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문화생활] 장 자끄 상뻬, 선(線) 하나로 그린 세상
[나홀로 문화생활] 장 자끄 상뻬, 선(線) 하나로 그린 세상
  • 오정희 기자
  • 승인 2016.06.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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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뻬의 어린시절 Enfances, 2011, 펜, 잉크와 채색, 49ⅹ39.5cm
Comme si l'acuite′du trait rendait vain, et parfois ridicule, tout commentaire.
(그의 정확하고 정밀한 선은 어떤 설명보다도 더 많은 것을 묘사한다.)
 
프랑스 데생(dessin) 작가 장 자끄 상뻬(Jean-Jacques Sempé)를 떠올리면 전시장 한편에서 볼 수 있던 이 같은 말이 생각난다. 실제로 최근 KT&G 상상마당 2층 갤러리서 진행 중인 '장 자끄 상뻬-파리에서 뉴욕까지'기획전을 보고 난 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종이와 펜 그리고 잉크만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의 섬세하고 뛰어난 실력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칫 날카롭게 표현될 수 있는 현대의 삶을 해학적으로 풍자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았다는 점에서 놀랍기 그지없었다.
 
▲ 뉴욕의 상뻬 Sempe a New York, 2009, 펜, 잉크와 채색, 48ⅹ58.5cm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술전시회를 방문하기 전 사전 작가에 대한 공부를 한다. 미리 공부를 해야지만 이해할 수 있는 그림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일부에서는 '그림은 일부 상류층만의 전유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돈과 시간과 여유가 있어야만 그림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뻬의 그림은 다르다. 그의 그림은 여느 화가들과 달리 보고자하는 마음만 있으면 배경지식과 상관없이 누구나 그림을 보고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다.
 
▲ 좀머 씨 이야기 L'histoire de M. Sommer, 1991, 펜, 잉크와 채색, 45ⅹ34cm
잠시 바라보기만 해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그림은 그 시대의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고 한다.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cois Millet)와 단원 김홍도(金弘道) 등을 비롯해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수많은 화가들이 그런 그림을 그렸고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상뻬도 그렇다. 사람들 속에서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표현하면서 기억 한곳에 잊혀져있던 추억을 되살리는가 하면 화가가 보고 표현하고자 했던 그 당시의 풍경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면서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 모든것은 복잡해진다 Tout se complique, 1963, 펜, 잉크, 80ⅹ10cm
 
한편 8월 31일까지 개최되는 '장 자끄 상뻬-파리에서 뉴욕까지'기획전에서는 2010년 국내 전시를 통해 공개되었던 작품들 외에 당시 미공개 됐던 '뉴욕의 상뻬' 삽화 원본 및 그의 최근작들을 포함한 원본 작품 15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