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발권력 동원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2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수출은 장기 구조적 변화가 지속되고 단기 경기적 여건의 개선이 지연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면 그건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 본다"며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활용해 재정의 역할을 대신하려면 거기에 대해선 국민적 합의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8일 '한국판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국책은행인 한은이 직접 나서 이를 추진해 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내세운 공약으로, 중앙은행의 발권력으로 KDB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을 직접 인수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은은 "기업 구조조정을 포함한 구조개혁이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필수적 과제라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아무리 시급하더라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보다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에 부합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정상적인 중소기업까지 신용경색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활용할 수 있고,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공개시장 운용의 형태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일리팝=김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