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혼자 먹긴 많고, 버리자니 아깝고..‘공유냉장고’를 아시나요?
[인터뷰] 혼자 먹긴 많고, 버리자니 아깝고..‘공유냉장고’를 아시나요?
  • 김다솜
  • 승인 2021.12.24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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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로 살며 식자재에 대한 부담감을 가져보지 않은 이들이 얼마나 될까? 필자만 하더라도 음식을 해 먹고 난 다음 남은 채소나 과일 등을 처리하지 못해 냉장고에 보관하다 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뿐일까. 혼자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요리를 했다거나 밑반찬을 해놓고 집에서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아까운 음식을 버리는 일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공유냉장고는 이 같은 식자재 및 음식의 낭비를 막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공유냉장고'란?

처음 공유냉장고가 시작된 곳은 먼 나라 독일이다. 2010년 영화제작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발렌틴 투른은 ‘쓰레기를 맛보자’(Taste the Waste)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버려지는 농산물을 조며아,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일으켰다.

이후 음식 공유 사이트 ‘푸드셰어링’(foodsharing)을 통해 음식 공유 및 절약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움직임을 밑바탕으로 ‘공유냉장고’가 만들어졌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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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냉장고는 이름 그대로 마을 사람들끼리 냉장고를 공유하는 것이다. 누구나 음식을 넣을 수 있고, 또 누구나 냉장고 안 음식을 가져갈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240여개 도시에서 공유냉장고가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몇 해 전부터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경기도 수원시의 경우, 지난 2018년 공유냉장고 1호점이 설치된 이후 4년여 만인 현재 총 35개의 공유냉장고가 운영되고 있다.

 

수원시 공유냉장고,
주민 참여만으로 4년여 만에 35곳으로 확대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 따르면 공유냉장고 사업은 별도의 예산편성 없이 민간주도로 이뤄진다. 공유냉장고 설치부터 운영, 관리까지 모두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시민이 먼저 우리집 앞, 혹은 우리 가게 앞에 냉장고를 설치하겠다고 먼저 문의를 넣으면, 협의회 측에서 장소와 관리 주체 등을 검토해 설치를 진행하는 식이다. 음식을 넣는 것도, 냉장고 안 음식이 방치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음식을 가져가는 것도 모두 마을 주민들이다.

사진=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인스타그램
사진=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인스타그램

협의회 관계자는 데일리팝과의 인터뷰에서 “시에서는 홍보나 단체 연결 등 간접적인 역할만 담당하고 있을 뿐, 사업전개는 수원 시민분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며 “저희도 놀라웠던 건 이 도시에 나눔의 가치를 아는 헌신적인 시민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공유냉장고는 음식물 쓰레기 감소는 물론이고, 홀로 사는 노인 등 먹거리 복지 사각지대 해결 대안으로도 꼽힌다. 또 나눔을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마을 공동체 형성에 이바지하는 등 다방면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계자는 “일정한 예산을 가지고 어떤 계층을 특정해 전개하는 사업이 아닌 데다, 24시간 개방돼 있어 하나하나 체크할 수 없어서 정확히 수치상으로 어떻다고 할 수 없지만, 1인가구, 특히 홀로 사는 어르신분들이 아무래도 공유냉장고를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넣을 수 있고, 누구나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낙인효과 등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음식물 방치 등의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냉장고에 음식물이 채워지면 1~2시간 안에 소진되기 때문이다.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도, 나눔을 받고자 하는 이들도 모두 참여도가 높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도심에 사는 우리 이웃들에게도 사실은 나눔에 대한 어떤 욕구가 있는 것 같다”며 “도시에 살다 보니 이를 표현할 방법이나 공간이 없었는데 공유냉장고가 하나의 매개로 작용해 서로 정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내 공유냉장고는 수원시 외에도 서울시 ▲서초구 ▲성북구 ▲송파구, 경기도 ▲광주시 ▲화성시 ▲평택시 ▲안산시, 전라남도 ▲나주시 ▲군산시 ▲여수시, 경상남도 거창군 등 여러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