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n] 가장 신선하고 빠른 정육점...푸드테크 스타트업 '정육각'
[스타트업 in] 가장 신선하고 빠른 정육점...푸드테크 스타트업 '정육각'
  • 이지원
  • 승인 2020.01.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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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기 어렵다던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하고, 수재 소리를 들으며 미국 유학까지 앞두고 있던 한 남성이 창업을 선언했다. 그야말로 '누구나 선망하는' 스펙의 그가 눈길을 돌린 것은 정육점 사장님의 자리였다. 모두가 코웃음을 치고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그는 당당히 매출 100억 원을 넘보는 기업으로 자리했다. 

잘 나가던 그는 왜 이런 선택을 했으며, 보란듯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재연 대표가 운영하는 온라인 점육점, 초신선 푸드테크 스타트업 '정육각'을 소개한다.

도축 후 3일~5일 내의 돼지고기를 소비자들의 식탁에 전달하는 스타트업, '정육각' (사진=정육각 홈페이지에서 캡처)

온라인 구매가 활발한 세상이 찾아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육류 구매에는 지갑 여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다. 변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때 정육각의 매력이 드러난다. 정육각은 변질이 우려돼 육류 소비를 꺼리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헤아렸고, 이러한 마음의 벽만 허물 수 있다면 재구매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밖에 안 먹은 사람은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감은 그들의 운영방식에서 쌓을 수 있었다.

정육각은 도축 3일 내외의 고기만을 판매한다. 신선식품의 격을 높이자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 정육각은 항상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도축 후 3일~5일 가량 된 돼지고기가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알아챈 김 대표는 그 기간 안에 고객의 식탁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오랜 시행착오 끝내 주문이 들어오면 도축한 지 1일~4일 된 돼지고기를 바로 패키징 후 구매 당일, 혹은 다음 날까지 배송을 완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만약 오전에 주문한 고객이 있을 시 빠르면 당일 저녁, 도축 48시간 내의 신선한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정육각은 오랜 준비와 시행착오 끝에 시작됐다. (사진=정육각 홈페이지에서 캡처)

오후 4시 이전에 주문 시에는 전국 어디서나 익일 오후 6시 이전에, 서울 지역은 낮 12까지 주문 시 당일 저녁 6시 전에 수령이 가능하다. 오후 8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7시 전에 도착하는 새벽배송도 운영 중에 있다. 빠른 배송 외에도 재고가 남지 않게 하는 '주문량 예측 시스템'과 '2시간 내 생산 프로세스'는 정육각의 확연한 차별점이자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정육각은 고기 맛에 영향을 주는 '3통(품종, 사료, 사양 관리)'를 통일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정육각이 이러한 팁을 쉽게 얻은 것은 아니다. 4명으로 구성된 정육각 팀은 맛있는 고기의 비밀을 찾기 위해 사업 초기 6개월 동안, 하루 세 끼 돼지고기만 먹는 일도 허다했다.

사실 도축한 돼지고기를 바로 소비자들의 식탁에 올리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적인 사업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으며, 높은 난이도와 더불어 수익 또한 보장할 수 없었다.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한다 하더라도 재고를 남겨 두지 않고 가장 신선한 상태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매일 매입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열에 아홉은 가능성이 없다고 했지만, 그는 치열하게 준비했다. 오랜 시간 변화가 없던 축산업계에 남다른 변화마저 이끌어낸 것이다. 

늘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정육각의 매력에 소비자들의 재구매율 역시 높은 편이다. (사진=정육각 홈페이지에서 캡처)

사실 그가 '무모한 도전'에 뛰어든 것은 우연에서 시작된 결과이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던 김 대표는 유학 전 돼지고기를 실컷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안양의 도축장까지 향했으며, 그 맛에 반하게 됐다.

그리고 생각했다.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며,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돼지고기임에도 불구하고 '왜 먹을 때마다 맛이 달라지느냐'에 의문을 가진 것이다.

엉뚱한 호기심에서 생각난 사업이지만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많은 사랑을 보내고 있다. 2019년 3월과 4월에는 20억 원 규모의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개업한 지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도 했다.

늘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한다는 점에 소비자들의 재구매율 또한 높은 편이다. 2회 이상 이용 고객의 1개월 내 재구매율은 70%, 3회 이상 고객은 80%에 이른다.

무료 배송 대신 할인 정책을 도입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무료 배송을 위해 억지로 가격을 맞춰야 하는 불편함 대신 상품을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할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고객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는 것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월 3500원만 내면 월 4회까지 무료로 배송해 주는 '신선 플랜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향후에는 월 10만 원 지불 시 고객의 기호에 맞는 고기나 계란, 우유 등을 주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초신선 구독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라 밝혔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