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 브리프] 20대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정당의 민낯 (下)
[한선 브리프] 20대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정당의 민낯 (下)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6.04.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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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준 단국대학교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이번에 선정된 비례대표 후보들은 유권자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하였다. 과거부터 비례대표제는 선발과정의 불투명성과 비례대표 의원의 역할에 대한 논란 등으로 인해 많은 비난이 있다. 특히, 비례대표 의원들의 선발과정은 소수 지도부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기에 유권자의 선택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도 이러한 불신과 비난을 극복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공천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정당들이 지지자 그리고 국민들의 분노는 안중에도 없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정당들의 독과점 상황에서는 지금과 같은 공천을 두고 벌어지는 계파 간 갈등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불행이다. 한편, 공천권이 소수에 의해 장악되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당내 민주주의는 기대할 수 없으며 우리가 접해야 하는 것은 영원히 공천권을 위한 계파 간 대립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정당들은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상향식 공천을 실시한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실시되지 못하였다. 안심번호에 의한 조사로 대신함으로써 면피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지역구 후보를 여론조사(안심번호 이용한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였는데 여론조사에 의한 공천은 조사 대상의 모호성, 정당 약화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즉, 정당 후보 추전은 당원 혹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결정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였다. 또한, 안심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자 결정은 당원의 역할을 약화시킨 방식이었기에 정당의 약화를 가져왔다. 거기에 여론조사에 드는 비용의 책임을 후보자가 져야 했기에 경제적으로 부담을 주는 경선이었다. 과연 이러한 방식에 의해 후보자 결정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정당의 카르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정당개혁 긴요

무원칙에 의한 현재의 공천시스템은 두 가지 문제점으로부터 파생되고 있다. 첫 번째 당원 없는 정당이라는 점이다. 당의 대표를 선출하고 공직에 나갈 후보자를 선출하는데 있어 당원의 의견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정당은 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당원이 정당의 근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당원에 의한 후보자 및 대표 선출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며 이는 소수에게 권한을 집중하게 만든다. 두 번째 정당이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첫 번째와 관련 깊은 문제점으로 정당이 국고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니 정당은 당원 모집을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국가가 주는 보조금이 의석 비율에 의해 자동적으로 조건 없이 분배되다보니 공천 등 당내 민주주의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공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정당들의 공천이 공천권을 가진 소수에 의한 방식이 아닌 정당 나름대로의 경험과 정당 및 지지자들의 특징을 중심으로 원칙을 만들어 시스템에 의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 정당 간 민주적 공천시스템 구축을 위한 상호간 노력이 공유될 필요도 있다. 또한, 서로 상생하기 위한 공천방식을 찾음으로써 정치에 대한 불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도를 협력 하에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공천위원회 결정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좀 더 정교하게 당헌·당규를 만들어야 하며 공천위원장의 공정성과 자질은 엄격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정당이 자신들의 노력과 당비를 내는 당원들에 의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고보조금 지급 방식을 개혁해야 한다. 특히 정당에 대한 후원이 가능해졌기에 국가보조금은 정당의 후원금 혹은 당원들의 당비 모금과 연동시켜야 한다.

이러한 원칙 없는 공천이 지속된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으며 정치의 불안으로 인한 경제, 사회의 불안도 이어질 수밖에 없어 피해는 고스라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과거 클린턴 대통령이 후보인 시절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했지만 현재는 '정말 문제는 정치'라고 말하는 게 옳을 것이다. 이는 정치권의 불안과 대립이 국회의 마비를 가져오고 효율적으로 필요한 입법 부재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공천 과정을 보면서 벌써부터 제20대 국회가 걱정되는 것이 혼자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다. 공천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카르텔 정당이 가능한 현재의 정치 구조가 중심에 있다. 정당의 카르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바꾸어야 할 제도가 너무 많고 험난하다. 그렇기에 정당의 변화보다는 유권자의 변화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 글은 한반도선진화재단 'Hansun Brief' 통권 38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