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인터뷰]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입장에서 본 '1인가구 혼라이프'
[POP인터뷰]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입장에서 본 '1인가구 혼라이프'
  • 오정희
  • 승인 2020.08.2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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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라이프 장점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는 상대적으로 적다'
혼라이프 단점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무게가 작지 않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많은 사람들이 1인가구가 증가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로 '외로움'을 꼽는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해결책은 없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런 점에 주목했다. 1인가구는 다인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생겼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꼭 정신과 질환이 있어야만 삶이 힘든 것은 아니며, 없더라도 힘들 수 있는데 이럴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다면 어려움을 더 쉽게 이겨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스로가 혼라이프를 영위하고 있는 혼족이면서 1인가구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현재는 중증정신질환자들이 입원을 하는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조현병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과 질환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정신과 의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에 다른 활동도 추가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방송 출연, 유튜브 진행 및 강의도 하구요. 정신과 질환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단 상담 및 개인 상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1인가구이신 만큼 1인가구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병원에 1인가구분들이 많이 찾아오시는 편인가요?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시나요? 

정신건강의학과라는 병원이 일반 대중들에게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큰 병이 있어야만 진료를 보는 것이라고 착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정신건강의학과는 나랑은 관계가 없는 병원, 그래서 방문할 일이 없는 병원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꼭 정신과 질환이 있어야만 삶이 힘든 건 아니니까요. 정신과 질환이 없더라도 분명 삶은 힘듭니다. 이럴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려움을 더 쉽게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1인 가구가 많이 늘고 있습니다. 1인 가구는 정신적인 어려움이 생겼을 때 함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리고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무게도 작지 않다고 생각하구요. 1인 가구 분들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조금 더 가깝게 여기신다면, 각각의 행복이 모여 대한민국 전체가 더 행복하고 건강해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Q. 전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혼족에 대한 시선이 궁금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고슴도치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멀어지면 춥고 외로워지고, 가까워지면 서로 찌르게 됩니다. 과거에는 서로 찌르더라도 참고 견디며 함께 사는 것이 당연시 되고 다른 대안에 대해 생각지 조차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자랐던 지금 세대들은 대안적인 선택에도 과거보다 많이 열려있는 듯 합니다. 꼭 함께 살아야만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가정을 꾸리는 것과 혼족은 선택의 문제이지, 어느 것이 더 우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선택의 폭 자체가 좁았다면, 지금은 그 선택의 폭이 늘어났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진정한 혼라이프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서 언급했듯이, 혼라이프를 선택할 경우, 장점은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일 것입니다. 단점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무게가 작지 않다는 점일 테지요. 그런데 이 외로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자세히 생각해보아야 할 거 같습니다. 꼭 누군가와 함께 해야만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정을 꾸리고 함께 살아도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타인이 온전히 내 편이 되어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온전히 내 편이 되어주고 있을까요? 이게 그렇게 간단치 만은 않습니다. 내가 내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죠. 내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무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의식 수준에서 생각하는 것들을 '나'라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나'라고 명찰표만 붙여 놓은 것이지요. '진짜 나'는 가슴 속 깊은 곳에 따로 있는 데도 불구하구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진짜 나’의 목소리에 귀를 잘 기울여주는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머리로 규정한 '나'를 '진짜 나'로 착각하는 순간 '진짜 나'는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 여기 있어.'라고 외치지만, 주인이 착각하는 순간 그 소리를 외면하게 되니까요. 외로움의 근본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로움의 무게를 덜고 진정한 혼라이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게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기 라고 생각합니다. 

Q.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신치료라는 상담(정신질환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을 할 때, '자유연상'이라는 기법을 주로 씁니다. 말 그대로 어떤 생각이든 떠오르는 대로 말을 하는 것이지요. '자유연상'의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와 닿게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지금부터 아무 생각을 하지 말아보세요" 어떤가요? 나는 아무 생각 안 하려고 해도,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이 많습니다. 명상을 할 때, 호흡이나 단전 같은 데 집중을 하는 이유도, 머리를 백지로 비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중을 할 대상을 정해서 잡생각을 지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아무 생각 안 하려고 하는데,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은 어디에서 온 걸까요? 그 안에 '무의식의 나', '진짜 나'의 모습들이 들어있습니다.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따라가 보는 연습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보다 한 발짝 앞서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 데'에 더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보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관찰하는 습관입니다. 이런 연습을 해보신다면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들을 조금씩 발견해 가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지금껏 세워놓았던 허수아비를 한 켠에 치우고, '진짜 나'를 마주하고 안아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진짜 나'로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만약 혼자 이러한 과정이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상담)을 받는다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다고 저는 장담합니다.

저에게 상담을 받는 분들은 '세상과 내 자신이 좀 더 선명하게 보여서 새로운 세계에 사는 것 같다'고 표현들을 하십니다. 저도 상담을 받고 있구요. 저는 정신과 질환이 없는 일반인 모두가 이러한 과정을 경험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분명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지실 수 있습니다. 소외되었던 나 자신을 찾아, 외로움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지인들과 어울리고 있는 모습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지인들과 어울리고 있는 모습

Q. 어떤 혼라이프를 보내고 계신가요? 

앞서 언급했던 상담을 받으면서 저 스스로 몰랐던 제 자신을 발견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이 좀 더 대중화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도 쓰고, 유튜브도 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PASSO라는 국가공인전문가들(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로 구성된 모임을 운영하고 있고요. 강남구 1인가구 센터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집단 상담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세상 모두가, 그리고 세상이 좀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제 삶은 운동과 식단으로 점철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9월 13일에 PASSO라는 모임에서 단체로 바디프로필을 찍기로 예정되어 있거든요. 제가 키가 180cm인데, 몸무게가 60kg가 채 되지 않는 아주 많이 마른 몸매였었거든요. 10년에 걸쳐 몸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내 몸을 만들어가는 것에 재미를 붙인 거 같습니다. 요즘은 일주일이면 10회 이상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지내시는 공간(집)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신논현역 초역세권에 위치한 투룸입니다. 집은 오래되어 많이 낡았으나 교통의 편리함으로 선택하였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최고의 입지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혼자 있는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면서 보내시나요? 

정신의학을 대중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신의학신문에 글을 써서 기고를 하기도 하구요. 정신의학신문 TV, PASSO TV에서 유튜브를 진행하고 있기에,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제 삶이 많이 불행했었다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많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변했다고 생각하기에, 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큰 거 같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 

정신의학을 대중화시키는 방향으로 계속 노력할 계획입니다. 아직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이 정신과 질환이 있는 분들을 돕는 데에 많이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 영역을 넘어서 일반 대중들에게 정신의학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틀림없이 이 세상은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회는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해당 기사는 '강남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STAY.G' 섭외, 데일리팝 기획·제작으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