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1인가구 소용량시대, 역으로 가는 대용량에 용량 양극화?
[솔로이코노미] 1인가구 소용량시대, 역으로 가는 대용량에 용량 양극화?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7.03.02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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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없는 소용량 vs 가성비 좋은 대용량

1인가구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식품업계는 소포장·소용량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모든 1인가구가 소용량 제품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데일리팝이 네이버 카페 '싱글즈 라이프'의 20세 이상 남녀 회원 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비싸도 소용량으로 조금씩, 자주' 장을 본다는 응답이 51.4%로, '한번에 대용량으로 많이, 가끔씩'(48.6%)이라는 응답보다 아주 근소하게 앞선 모습을 보였다.

이런 조사결과는, 남기지 않고 알뜰하게 소비할 수 있는 소용량제품에 대한 요구와 동시에 가성비 좋은 대용량 제품에 대한 요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에 대응이라도 하듯, 식품업계에서는 소용량시대에 "역으로 가는" 대용량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도 보인다. 결국 중간용량 제품들이 사라지고, 용량이 소용량과 대용량으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데일리팝이 네이버 카페 '싱글즈 라이프'의 20세 이상 남녀 회원 70명을 대상으로 장보는 습관을 조사한 결과.

소용량 제품의 예시는 다양하다. 대부분 보관이 용이하다는 점 등을 어필하며 1인가구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과브랜드 돌코리아는 견과류와 건과일을 합친 바 제품인 트리플바 제품의 소용량 형태인 '미니트리플바'를 출시했다. 기존 제품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남길 일이 없고 보관이 편하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농심 켈로그는 500~600g짜리 시리얼이 대세였던 한국에서 40g 이하의 소포장 팩을 출시했다. 1회 제공량인 40g으로 개별 포장해, 바쁜 아침으로 식사를 거르는 직장인들이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장시간 보관에 따라 눅눅해지는 등의 문제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어필하고 있다.

오리온은 24개, 36개가 들어 있는 제품 개수가 너무 많았던 초코파이나 카스타드 등 인기 파이류를 한 사람이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을 고려해 2개들이 소포장 제품으로 출시했다.

반면, 알뜰한 소비를 원하는 1인가구를 노리고 기존 제품의 용량을 대폭 늘려 출시한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용량을 늘릴 경우 기존 제품보다 가성비가 높아진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 다양한 소용량 제품의 출시 속에, 역으로 대용량 제품이 출시돼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돌코리아)

롯데칠성음료의 프리미엄 원두캔커피 '칸타타'는 용량이 390mL로 기존 톨 사이즈 커피의 355mL보다 많다. '칸타타'의 인기요인은 다양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용량도 원인 중 하나로 꼽을 만 하다.

서울우유의 '750mL 오렌지 요구르트'는 기존 요구르트에 오렌지 과즙을 첨가한 과즙 혼합 액상요구르트다. 뚜껑이 있는 페트병 용기에 담겨 냉장 보관 후 여러 번 나눠 마실 수 있다. 일반 요구르트의 용량은 60mL이므로, 12배 이상 많은 초대용량이다. 많은 용량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저렴해 출시 후 3개월 만에 71만개 판매 돌파의 기록을 세웠다.

현대약품의 '미에로화이바 패밀리'는 식이섬유 음료 미에로화이바의 1.5L 대용량 제품이다. 100mL의 작은 병으로 유명한 미에로화이바가, 1.5L의 초대용량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이처럼 용량 양극화가 발생한 이유로는, 소용량 제품에 대한 인식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1~2개월 동안 식품을 직접 구입해 본 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조사결과를 보면, 소용량 식품을 구입해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주로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53.4%, 중복응답) 소용량 제품을 구입했다고 그때 그때 음식을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46.6%)도 중요한 이유였다.

반면, 소용량 식품의 구입경험이 없는 소비자들은,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46.1%)는 이유로 소용량 식품을 구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생각보다 양이 너무 적다(43.9%)는 의견도 많았다.

판단의 근거가 극명하게 갈렸다는 것은, 소용량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와 대용량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특색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소용량 제품과 대용량 제품은 각기 다른 소비층을 나눠가지며 시장에 공존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소용량 제품에 비해 남을 가능성이 많거나, 대용량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뒤처지는 중간용량의 제품들이다. 식품업계에서 용량의 양극화가 진행된다면, 원인은 이처럼 극명하게 갈리는 소비자의 특색 때문일 수 있다.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