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브리프] 새판 짜기는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다 (上)
[한선브리프] 새판 짜기는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다 (上)
  • 김도형 한림대학교 교수
  • 승인 2017.04.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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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한반도선진화재단 기획홍보위원장 (한림대학교 교수)

2017년 대선 한 달 앞이다.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로 나가는 갈림길에 서 있다. 촛불과 태극기에 모였던 광장의 외침은 한결같았다. 결코 대통령 한 사람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이것도 나라냐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국격을 바로 세워달라고. 그럼에도 집회후 반으로 갈수록 그 순수한 외침은 일부 변질되기 시작했다. 국민을 선동해 사익을 챙기고 국익을 무시해온 기득권 패권세력들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모습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소아적 정권쟁취와 패권정치에서 벗어나 공동체 발전을 위한 청사진과 자신의 책략으로 국민을 설득하려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헌법수호자, 혁신선도자를 찾을 수 없다. 이제는 수구적 패권세력은 과감하게 도태시켜 나라의 판을 바꾸어야 할 때다. 흔히들 나라꼴을 말하면 전제군주국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서슬 퍼렇던 독재정권 핍박 속에서 고도성장과 민생안정을 실현했던 국민국가 건설 당시를 연상하기 싶다. 그래서인지 베고픔 때문에 그 아픔을 참아냈던 산업화 세대는 이윽고 찾아온 1987년 체제 30년의 과잉민주주의 폐단을 우려하며 지난 시절에 오히려 향수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시대를 역행할 수는 없다. 2017년 체제 구축에 모든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가 똑똑해야 한다. 인수위없이 바로 국정에 임해야 하는 비상시국임에야 두 말할 나위없다.

제3의 길을 향해 국가재창조로 새판을 짜야

이제 우리는 자유, 공정, 법치가 살아 숨 쉬는 전인미답의 진정한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제3의 길을 향해 판을 바꿔야 한다. 2017년 체제를 위한 개헌이야말로 그 새판을 견딜 주춧돌인 셈이다. 그러나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만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본권 신장, 실질적 지방분권은 물론 헌법 119조 1항(자유와 창의)과 2항(경제민주화)도 관련 용어의 모호성을 제거하고 새 시대가 요구하는 자유, 공정, 관용, 연대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도록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현행 소선거구제도 중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병용하도록 개혁해야 한다.

GATT-IMF체제, 한미동맹, 선진국 시장개방으로 수출주도 고도성장이 가능했고 기초인프라 투자와 정
경유착으로 이권을 배분하며 3류 정치를 허용했던 것이 국가중심국가 건설 제1의 길이었다. 우루과이 통상협상과 WTO 출범과 함께 다가온 개방의 물결 속에서 이미 1989년부터 시작된 10년 주기 경기순환의 하강국면을 인식하지 못한 채 각종 개혁과 개방을 서둘렀던 나머지 IMF위기를 자초하고 승자독식으로 양극화를 허용한 신자유주의가 제2의 길이었다.

2000년대 초반 10년 주기 경기순환의 완만한 상승국면에서 진보와 보수정권이 잇달아 경제영토를 확대
했고 세계적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소수 재벌기업 중심으로 세계시장 쉐어가 높아졌다. 그러나 양극화 심화, 연이은 북핵·미사일 개발, 이념갈등, 대외관계 악화 등 각종 대내외 불안을 자초하면서 저성장 국면을 앞당겼다. 이를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도 청년실업, 양극화 등 사회경제적 갈등 속에서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 실종되었고 과잉민주주의 덫에 걸려 소중한 보수의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 끝내 전대미문의 대통령 탄핵으로 자멸하면서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집권한 일본의 아베 정부는 20년 장기불황을 극복하고 이제는 청년들 일손이 부족
한 상황으로 반전했다. 그리고 전시동원을 가능하게 했던 소위 1940년 체제의 유산을 이어받은 전후 고도성장의 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다했고 그 결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며 독일과 함께 제4차 산업혁명의 교두보를 마련해 가고 있다. 나라꼴을 바로 세운다면서 전전의 교육칙어를 미래세대에 주입하며 국가주의로 회귀하는 일본보다 우리 민족 그리고 우리 리더들이 뒤쳐져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대답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실리보다 명분, 기회균등보다 결과 평등, 사후구제보다 사전규제를 중시하는 사고와 행동이 문제이다. 이른바 국민의 '경제하려는 마음'과 공동체 구성원 간의 상호신뢰에 기초한 몰입(Credible Committment)으로 정권은 바뀌어도 정책은 이어가는 강력한 리더십과 약자배려와 연대의식이야말로 보수의 가치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공동체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제3의 길이다.

청년일자리 부족, 양극화와 세대 간 갈등 심화, 가계와 국가부채누적, 보호주의적 통상환경에다 북핵·미사일 도발 지속 등 경제 외교 안보의 3중 위기가 10년 주기 경기순환의 하강국면과 대통령 리더십부재와 겹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현재 주요 대선주자들의 공약을 보면 정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한 진보와 보수 간의 차이, 지자체 경영경험자와 그렇지 못한 주자 간에 차이가 있지만 그다지 유의미하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공약의 정책적 의미, 효과와 문제점, 실현성, 재원조달 등을 포함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해 끝내 지속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공약들이 많고 대부분 총선 공약을 그대로 옮겨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적폐청산에만 매달려 총선과 대선의 의미도 구분 못하고 미래가치를 구현할 메니페스토는 실종되었다. 개헌할 이유가 없다. 일단 표만 된다고 판단되면 막무가내로 나열하고 집권 후 수정하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집표행위가 어느 샌가 우리 정치권에 통용되기 시작된 듯하다. 유권자들이 심판해야 한다. '바보야 정치공학이야!, 유권자 수준이 그 정도인 것을' 하는 푸념은 이제 끝내자. 

 

이 글은 필자의 견해로서 데일리팝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