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답정너 정치권', 삼성에 위험외주화 or 갑질 "어떤 비난을 선택할래?"
[뉴스줌인] '답정너 정치권', 삼성에 위험외주화 or 갑질 "어떤 비난을 선택할래?"
  • 정단비, 이예리
  • 승인 2018.09.0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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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정너: '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뜻의 신조어

"원래 저런 기사만 쓰는 곳이에요"

반복적으로 일명 '기업 때리기' 기사를 쓰는 언론사들을에 대해 기업 홍보 담당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실 기업의 부정적 이슈는 빼도 박도 못할 범죄나 갑질이 아니라면 어떤 관점에서 바라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사람이 하는 일이니 감정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정치인들 역시 기업들의 부정적 이슈에 흑백논리를 펼친다. 이미지 개선이나 인지도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으로 하기도 한다.

기업 경영진을 불러 놓고 호통치고 질타하는 행위가 매년 반복되는 국정감사는 '누가 누가 잘 때리나' 공식 콘테스트나 다름없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반(反)기업 정서를 건드린다.

이번 사건에서 선봉장에 선 정치인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그의 관할 지자체에서 벌어진 일이다 보니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와 관련, 민관합동조사를 벌이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쳐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쳐

주요 비판 키워드는 삼성전자의 '늑장 대응'과 '위험 외주화'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업단지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이와 관련해 경기소방재난본부로 신고된 것은 지금 이 시각까지도 전혀 없다"며 "(삼성전자가) 소방기본법 19조에 명시한 사고 현장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더불어 "위험외주화에 따라 계속되는 사고와 인명피해에 대해 삼성이 진정 반성하고 책임질 의사다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위험외주화'를 중단하고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늑장 대응과 관련해선 여러 언론에도 보도했지만, 소방기본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상충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법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 KBS 뉴스를 참고하길 바란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034434&ref=D

하지만 여기서 산업안전관련법에 의거해 자체 소방대를 둔 삼성전자의 응급처치가 먼저인지, 사고 신고가 먼저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할 일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소방대의 응급처지는 의무적으로 외부 소방서와 연결된 응급의료정보센터에 보고된다. 이러한 정황상 '은폐 프레임' 자체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해석이지 않겠는가.

9월 6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월 6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두번째 논점, 위험의 외주화.

이번 사건은 화재 감지 설비 점검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설비 오작동으로 이산화탄소에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지사는 '삼성이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면 외주를 중단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지사 말대로 '삼성이 당장 외주를 중단한다면 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현재 삼성 반도체는 소방시설업 전문협력사만 8개사이고, 기타 협력사를 합치면 1000개사 이상이다. 직원수로 따지면 훨씬 많다.

대다수 대기업들이 소방설비점검 등 전문 분야는 전문 기업에 외주를 주고 있는데 삼성이 직접 운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 도미노 작용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생계 위협을 받게 된 그 많은 협력사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 과정에서 삼성은 '대기업의 갑질', '중소기업 죽이기' 등의 비난을 피할 수 있을까.

뒷 상황은 생각하지 않은 '반기업 정서'만 자극하는 주장들은 대한민국이 선진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이제 지양해야될 시점이 아닌가 한다.

그동안의 대기업의 협력업체 사고에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대기업들이 원청이라는 입장에서 사건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가 '위험 외주화'라는 말을 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사고 같은 경우는 하루 만에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이 직접 사과 입장을 밝히며 "사고를 당한 직원들의 회복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고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는 안전하고 일하기 좋은 사업장이 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기에 태도가 달랐다.

물론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삼성 측이 말한 미래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데일리팝=정단비, 이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