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범죄 예방을 위한 도시환경 조성, '셉테드(CPTED)'
[솔로이코노미] 범죄 예방을 위한 도시환경 조성, '셉테드(CPTED)'
  • 이지원
  • 승인 2019.12.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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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가구의 경우 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잇달아 일어나며 안전에 대한 논의 또한 계속되고 있는 추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인가구는 대체적으로 범죄의 표적이 되기에 쉽다. 특히 여성 1인가구의 경우, 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잇달아 일어나며 안전에 대한 논의 또한 계속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인가구의 수는 60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가구 중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중 여성 1인가구의 경우에는 291만 4000가구로, 전체 1인가구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2018년보다 2.5%p 높아졌으며, 20년 전보다는 무려 128.7%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300만 명에 육박하는 여성 1인가구이지만 계속되는 사례로 인한 불안감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반적인 사회 안전에 대한 질문에 '불안하다'는 여성 비율은 35.4%로 남성(27%)보다 높았다. 특히 여성의 절반 이상은 범죄 발생(57%)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여성이 뽑은 우리 사회의 가장 불안한 요인으로는 범죄 발생(26.1%)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홀로 사는 여성 1인가구의 경우 다인가구, 혹은 남성 1인가구에 비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며 각종 범죄에도 취약하다. 이에 최근에는 범죄의 사전예방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범죄로 이어지기 전, 미리 도시의 환경을 바꿔 범죄를 예방하는 디자인인 '셉테드(CPTED)'를 향해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범죄로 이어지기 전, 미리 도시의 환경을 바꿔 범죄를 예방하는 디자인인 '셉테드(CPTED)'를 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범죄의 예방이란 그 말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 비단 '위험하니까 혼자 다니지 말라'는 단순한 말로는 범죄를 예방할 수 없는 것이다. 혼자 다녀도 위험하지 않을 만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범죄의 사전예방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셉테드란 어두운 골목은 담벼락을 허물어 없애고, 주민들의 자연스러운 감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즉, 범죄를 저지르기 어렵게 주변환경을 바꿔 범죄자들의 범죄 실행 의지를 꺾는 것은 물론 범죄율까지 떨어트리고 근원적인 차원에서 범죄 예방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셉테드를 도입해 그 효과를 누리고 있다. 

공간 설계에 따라 범죄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은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됐으며, 이어 1970년대 초 미국의 학자 오스카 뉴먼이 사적 영역이 생길 경우 그 공간에 대한 자치와 보안이 강화된다는 연구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영국에서는 CCTV 설치를 통한 감시를 강화하고 창문이나 현관 등 보안을 강화했으며, 영국 웨일즈 크로머 스트리트의 경우 주거단지 중앙에 근린공원을 조성하는 등 각 세대에서 감시가 가능하게 하고 주민동선에 벤치를 둬 주민들간의 교류, 모임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하는 등의 노력을 펼친 바 있다. 그 결과, 2004년 영국의 범죄 발생율은 1995년에 비해 40% 이상 크게 감소했다. 더불어 주민들의 거주지에 대한 만족도는 상승하게 되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주가 1996년부터 범인들의 주요 출몰지인 마이애미 북부 주거지역으로 연결되는 78개의 도로를 막는 '접근통제' 셉테드를 진행해 효과적으로 범죄 발생율을 줄일 수 있었다.

국내의 셉테드 사례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어떤 셉테드가 운영되고 있을까?

국내에서는 2004년 경기도 부천시에 셉테드가 도입됐으며, 그 이후부터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사업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에는 디자인정책과가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범죄예방사업에 셉테드를 적용 중이다.

셉테드 성공사례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있다. 재개발 사업이 지연으로 인한 슬럼화가 되면서 주민들의 범죄 불안감이 커졌던 염리동은 셉테드에 의해 탈바꿈했다. 서울시 디자인정책과는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기 전, 우선적으로 염리동의 주민의 생활패턴을 파악했다. 그 결과 대부분이 취약층의 사람임을 인지했으며, 이에 맞게 디자인으로 염리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파악했다.

이러한 고심의 결과 끝에 완성된 곳이 바로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의 '소금길'이다. 좁고 어두워 마음 편히 걸을 수 없던 골목길은 산책로로 조성됐으며, 구불구불한 길 탓에 주민들도 헷갈려했던 곳은 가로등에 번호를 매겨 보행자가 자신의 현재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좁고 비탈진 골목길에는 우중충한 분위기를 날리고자 담벼락 가득 벽화가 채색되기도 했으며, 곳곳에 운동시설과 안전지도, 방범용 LED번호표시등을 설치했다.

이러한 셉테드 관련 정책을 펼친 결과 해당 정책은 범죄 불안감 9.1%가 감소하고 마을에 대한 애착심은 13.8% 증가하였으며, 78.6%의 범죄예방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는 경기도와 대구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셉테드 정책을 포함시키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셉테드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부천시 고강동과 심곡동 등 주택잔지의 범죄 발생률은 실제로 줄어들기도 해, 서울시 또한 2010년부터 새로 지정되는 모든 뉴타운에 셉테드 기법의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셉테드 도입 시 주의할 점은?

셉테드, 주의할 점은 없을까?

셉테드의 경우 5가지 원칙에 따라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한다. 주변을 잘 볼 수 있고 은폐장소를 최소화하는 자연감시, 외부인과 부적절한 사람의 출입을 통제, 공간의 책임의식과 준법정신을 높이는 영역성 강화, 자연감시와 연계된 다양한 활동을 유도, 지속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무분별한 도입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범죄환경이나 시설, 특성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별다른 분석 없이 '보여주기식' 행정을 이유로 도입될 경우에는 세금만 낭비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제대로된 분석 후 지속적 관리와, 이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까지 뒷받침돼야 셉테드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