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솔직후기] 집에서 혼자 정통 에스프레소 추출하기-모카포트 사용기
[내돈내산 솔직후기] 집에서 혼자 정통 에스프레소 추출하기-모카포트 사용기
  • 김다솜
  • 승인 2021.12.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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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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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장 소비가 늘어난 부분은 ‘커피’였다. 오랜 시간 하루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게 습관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참에 커피를 아예 끊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몇 년에 걸쳐 만들어진 습관을 고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커피 배달로 인한 지출이 크게 늘었다. 배달 시 최소 주문금액이 평균 1만원 내외였기에, 딱히 먹을 생각도 없었던 디저트가 늘 함께였다. 그저 혼자 커피를 마시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커피 한 잔 가격과 맞먹는 배달비 지출도 계속됐다. 거기에 배달로 인해 쌓여가는 각종 쓰레기들은 돈 쓰고 죄책감을 느끼기에 딱이었다.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한 때였다. 

커피 배달을 줄이기 위해 처음 선택한 방법은 인스턴트커피였다. 여러 가지를 먹어본 결과 가장 입맛에 맞았던 것은 '집 안의 카페'라는 M사의 K커피였는데, 그마저도 시중 아메리카노의 맛에는 한참 못 미쳤기에 금세 질렸다.

다음은 캡슐커피였다. 머신과 캡슐을 사들이는 데 들어간 비용대비 맛은 그저 그랬다. 캡슐 하나당 나오는 커피양도 성에 차지 않아 매일 2~3개의 캡슐을 쓰다 보니 쓰레기 발생량도 무시 못 할 수준이었다. 캡슐커피 용기는 재활용도 어려워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기사도 접했다.

캡슐커피 머신은 중고장터에 내놓고 새로 구매한 것이 바로 ‘모카포트’다. 이탈리아에서는 거의 모든 가정이 사용한다 해도 무방할 만큼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커피 추출 기구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새 커피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이며, 특히 캠핑족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모카포트를 분리한 모습
모카포트를 분리한 모습

모카포트는 커피 추출과 보관 등이 매우 간편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귀차니즘이 매우 심한 필자마저 벌써 반년 가까이 모카포트를 꾸준하게 사용하고 있을 정도.  

현재 사용 중인 모델은 비알레띠 뉴브리카 4컵이다. 커피를 가볍게 즐기는 1인가구라면 2컵으로도 충분하겠지만, 필자는 통상 2~4인용이라는 4컵 모델을 혼자 사용 중이다.

바스켓에 원두를 채워 넣은 모습
바스켓에 원두를 채워 넣은 모습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은 이렇다. 모카포트는 상단포트와 바스켓, 하단포트 등 3가지로 구성돼 있다. 하단포트에는 4컵 기준 160ml의 물을 넣고, 바스켓에 곱게 갈린 원두를 채운다. 이때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듯 강하게 템핑하면 커피 추출이 되지 않으므로, 원두는 가볍게 부어 넣는다는 느낌으로만 채워야 한다. 이후 상단포트를 결합해 약불로 가열하면 된다. 

기화한 압력으로 추출하는 방식이라 드립커피 보다 훨씬 진한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커피를 추출하고 있는 모습
커피를 추출하고 있는 모습. 사진상 빈 화구 위에 원형걸쇠가 올려져 있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가스레인지의 화구 면적은 모카포트의 하단 면적보다 크기 때문에 원형걸쇠를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오피스텔 옵션으로 딸린 가스레인지의 화구 하나가 작게 설계돼 있어 걸쇠는 이용하지 않고 있다.

가열을 시작하고 수분 내에 커피가 추출되기 시작한다. 압력밥솥에서 나는 것과 같이 ‘취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커피가 모두 추출됐다는 신호로, 불을 끈다. 만약 불이 세거나 불을 끄는 시간이 늦어지면 커피에서 탄맛이 날 수도 있다. 특히 물이 다 기화되었는데 계속 열을 가하면 바닥이 새까맣게 타버리지 조심해야 한다.

커피 추출이 완성됐다
에스프레소 추출이 끝났다

이렇게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물에 타면 아메리카노, 우유에 타면 카페라테다.

홈카페의 가장 큰 장점은 ‘내 맘대로’가 가능하다는 것. 필자의 경우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운 음료보단 적당히 미지근한 온도를 선호하는 편이다. 시중 커피전문점에서는 핫과 아이스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홈카페에서는 미지근한 정수 위로 에스프레소를 넣어 내게 딱 맞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커피전문점에서는 자주 찾아보기 힘든 ‘화이트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기존 아메리카노에 생크림이나 우유를 아주 조금 첨가한 음료인데, 카페라테보다는 덜 부담스럽고 아메리카노보다는 부드럽다.

커피를 모카포트에서 따라낸 후에는 반드시 찬물에서 온도를 식힌 후 상하단 포트를 분리해 바로바로 설거지해주는 것이 좋다. 귀찮다고 결합된 상태 그대로 방치한다면 압력 때문에 분리가 필요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카포트 설거지에는 세제를 사용하면 안 된다. 물과 손만 이용해 꼼꼼히 닦아줘도 충분하다. 세척이 끝난 후에는 통풍이 잘 드는 곳에서 충분히 말려야 한다.

취향에 맞는 온도의 아메리카노가 만들어졌다
취향에 맞는 온도의 아메리카노가 만들어졌다

커피 추출 후 남은 커피 찌꺼기는 햇볕에 말렸다가 냉장고 탈취제나 기름기가 많이 남은 그릇이나 후라이팬을 닦는 데 사용 중이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어 휴지통에서 종종 악취가 났는데, 커피찌꺼기를 주기적으로 버리며 이 문제가 다소 완화된 건 의외의 수확이었다.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려 마시는 날은 월평균 25일 정도다. 모카포트 구입에 지출된 금액은 6만4900원, 매월 원두 구매에 사용되는 돈은 평균 2만~3만원 수준이다. 시중 커피전문점에서 25일간 3000원짜리 커피를 사먹었다고 가정하면 7만5000원, 배달을 시켰다면 25만원 이상을 지출했을 테니, 가성비는 확실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