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자전거 타고 끊임없이 달렸던 '빈폴', 30살 맞아 '젊은 변신' 도모
[브랜드 이거 아니?] 자전거 타고 끊임없이 달렸던 '빈폴', 30살 맞아 '젊은 변신' 도모
  • 이지원
  • 승인 2019.10.28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대한 앞바퀴를 가진 자전거, 그 위에 가뿐히 올라탄 영국 신사의 모습을 형상화한 로고. 모두에게 익숙할 이것은 브랜드 '빈폴(BEANPOLE)'의 로고이기도 하다.

유럽의 신사숙녀가 입을 것 같은 이미지 때문에 외국기업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 빈폴, 하지만 이는 사실 자랑스러운 국내 브랜드이다. 빈폴은 어떻게 해외 브랜드일 것 같다는 이미지를 사게 됐을까?

이러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빈폴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폴로가 출범된 1980년대, 당시 트레디셔널 캐주얼 분야는 해외의 브랜드들이 국내를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에 빈폴은 미국의 세계적인 캐주얼 브랜드 '폴로 랄프 로렌'을 밴치마킹해 태어났다. 이 때문에 광고를 통해서도 고전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어필하려 한 것이다.

빈폴은 제일 모직 산하의 여러 의류 브랜드 중 하나로, 1989년 출범했다. (사진=빈폴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빈폴은 제일 모직 산하의 여러 의류 브랜드 중 하나로, 1989년 출범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해외여행 자율화와 소득 증가 등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캐주얼 문화가 확산됐다. 이에 원단 제조 업체였던 제일모직은 빈폴 등 패션의류브랜드의 개발을 통해 패션의류시장에 진출함으로써 패션제품의 유통망을 강화하려 한 것이다.

당시 트래디셔널 캐주얼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시장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만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시기에, 제일모직은 빈폴을 런칭하며 발을 들였다.

이후 출시 20주년을 맞은 2012년에는 전 세계에서 폴로를 제친 유일한 토종 브랜드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4000억 원 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국민 브랜드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국민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으며, 현재는 어떤 방향을 걷고 있을까?

빈폴은 악세서리, 키즈, 스포츠 등 그 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해나갔다. (사진=삼성물산 온라인몰에서 캡처)

빈폴은 런칭 이후 연평균매출 30% 이상의 신장율을 보이며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더불어 세일이 만연하는 국내 의류시장에서 1994년 'NO-SALE 정책'을 선언하며 ▲고가격 ▲고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로 손꼽힌다.

폴로와 타미힐피거 등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를 표방했다며 비평받기도 했던 빈폴은 마케팅과 품질 면에서 신경을 곤두세우며 매출을 끌어올렸다.

원단과 퀄리티에 신경을 쓰며 품질 좋은 브랜드로 마케팅했던 빈폴은 고급 트래디셔널 캐주얼 시장에서 유일하게 고유브랜드로서 확고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할 수 있었으며, ▲정상 판매율 ▲마케팅력 ▲서비스 등을 종합한 집계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마케팅 덕분에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은 빈폴은 ▲빈폴 레이디 ▲빈폴 맨 ▲빈폴 악세서리 ▲빈폴 키즈 ▲빈폴 스포츠 등 그 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할 수 있었다.

따라서 출범 초기에는 폴로보다 접하기 쉬우나 나름대로 고급 브랜드였던 'B+' 정도의 네임벨류를 갖고 있었다면, 2010년대에 들어서며 자신만의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지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빈폴은 런칭 30주년을 맞아 한국적인 클래식을 입고 지속가능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재탄생을 예고했다. (사진=빈폴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최근에는 런칭 30주년을 맞아 한국적인 클래식을 입고 지속가능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재탄생을 예고했다. 2020년 S/S 시즌부터 상품은 물론 매장과 비주얼 등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새로이 리뉴얼된 빈폴의 핵심은 한국의 정서와 문화, 철학 등 한국의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빈폴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모토 하에 기존 빈폴이 갖고 있던 정체성은 유지하되, 한글 로고와 자전거 심볼, 고유체크 패턴 등 한국적 클래식 디자인을 담아냈다.

이러한 변화로 빈폴은 노후화된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등을 새로이 공략, 소비의 주축이 될 청년층을 유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빈폴은 '이름 빼고 다 바꾼다'며 재탄생을 예고했다. (사진=빈폴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이를 위해 우선 빈폴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디자인적 포인트를 살려 '한글 로고'를 새롭게 만들었다. 자음과 모음을 활용해 '빈폴 전용 서체'를 만들고, 'ㅂ'과 'ㅍ' 등의 자음을 체크 패턴에 디자인해 빈폴만의 독창적인 체크 패턴을 창조해낸 빈폴 로고를 담은 영어 간판 대신 한글 간판을 사용할 계획이다.

또한 빈폴의 상징인 자전거 로고도 현대적인 재해석을 거쳐 변경됐다. 빈폴 기존 로고의 앞바퀴가 큰 자전거 ‘페니 파싱(Penny Farthing)’ 형태는 유지하면서 간결한 미학과 지속가능성을 내포해 바퀴살을 없앴다. 체격과 머리스타일, 자전거를 타는 각도 등 현대 디자인이 반영됐고, 여성과 어린이 로고까지 다양하게 가족의 형태로 탄생했다.

빈폴은 브랜드 헤리티지와 히스토리를 존속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브랜드 아카이브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플래그십 스토어도 계속해서 선보이면서 밀레니얼 및 Z세대 고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향후 30년을 내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