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무서워!"...성인 2명 중 1명은 전화를 두려워하는 '콜포비아', 혹시 나도?
"전화가 무서워!"...성인 2명 중 1명은 전화를 두려워하는 '콜포비아', 혹시 나도?
  • 이지원
  • 승인 2019.11.01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콜포비아를 겪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네이버 티비 '경훈에게 숙이는 어떤 공포증?!!' 영상에서 캡처)

지난 2019년 3월 13일, KBS 2TV에서 방송된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는 샤이니의 키가 출연하며 입담을 펼쳤다.

해당 방송 중 김용만은 키에게 "공포증이 있냐"고 묻자 키는 "공포증까지는 아닌데 전화만 오면 가슴이 떨린다"며 "부모님을 제외하고 모든 전화가 올 때 두렵다"고 답했다. 이어 "문자는 오면 생각을 하고 적을 수 있는데, 전화는 바로 말을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러한 장면이 송출된 후 많은 젊은이들은 키의 입장에 공감했다. 자신도 통화에 두려움을 느껴 수신 전화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문자를 달라고 요청하거나, 심지어는 자신이 할 말이나 상대방의 반응 등을 예상하는 '전화 시나리오'를 작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최근 들어 전화를 무서워하는 '콜포비아(call phobia)'가 늘어나고 있다. 콜포비아는 상대방과의 통화가 떨리고 긴장돼 기피하는 증상을 갖고 있으며, 평소에 메신저만 사용하다 보니 통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이라 추측된다. 

직장인 중 91.1%는 전화 공포증에 공감하고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공포증'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1%가 '전화 공포증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는 콜포비아가 소수만이 겪는 독특한 공포증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지표 중 하나이다.

더불어 2019년 10월,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콜포비아 현황'에 의하면 성인남녀 중 46.5%가 콜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성인남녀들이 콜포비아를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메신저 앱/문자 등 비대면 의사소통에 익숙해져서(49.2%)였다. 그 외에 통화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말실수를 할까 봐(35.5%) ▲ 말을 잘 못해서(28.4%) ▲통화 업무나 선배/상사와의 통화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겨서(18.0%) ▲통화로는 상대방 말을 정확히 듣고 이해하는 게 어려워서(18.0%) 등 도 콜포비아를 겪는 주요 이유로 꼽혔다.

또한 콜포비아를 겪는 성인남녀 중 절반에 달하는  45.2%는 '콜포 비아가 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답했다. 특히 콜포비아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는 답변은 ▲직장인 그룹(53.5%)이 ▲대학생 그룹(41.3%)보다 10%p 이상 높았다.

실제로 성인남녀들이 가장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조사한 결과, '비대면 의사소통-문자/메신저'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44.0%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직접 만나 의사소통 하는 '대면 의사소통(41.8%)'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2위에 올랐고, 비대면 의사소통 방식 중 전화를 선호한다는 답변은 12.9%로 가장 낮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콜포비아의 원인으로는 사회 전반에 퍼진 언택트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콜포비아의 원인으로는 사회 전반에 퍼진 '언택트 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언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을 붙여 만든 신조어이다.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비대면 형태로 정보와 서비스를 받는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히  2030세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IT 등 첨단 기술을 소비활동과 연결한 키오스크, VR(가상현실)쇼핑, 챗봇 등을 이용하는 언택트 매장·서비스가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언택트 서비스를 이용할 시 점원 또는 운전기사와 불필요한 대화를 나눌 필요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언택트 문화를 반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대면에 익숙해지며 대화를 나눌 수 없고, 이에 감정을 전달하는 요소가 사라지고 있다. 주문과 배달, 택시 부르기 등 비대면으로 기계나 어플로 모두 해결하며 직접적인 의사소통보다는 간접적인 소통이 늘어난 것이 콜포비아의 확대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배달앱의 성장으로 인해 주문을 할 때마저도 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며, 일반 음식점에서도 키오스크를 사용하며 대화의 요소마저 사라진 것이라 예상된다.

전문가들 역시 '면대면(Face to Face)' 커뮤니케이션의 감소가 전화 공포증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 역시 '면대면(Face to Face)' 커뮤니케이션의 감소가 전화 공포증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언택트 서비스가 확대되며 정서적인 부재로 이어지고, 날을 거듭할수록 통화 횟수가 줄어들어 콜포비아로 시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콜포비아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 역시 스마트폰이 탄생한 2009년이 기점이었다. 실제로 콜포비아는 어린 시절부터 문자로 간접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익숙한 1020세대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는 직접 만나서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할 기회가 기성세대보다 적었으며,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읽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을 피곤한 일로 여기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쉽게 숨길 수 있는 문자 등을 선호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4년 자료를 보면 스마트폰 이용 목적에 대해 '채팅과 메신저를 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79.4%로 '음성·영상통화(70.7%)'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비대면 서비스 등장이 콜 포비아 현상의 절대적인 원인인 것은 아니다. 통화 중 말실수로 꾸지람을 겪거나, 혹은 습관적으로 욕설·폭언을 당하는 콜센터 직원들도 이를 경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과 언택트 문화가 점점 더 만연해지고 있는 요즘, 콜포비아는 계속되는 숙제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콜포비아 현황에 따르면 콜포비아를 겪는 성인남녀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성인남녀 중 67.6%가 '증가할 것'이라 답해 콜포비아를 앓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 예상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