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머리부터 발끝까지 '친환경'으로...요즘 패션 트렌드는 '업사이클링'
[이슈&트렌드] 머리부터 발끝까지 '친환경'으로...요즘 패션 트렌드는 '업사이클링'
  • 이지원
  • 승인 2020.04.0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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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제작한 옷 15벌로 패션쇼를 진행했다. (사진=현대자동차)

2019년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특별한 패션쇼가 진행됐다. '2020 SS 뉴욕패션위크'가 시작된 9월 6일(현지 시간) 맨해튼에 위치한 퍼블릭 호텔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로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에 등극한 사라 제시카 파커(Sarah Jessica Parker) 등 유명 배우들과 비욘세의 전 스타일리스트,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예 스타, 패션 블로거와 인플루언서 등 300여 명이 가세하며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가 개최하는 패션쇼 덕분이었다. 패션과 관련없을 것 같은 현대자동차가 이러한 행사를 개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현대자동차가 기획한 행사의 명칭은 '리스타일(Re:Style)', 친환경 패션 디자이너 마리아 코르네호(Maria Cornejo)의 브랜드 '제로+마리아코르네호'와의 협업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리스타일은 새로움을 뜻하는 'Re'와 패션을 뜻하는 'Style'의 합성어로, 재활용이 힘든 폐소재를 패션과 접목시켜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디자이너 마리아 코르네호는 2003년부터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회원으로 임해 왔으며, 2013년부터는 CFDA의 지속가능위원회 창립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S/S 컬렉션에서는 폐기되는 캐시미어 실을 활용한 친환경 니트, 식물에서 추출한 염료를 사용해 만든 가죽의류를 선보이며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트렌드를 선도하기도 했다.

위의 두 가지의 힌트를 보면 알 수 있듯 현대자동차의 리스타일 컬렉션은 '업사이클링(Up-Cycling)'을 통해 만든 옷으로 꾸려졌다. 해당 패션쇼에서 현대차와 마리아 코르네호는 작거나, 오염돼 폐기 처리됐던 자투리 가죽을 활용해 점프슈트와 원피스 재킷 등 15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지속 가능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을 자동차와 패션이 만나는 이색 컬래버레이션으로 업사이클링을 구현해 전세계에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최근 패션업계에서 가장 대두되는 트렌드는 단연 업사이클링이라 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트렌드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패션쇼에서 업사이클링이 자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최근 패션업계에서 가장 대두되는 트렌드는 단연 업사이클링이라 할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각 패션 기업들이 친환경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업사이클링 제품을 출시하는 스타트업도 줄줄이 생겨나는 추세다. 

패션업계가 업사이클링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나날이 축소하는 패션 시장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섬유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패션 시장의 성장률은 2016년 4.1%에서 2017년 -1.6%로 급락했다. 한 차례 급락의 맛을 본 패션 업계는 2018년과 2019년에 접어들어 각각 1.8%, 1.2%의 더딘 성장률을 기록하며 하락 기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전세계 패션 트렌드는 SPA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래 SPA 브랜드는 '패스트(fast)' 패션의 집합체였다. 패스트 패션이란 이윤을 늘리고 극대화시키기 위해 생산과 공급 주기를 1~2주까지 단축하는 방식을 뜻한다. 특히 H&M,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의 성공으로 패스트 패션 트렌드가 자리잡자 더욱 더 빠른 '울트라 패스트(ultra fast)' 패션 시대까지 열리곤 했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의 뒤로는 환경 오염이라는 문제가 따랐다.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물의 20%가 패스트 패션을 만드는 데 사용됐으며, 목화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 역시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의 20%를 차지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고 빠르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문제점은 옷의 수명을 짧게 만들었고, 폐기물 역시 늘렸다. 자연스레 환경오염의 문제점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밀레니얼 세대가 패스트 패션에 반기를 들며 해당 트렌드는 몰락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때 최대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한 세대)'가 이러한 패션업계의 트렌드에 반기를 들며 패스트 패션은 점차 몰락했다. 

평균 학력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사회적 윤리의식이 높으며 제품을 구매할 경우에는 본인이 선호하는 가치를 중시하기도 한다. 또한 이전 세대에 비해 소득이 낮아 중고거래나 B급 제품의 구매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이들은 SNS를 통해 확산되는 환경 문제들에 관심갖기 쉽다. 바다 거북이의 코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 등 환경 문제의 단면을 다룬 콘텐츠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도 위기감을 심어 주기 마련이다. 

