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브리프] 한중 FTA에 붙은 '1조원 기업 준조세' 바로 잡아야 (下)
[한선브리프] 한중 FTA에 붙은 '1조원 기업 준조세' 바로 잡아야 (下)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6.01.0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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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한림대학교 겸임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기획홍보위원장

수혜기업은 당연히 법인세, 소득세 납부로 국가재정에 기여

FTA의 경제적 이익은 관세 인하에 의한 무역 창출의 플러스 효과에서 무역 전환의 마이너스 효과를 차감하고 중장기적인 경쟁 촉진과 자본 축적에 의한 생산성 향상 효과를 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중국만이 아니고 여타국과 국내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쟁력을 제고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워지게 된다. 중국과는 전통 업종에서 가격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업종에서도 추격을 당했거나 당하는 과정에 있다. 대중 수출기업이 다행히 수혜대상이 된다면 당연히 정상적인 소득세와 법인세 징수 납부를 통해 국가 재정에 기여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FTA 수혜대상 기업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기부금의 형태로 상생협력기금을 만들겠다는 것은 이중과세 입장에서도 조세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중 FTA 효과에 따른 개별 기업의 손익은 실현가능성이 불확실하며 추정은 불가능하다. 현재 기업이 이러한 기부금 부담을 준조세라 하여 꺼리는 이유이다. 그러나 불가피하다면 기부금의 최종귀착의 일부는 자사와 근로자, 일부는 소비자에게로 가게 된다.

금년에만 기업들은 청년희망펀드, 창조경제혁신센터, 평창동계올림픽, 재단법인 미르에 기부 또는 출연금 형식으로 돈을 냈다. 정부의 기업에 대한 기부금 요구는 어제 오늘이 아니고 구조화 되었다. 이런 현상은 기업을 봉으로 생각하는 정치인과 관료의 의식이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후진적 행위는 '무역이득공유제'니 '동반성장'이니 하는 소위 사후구제보다 사전보호를 암묵적으로 우선함으로써 시장경제 왜곡을 조장하는 잘못된 제도를 변형해서라도 용처가 불분명한 재원을 마련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우리 농수산업은 한중 FTA가 아니더라도 6차 산업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이러한 조정 과정에서 낙오된 경우 사후적으로 구제해야 하되 필요재원은 조세와 보험료에 의해 메워야 한다. '우는 자식에게 젖 주는' 식의 대중영합적인 무정견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은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정치권과 정부는 준조세인 자발적 기부를 강요하기 보다 한중 FTA의 대전제인 비관세 장벽철폐 등 국내 규제개혁으로 한중 간 무역창출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방치하게 되면 국내외 가격차를 노린 중국산 중간재 소비재의 유입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양국 간 무역창출의 주역들이 도산하기 전에 규제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상생협력지원사업기금 없애고 농어촌 지원 기본방향에 철저해야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UR)를 통한 농산물 시장 개방과 함께 오랜 기간 관세화를 미루며 20년 넘게 200조 원이 넘는 돈을 농어촌에 지원했다. 지난해 말 WTO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2002~2011년 10년간 농업 보조금으로 66조929억 원을 지급했다. 이 기간 농업 총생산액 381조6394억 원의 17.3%에 달하는 액수다. 그러나 2003년 1057만2000원이었던 농가당 평균 소득은 거꾸로 2012년 912만7000원으로 13.7% 감소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농업 보조금 관련 재정 사업과 조세 지출 연계 방안' 보고서에 "실질 농업 소득은 90년대 중반 이후 감소세가 뚜렷하며 농가의 조세·부담금과 경영비 규모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가 정부가 2007~2014년 시행한 농업 보조금 사업은 49개에 이른다. 농업 면세유, 농축산 기자재 부가가치세 면제 같은 조세 사업 종류도 16개에 이른다. 하지만 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3000만 원 수준에서 게걸음이다. 그럼에도 한중 FTA 발효 이후 20년간 농업 분야에서 예상되는 생산 감소액은 총 3619억 원(농림업 1540억 원, 수산업 2079억 원)이다. 반면 지원규모는 지난 6월 발표한 피해보전대책 예산 4783억 원에 추가 재정지원 1조6000억 원, 농어촌 상생기금 1조원을 더하면 총 3조783억 원이다. 피해액보다 훨씬 많은 지원금이 농어촌 FTA 피해 명분으로 투입된다.

