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신체적 약자 배려하고 권리 존중하기 위한 뷰티업계들의 노력
[이슈&트렌드] 신체적 약자 배려하고 권리 존중하기 위한 뷰티업계들의 노력
  • 이지원
  • 승인 2019.11.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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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머리를 감을 때, 답답했던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혹시라도 눈에 거품이 들어갈까, 샤워를 할 때 눈을 감고 있다 보면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바디워시인지 샴푸인지 알 길이 없다. 이 경우 손을 더듬어 제품을 구분하거나, 그럼에도 구분이 힘들 경우에는 눈을 뜨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하루하루가 고단의 연속이다. 생활용품은 용기 모양이 유사한 경우가 많아 시각장애인이 잘못 사용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이들의 경우에는 제품을 찾는 것부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지 모른다. 

이처럼 전세계 약 2억 8500만 명, 국내에는 25만 명에 달하는 시각장애인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불편하게 수행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우리가 편리하게 여겼던 ATM, 키오스크는 물론 샴푸와 트리트먼트 등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했던 것들 조차도 불편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뷰티업계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을 '생필품'의 범주에 넣고, 시각 장애인들의 제품 선택권이 존중받고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뷰티업계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체적 약자를 배려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일반인에게까지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다시 한 번 돌이켜 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록시땅은 뷰티업계 중 최초로 전 제품에 점자를 표기하기에 나섰다. (사진=록시땅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록시땅은 이미 지난 1997년부터 제품들에 점자 표기를 도입했다. 뷰티업계 최초로 전 제품에 점자 표기를 선보인 것이다.

모두가 올바른 제품을 선택 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록시땅은 제품 용기에 점자를 표시하는 것은 물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설립한 공익 재단인 록시땅 글로벌 재단은 한국·중국·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과 영국·독일 등지의 유럽 등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중국·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과 영국·독일 등지의 유럽 등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다.

록시땅은 글로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록시땅 글로벌 재단 설립 4년 만에 200만 명에 이르는 시각장애인의 안과 시술을 도왔으며, '유니온 포 비전'이라는 국제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2020년까지 1000만 명 어린이들의 실명 예방을 위한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2018년에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실명 예방을 위한 '아이 러브 록시땅'(EYE LOVE L’OCCITANE)' 캠페인을 진행하고, 록시땅 글로벌 재단과 록시땅 코리아의 캠페인을 통해 조성된 7000만 원의 기부금은 국내 NGO 단체인 '하트-하트재단'에 전달돼 의료 지원이 취약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후원되기도 했다. 해당 캠페인을 진행함과 동시에 전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캠페인 점자 스티커를 증정하는 등 일반인들에게도 시각장애인들에 대해 리마인드 할 시간을 선사한 것이다.

이처럼 록시땅은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돕기를 위한 모금 운동이나 지원비 마련을 위한 활동을 넘어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시각 장애와 실명 예방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 중에 있다.

인티 뷰티 브랜드 또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사진=닥터디퍼런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인디 뷰티 브랜드의 착한 활동 또한 눈에 띈다.

브랜드 '닥터디퍼런트'는 제품명을 그대로 점자화하여 제품 용기와 단상자에 표기해 피부 타입에 따른 선택의 폭을 넓혔다. 브랜드 '바이오믹' 역시 전 제품에 점자 표기를 도입하고 향후에는 시각 장애를 가진 이들도 화장품 전 성분 등의 정보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점자만이 기입된 브랜드 상품 소개서 및 리플렛 등을 제작할 계획이다. 

더불어 브랜드 '이퀄베리'는 국문 및 영문 점자 표기를 전 제품에 적용했으며, 시각 장애인 내에서도 점자 학습률이 15% 수준인 점을 고려해 각 제품별로 완전히 상이한 형태의 용기를 선보였다. 점자를 통해 해당 제품의 종류를 인지한 이후부터는 손에 잡히는 감각만으로도 토너나 에센스, 크림 등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국내 대기업 뷰티 브랜드 역시 시각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국내 뷰티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대기업들 역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우선 아모레퍼시픽은 시각장애인들이 제품 구입 시 제품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점자 표기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남녀노소,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제품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 용기에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이나 장애, 나이, 언어 등으로 제약을 받지 않고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된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09년부터 제품 용기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했다. 에센셜 데미지케어 라인의 제품을 시작으로 용기 뒷면 상단에 '샴푸'와 '린스'를 점자로 표기하고 있으며, '려(呂)'는 샴푸 용기 측면에만 돌기를 적용해 시각장애인들이 제품을 잡았을 때 샴푸와 린스를 쉽게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일리윤은 컴포트 레스트 라인 제품의 용기 라벨에 제품명 전체를 점자로 표기하는 대신 ▲바디워시 ▲바디오일 ▲방향제 등 제품 유형을 점자로 표기하며 시각장애인들이 빠르게 제품을 구분하고 사용하도록 했다. 

LG생활건강 또한 중증 시각장애인의 편의를 지원하는 '생활용품 점자스티커 공동보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에 나섰다.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과 이루어지는 해당 협약은▲시각장애인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공감하며 자립적인 소비생활 지원 ▲시각장애인소비자의 의견과 정보 적극 반영을 위해 진행됐다.

이로써 LG생활건강과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은 특히 샴푸, 로션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붙이는 점자·문자 겸용 스티커를 제작 및 보급한다. 샴푸와 린스, 세안, 로션, 스킨, 바디, 치약, 클렌저 등 8가지 점자스티커를 개발하고 다양한 제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 조합형'으로 구성했다. 더불어 기존 점자스티커와 달리 문자도 병기해 저시력자도 제품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