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안전] 주거침입 범죄, ‘안심벨’ 하나면 안심할 수 있나요?
[1인가구 안전] 주거침입 범죄, ‘안심벨’ 하나면 안심할 수 있나요?
  • 김다솜
  • 승인 2021.12.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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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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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가구를 타깃으로 한 주거침입 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다수의 지자체에서 ‘안심벨’ 등 주거침입 범죄 예방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지난 10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 1인가구는 2016년 277만 가구에서 지난해 333만 가구로 22.7%가량 증가했다.

동기간 주거침입 범죄는 1만1631건에서 1만8210건으로 56.6% 늘었다. 여성 피해 주거침입 범죄는 6034건에서 9751건으로 61.6% 확대됐다. 그러나 주거침입자 검거율은 해마다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2016년 75.7%였던 검거율은 지난해 72.6%로 줄었다.

늘어나는 주거침입 범죄에 시민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1 서울시 1인가구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1인가구의 60.7%가 주거침입 범죄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는 최근 여성 1인가구의 안전 주거를 위한 ‘안심홈세트’, ‘안심벨’ 등의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현관문‧창문 잠금장치와 휴대용 긴급벨, 스마트 안전센서 등으로 구성된 안심홈세트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은 보조적인 수단일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미영 서울여성회 사무처장은 데일리팝과 통화에서 “여성 1인가구가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보조적인 의미에서 여러 가지 지원은 분명 필요한 것이지만, 이런 지원책만으로 안전해지리라 생각하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주거침입은 미수에 그칠지라도 해당 범죄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명확하기 때문에 여성이 느끼는 공포도 큰 것인데, 그에 비해 처벌은 너무 약하다”고 말했다.

실제 경찰 내 학술모임인 경찰젠더연구회의 ‘형법은 누구의 법 감정을 반영하는가’ 논문에 따르면, 모르는 남성의 주거침입 사건에 대해 여성 응답자의 68.5%는 강간, 강제추행 등의 성폭력 피해를 입을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여성들이 느끼는 주거침입에 대한 공포에 비해 처벌은 미약하기만 하다. 실제 주거침입에 대한 사건 판결문을 찾아보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주를 이룬다.

일례로 지난해 연인 관계였던 여성의 집에 강제로 침입해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힌 남성에 대해 법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일면식 없는 여성의 집에 침입해 추행까지 저지른 남성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윤 사무처장은 “정부와 재판부는 여성 1인가구가 주거침입 범죄에 대해 느끼는 공포심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며 “여성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침입 범죄에 대해 더 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