이렇듯 '깨진 독에 물 붓기'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지. 농수산업종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빌미로 수많은 통로로 다양한 자금이 투입되지만 과연 피해농어가에 직접, 어느 정도 전달되는지 언제나 의문이다. 복지자금의 전달체계와 마찬가지로 농어촌지원자금의 전달체계에도 메스가 가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일고 있지 않은가? 기존의 농수산업, 농어촌, 농수협 조직과 현재와 같이 이권 쟁탈을 일삼는 일부 정치권과 단체의 거버넌스 개혁 없이는 지원의 효율성과 공평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젊은 차세대 영농후계자의 유턴과 농수산업종의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보장 할 수 없으며 농어촌에 대한 납세 대중의 신뢰를 더 이상 얻어낼 수 없다.

우리 공조직에서 어떤 어젠다든 해결이 어려울 때면 난상토론을 회피하고 걸핏하면 기금조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잘못된 습성이 뿌리 깊다. 이번 1조 원엔 준조세 합의를 원점으로 되돌림으로써 신뢰사회 구축의 새로운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FTA 양자협상에서도 다양한 농업의 공존(식량 안전보장 확보, 농업의 다면적 기능배려 등)을 이념으로 수출입국 간의 균형 확보를 위한 룰(Rule) 확립을 협상원칙으로 고수해 오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국내 농업의 구조개혁과 개도국 개발에 기여라는 측면에서 이니시어티브를 발휘해야 한다.

특히 전자를 위해서도 농산물 교섭의 3개 분야(시장접근, 국내지지, 수출경쟁) 중 시장접근 분야에서 고관세품 관세 인하와 관세할당 축소를 통해 실질적인 농산물 무역 확대에 기여해야 한다. 현재 국회와 정부는 통상국가로서의 우리의 기본입장을 잠시 잊은 듯하다. 내년 총선 때문일 것으로 짐작은 간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식량·자원 에너지 획득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들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를 위해서도 우리는 자원외교를 강화하는 한편 FTA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지역과 포괄적이고 질 높은 광역 FTA 네트워크 구축전략을 지속해야 한다. FTA에 의한 무역자유화는 경쟁력 없는 부문의 생산과 고용은 줄이지만 경쟁력 있는 부문의 확대를 통해 경제 전체의 파이는 키울 수 있는 주요한 정책수단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고도 경제성장도 이러한 무역자유화에 의해 비교열위부문에서 비교우위부문으로 자원을 재배분함으로써 가능했었다. 이 과정에서의 조정코스트는 자유화 스케줄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줄이도록 노력했지만 조정코스트 발생 시 소득보전과 직업훈련 제공 등 반드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반성의 여지는 많다. 지금도 우리는 FTA를 추진함에 있어 농업분야와 조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안고 있다. 확실히 순식간에 자유화하면 조정코스트가 크지만 단계적 자유화와 농업부문의 구조개혁을 병행하면 경쟁력 강화, 조정코스트를 억제할 수 있다. FTA를 구조개혁과 동시 병행함으로서 경쟁력 있는 농업을 실현한다면 이를 지렛대로 상대국 농산물시장을 개방하고 경쟁력 있는 농산물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다.

기업은 모름지기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말하며 얻은 수익으로 법인세 등 세금을 납부해 국가에 기여하는 실체이다. 그런데도 우리 기업은 정부 활동에 다양한 이유로 돈을 내야 한다. 경쟁국 기업들과 같은 법인세 실효세율 인하는 커녕 소위 준조세라니 언어도단이다. 준조세는 전형적인 반(反)시장적 행태이다. 다양한 준조세를 한꺼번에 없앨 수는 없지만 우선 한중 FTA 비준 과정에서 혹을 붙인 농어촌상생 협력지원사업기금이라도 없애야 한다.

이와 같은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정치권의 특정집단 과보호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한 우리가 아무리 FTA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자유화의 과실을 향유할 수 없는 것이다. 수출 유망품목의 관세율을 몇 퍼센트 포인트 인하하려고 몇 년씩 애간장을 태우는 통상관료들과 생산현장 근로자들의 노고를 무산시키는 선심성 정치행위는 이제 금물이다.

동시에 농수산업 등 피해 예상 업종에 대한 지원은 현행 무역조정 지원제도의 범위를 사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재정자금은 농어업부문의 구조개혁과 생산성 향상으로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상의 사전적 지원은 농수산업계의 자발적 혁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대내외 천명한 농축산, 어업 전체를 아우르는 개방과 경쟁력 강화 방향을 정치권과 정부는 한시도 잊지 말기 바란다.


이 글은 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 Brief'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