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소사이어티] 지금은 '비혼(非婚) 시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 "이제 그만 존중해 주시죠?"
[솔로소사이어티] 지금은 '비혼(非婚) 시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 "이제 그만 존중해 주시죠?"
  • 이지원
  • 승인 2019.09.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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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정혁은 어려서부터 꾸준히 비혼을 꿈꿨다고 밝혔다. (사진=tvN 유튜브 채널에서 캡처)

최근 뜨겁게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 정혁과 '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혜연, 닮은 점 없을 것 같은 이들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비혼(非婚)'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모델 정혁은 어릴 적 가정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비혼이나 독신이라는 말을 알기도 전에 비혼을 다짐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또한 한혜연은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히며 비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점차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을 필수로 해야 한다거나, 결혼을 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 안 좋은 시선을 비추곤 했었다면 최근에는 결혼을 '필수가 아닌 일련의 선택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일시적인 것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결혼과 육아보다는 자신의 삶을 더 중요시하는 이들이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2045년에는 우리나라 인구 중 4분의 1수준에 달하는 비율이 미혼가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비혼을 다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전국의 미혼남녀 1050명을 통해 비혼 문화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명 중 8명에 달하는 79.1%가 '혼자 살아도 별 지장이 없는 시대'라고 답했으며, 비혼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더불어 통계청의 6월 인구동향 보고서를 통해 살펴본 혼인 건수의 증감률 또한 해마다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6월 혼인 건수는 1만 7946건으로, 전년동월대비 2664건(-12.9%) 감소한 수치였다.

과거의 통계와 비교해 보면 더욱 큰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2013년 혼인 건수는 33만 2807건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2014년을 들어서며 30만 5507건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또한 2016년에는 28만 1635건으로 20만 대에 들어서더니 2017년에도 26만 4455건, 2018년 25만 7622건을 기록하며 계속해서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1974년의 혼인 건수가 25만 9600건으로 집계된 이후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수치다.

또한 2년마다 실시되는 통계청의 사회조사에서는 비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난 2018년의 사회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6.6%가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라는 응답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2006년 27.5%에 비해 크게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2016년 사회조사에서 결혼의 주 연령층인 20대와 30대의 응답률을 살펴보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는 2016년 각각 6.5%, 5.3%로 10명 중 1명꼴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의견은 ▲20대 50.4% ▲30대 53.7%로 절반 이상이 결혼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통계 자료를 통해 결혼에 대한 다수의 입장이 한결 자유로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비혼을 다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이들이 비혼을 다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16년 만 19세~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71.2%의 응답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혼남녀의 증가'를 비혼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자녀 양육비 부담(63.1%) ▲높은 주거비용 부담(60.8%) ▲결혼비용 부담(59.6%) ▲미혼남녀의 취업난(54.7%) 등 복수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특히 비혼족들의 증가 이유에는 '결혼은 곧 희생'이라는 공식이 굳어진 것 또한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결혼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나 자신'으로 인정받는 삶,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것이다.

더불어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2018 밀레니엄 세대 행복 가치관 탐구 보고서'에 따르면, 20세~39세의 남녀가 행복의 조건으로 뽑은 것은 다름이 아닌 '자기결정권'과 '다양성에 대한 수용'이었다.

타인이 아닌 나의 기준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길 원했으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를 원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타인과 함께하기 위해 포기하기보다는 혼자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는 응답자들은 절반에 가까웠다. 이는 비혼주의자가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가족'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결혼자금 및 육아비용과 대한 부담과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자기애의 증가 등 다양한 이유로 현재의 세대들은 혼자 살 것을 다짐하고 있다.

비혼족이 늘어나며 새로운 문화도 생기고 있다. 축의금을 회수하는 '비혼식'이다. 일반적인 결혼식이 축하의 의미로 축의금을 건넨다면, 비혼식은 지인들을 초대해 "결혼하지 않고 살겠다"는 것을 선언하며 축하를 받는 기념식이다. 이때 지인들로부터 선물이나 축하금을 받으며 자연스레 그동안 냈던 축의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혼은 우리의 삶으로 자연스레 다가왔다.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의 과정일 뿐이다. 인생의 숙제가 아닌 선택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후에 외로울 것이다", "나중에 후회한다"며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이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 자신과는 다른 의견을 가졌을지라도 이를 응원해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