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필요시 허용' 74% vs '보다 엄격하게 금지' 21%
낙태, '필요시 허용' 74% vs '보다 엄격하게 금지' 21%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6.10.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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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법 인지도는 1994년 비해 크게 상승
▲ (자료=한국갤럽)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임신중절수술을 포함한 비도덕적 진료 행위 처벌 기준을 강화한 '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산부인과의사들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15일에는 서울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해당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 방침을 내놨다.

이에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18명을 대상으로 낙태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필요한 경우 허용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1%는 '보다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고 봤으며 5%는 의견을 유보했다. 모든 응답자 특성별로 '필요 시 낙태 허용' 의견이 우세했고, 특히 20~40대에서는 그 비율이 85%를 넘었다.

필요한 경우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753명, 자유응답)은 그 이유로 '원하지 않은 임신일 때'(31%), '강간, 성폭행 등 범죄로 임신한 경우'(18%), '미성년, 미혼 등 감당할 수 없는 경우'(17%), '개인이 결정할 문제/본인 선택'(9%), '아이 건강, 기형아 출산 문제'(8%), '낳아서 책임 못 지거나 버리는 것보다 낫다'(5%) 등을 언급했다.

낙태 금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214명, 자유응답)은 그 이유로 '생명 존중/경시하면 안 됨'(41%), '인구 감소 우려/저출산'(35%), '낙태 남발/무분별/무책임'(9%) 등을 꼽았다. 

한국에 인공임신중절, 즉 낙태 수술을 금지하는 법이 있다고 아는지에 대해서는 73%가 '있다'고 답했으며 17%는 '없다',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낙태금지법 인지율은 젊은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20대 84%, 30대 88%, 60대 이상 55%) 성별로는 남성 72%, 여성 73%로 비슷했다.

한국의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는 낙태한 여성과 낙태하게 한 의사 등을 처벌하는 '낙태죄'를 규정하며, 모자보건법 제14조는 범죄로 인한 임신, 임산부나 태아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있는 경우 등에만 국한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법은 1953년부터 존속했으나, 1994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성인의 낙태금지법 인지율은 48%, 당시 여성 중 38%가 낙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현실에서는 거의 사문화된 조항으로 간주돼 왔다.

성인의 53%는 낙태를 '일종의 살인'으로 봤으나 35%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며 12%는 의견을 유보했다. 1994년에는 78%가 '일종의 살인'이라고 답했다.

'낙태가 일종의 살인'이라는 인식은 남성(49%)보다 여성(57%), 60대 이상(65%)에서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낙태 금지론자 중에서는 83%가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했고, 낙태 허용론자 중에서는 '일종의 살인'(45%)과 '그렇지 않다'(44%)는 응답이 팽팽하게 갈렸다.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