예산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우리나라가 살고 나서 그 다음 복지지 나라가 망가지면 복지가 되겠어요? 그러니까 나라가 망가지지 않게 미래세대에 투자가 필요하죠.
 
Q. 대학입시가 한달 채 남지 않았습니다. 수험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늘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요. '어느 대학에 가는 건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가서 어떤 전공을 할 것인지 먼저 생각해라. 전공에 대해서도 부모, 선생의 얘기는 참고만해라. 결국은 너 자신이 결정해라. 누구보다도 너 자신이 잘 안다'
 
부모들은 우선 자녀의 취업걱정 때문에 우선 취업을 생각해서 전공을 추천하는 경향이 큰데 거기에 따라가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자신의 적성에 맞추어서 뭘 전공할지 정해야 합니다. 다음 '어느 대학을 가느냐'는 가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있는 대학, 우선 집에서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대학이면 좋고 혹시 타 지역에 가게 되면 그 대학은 기숙사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죠.

또 캠퍼스 주변 여건은 어떤가도 따져 보아야 합니다. 좋은 대학 입학했으니까 끝이 아니라 공부는 이제부터니까. 4년간 정말 몰입해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해보겠다 했을 때 제일 좋은 여건은 어디인지 따져야 합니다. 타지에 가면 돈이 많이 드는데 경제적인 여건이 안돼서 아르바이트 해서 공부해야 하는 여건이면 가선 안 된단 말이죠. 돈을 버는 건 나중 문제에요.
 
여건이 어려우면 장학금은 제대로 주는 대학이나 학교를 조금 낮춰 장학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대학을 가고 대학 명성을 따라 대학 가지 말라는 거에요. 갔더니 기숙사도 없고 돈도 많이 들고 매일 아르바이트하고 그러면 낭패라는 말이죠. 그래서 여건을 따져 봐야 되요. 집에서 다닐 경우에는 대학에 도서관이 중요해요. 도서관이 제대로 돼있는지,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가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있는지, 도서관이 조용한지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책들은 갖춰있는지 이런 것들을 봐야 합니다.
 
그 다음에 교수들은 어떤 분들인지, 아무리 유명해도 볼 수 없는 교수님들일 경우가 많아요. 대학에서 4년간 진지하게 모든걸 걸고 자기가 공부하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졸업하도록 해야 해요. 엉뚱한 대학에 가서 엉뚱한 공부하다 졸업하지 말란 말이에요. 고귀한 인생을 그렇게 버리지 말란 말입니다. 자기가 공부만 열심히 하면 그것이 어떤 전공이던지 어떤 대학이던지 관계없이 뭐든지 될 수 있어요.
 
Q. 앞으로 대학구조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이번 구조개혁 1주기는 연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대학의 특성화 사업 등을 통해 이미 1주기 4만명 줄이는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이번에 평가를 받아서 결과가 나왔습니다만 이건 연습이었고 2차, 3차에서는 더 혹독한 구조개혁을 할 수 밖에 없게 돼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구조개혁을 하면서도 이런 파고를 넘어가면서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학이 다시 한번 태어날 수 있을까. 결국은 초심으로 돌아가고 교육에 본질에 대해 더 충실하는 것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우왕자왕 할 일은 아니에요.
 
우리대학은 왜 존재하며 우리대학은 어떤 교육을 목표로 존재하는지, 이를 위해 어떤 학생들이 필요한지, 그런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졸업하고 나서 어디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대기업에 몇 명 들어가느냐 보다는 오히려 스스로 할만할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줘야 해요. 성공보다는 실패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창업은 실패를 전제로 하거든요. 이에 대해 학교에서 교육을 하고 창업이 가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이러한 노력이 평가될 수 있고 대학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평가항목을 제안 했습니다.
 
앞으로 어쩔 수 없이 내몰리게 된 구조개혁을 통해 우리나라 대학이 본질을 세우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극복한다면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봐요. 희망과 절망이 엇갈린다고 했습니다만 희망적인 부분도 많이 있기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개혁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