이처럼 윤리성과 친환경적인 이슈에 관심을 갖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남들의 소비 패턴을 따라가는 것은 지양하지만 제품의 가격, 성능 외에도 공정무역이나 환경문제까지 꼼꼼히 따져 가며 재활용, 업사이클링 제품 등 다양한 가치소비를 즐긴다. 이것이 곧 패션 업계들이 업사이클링 등 친환경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사진=삼성물산 온라인몰에서 캡처)
빈폴은 이미지 탈바꿈의 첫 걸음으로 업사이클링 운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온라인몰에서 캡처)

업사이클링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로, 이미 사용됐거나 버려진 물건에 디자인을 가미하고 활용성을 더해 기존의 가치보다 높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것이 곧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유다. 

프라이탁은 1993년부터 업사이클링을 실현해 온 브랜드다. 버려진 트럭의 방수천막과 안전띠 등을 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은 현재 서울, 뉴욕, 베를린, 도쿄 등 도시에서 45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연간 처리하는 방수천막은 매년 440톤에 이르며 가방을 만드는 과정에서 폐기된 자전거의 이너 튜브 약 3만 5000개, 자동차 안전벨트 약 28만 8000개를 사용하며 친환경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가 하면 2019년 론칭 30주년을 맞은 삼성물산의 캐주얼 브랜드 '빈폴'은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탈바꿈할 것을 선포한 바 있다. 그 중 첫 번째로 실현고자 한 것이 곧 업사이클링 운동이다. 

지난 2020년 1월, 빈폴은 친환경 라인 '비 싸이클(B-Cycle)'을 새롭게 선보였다. 빈폴멘의 리버시블 퀼팅 점퍼와 베스트 등의 상품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소재개발팀과의 연구개발를 통해 개발한 폐 페트병 재생 충전재가 사용됐다. 해당 충전재는 프리마로프트 수준의 기능성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50% 이상 저렴해 소비자들의 '가심비'까지 충족시킬 예정이다. 

더불어 빈폴레이디스는 폐어망을 재활용한 재생나일론 소재의 트렌치, 재킷, 패딩 코트 등을 출시했다. 겉감은 세척과 방사 과정을 거친 폐어망 원사를 옷의 겉감으로 사용했으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자체 개발한 재생 폴리를 충전재로 활용했다.

(사진=얼킨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업사이클링 관련 스타트업도 출범 중에 있다. (사진=얼킨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관련 스타트업도 출범했다. 이성동 디자이너가 운영 중인 업사이클링 기반의 소셜 패션 브랜드 '얼킨(ul:kin)'은 버려지는 캔버스를 활용해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버려지는 화학작품을 가방이나 패션 소품으로도 생활 용품을 제작하고 있다. 

얼킨은 지난 2월 크라우드 펀딩 플램폼 와디즈를 통해 작가의 습작으로 가방을 제작한 후, 남은 자투리 그림을 다시 재사용해 제작한 에어팟 케이스를 선보였다. 모든 제품이 단 하나뿐인 얼킨의 에어팟 케이스는 희소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관심을 샀다. 

하지만 더욱 활발한 업사이클링 확산을 위해서는 이들을 위한 지원체계가 철저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이정임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이 발간한 '폐기물의 재탄생 업사이클 산업의 육성'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규모는 40억 원 미만인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업사이클링 기업 대부분은 4년 미만의 신생기업이며 연 매출이 5000만 원 미만이고, 업주가 20~30대, 종사자 숫자가 한두 명에 불과한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대부분이었다.

연구원은 업사이클 활성화 방안으로 ▲예비창업자 및 파생기업 등 기업육성 지원체계 마련 ▲업사이클 플랫폼 운영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역 특화산업 발굴과 소재 은행 구축 ▲업사이클 산업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제안했다.

이정임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업사이클 제품은 주로 버려지는 폐제품을 원료로 생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제품의 환경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뒤를 이어 "업사이클 산업은 재사용, 재활용 원료의 특성상 소재 수급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며 "소재 관련 기업, 재활용센터, 민간처리업체 등의 재활용 인프라 시설과 연계한 소재 은행을 구축해 소재공급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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