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보톡스 분쟁서 '승기 잡아'...대웅제약 '美ITC 오판, 이의신청' 할 것
메디톡스, 보톡스 분쟁서 '승기 잡아'...대웅제약 '美ITC 오판, 이의신청' 할 것
  • 임은주
  • 승인 2020.07.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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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A형 '메디톡신'(사진=뉴시스)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A형 '메디톡신'(사진=뉴시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톨리눔 균주 도용 분쟁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ITC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10년간 수입 금지 예비 판결을 내려 사업 중단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ITC는 6일(현지시간) '보톨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예비 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에 대해 10년간 수입을 금지한다는 예비 판결을 내렸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일명 '보톡스'로 불리며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 성형 시술에 주로 쓰이는 바이오의약품이다.

이는 메디톡스가 지난해 1월 ITC에 대웅제약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하면서 수입 금지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ITC의 이번 예비 판결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톨리눔 균주를 도용했다는 메디톡스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대웅제약은 "ITC로부터 전달받은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은 미국의 자국산업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적 판단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는 대로 이를 검토한 후 이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나보타는 2014년 국내에서 출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지난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나보타는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는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한 제품이다. 이번 예비 판결의 수입금지 권고로 미국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예비판결은 오는 11월 최종 판결에 앞서, 행정 판사가 ITC 위원회에 권고의견을 내는 절차다. 예비판결이 최종 판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최종 판결에서 결과가 뒤집혔던 경우도 있었기에, 대웅제약은 판도를 바꾸는데 전력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이의절차도 진행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제조기술 도용, 관할권 및 영업비밀 인정은 명백한 오판임이 분명하다"며 "이 부분을 적극 소명해 최종판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ITC의 예비 판결이 번복된 적이 거의 없다며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에 ITC 예비판결을 국내에서 벌이는 민·형사 소송에 참고자료로 제출하는 등 소송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대웅제약 나보타(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 나보타(사진=대웅제약)

일각에서는 메디톡스가 ITC의 결정을 근거로 대웅제약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메디톡스가 ITC 판결을 들고 대웅제약에 훔친 균주로 얻은 수익과 그동안의 소송비용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대웅제약은 "ITC는 일종의 행정소송이라, 수출입 제한에 효력이 있을 뿐 법리적으로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며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지려면 민·형사 재판에서 대웅이 균주를 도용했다는 명확한 국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양사 모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6월 미국 법원에 '자사의 전 직원이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품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고 제소했다. 하지만 해당 법원이 2018년 4월 이를 기각하자, 지난해 1월 미국 ITC에 제소했다. 여기에 앞서 2016년부터 국내에서도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예비 판결은 ITC 전체위원회의 검토와 미국 대통령 승인을 거쳐 오는 11월 최종 확정된다.  최종 판결에서도 메디톡스가 승소한다면, 미국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대웅제약의 제품은 더 이상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한편 ITC가 예비 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는 소식은 양사 주가에 영향을 주며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메디톡스는 7일 오후 1시 45분 현재 전 거래일 보다 30.00%(4만9800원) 오른 21만5800을 기록 중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16.1%(2만1500원) 내린 11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