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서울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당신의 서울살이는 자발적인가요?
[뉴스줌인] 서울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당신의 서울살이는 자발적인가요?
  • 김다솜
  • 승인 2022.03.0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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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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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J씨는 올해 서울살이 10년차를 맞이했다. 전남 출신인 그가 처음 서울행을 택한 것은 대학교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인서울’을 목표로 공부했고 끝내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했다. 혼자 생활하는 것이 여러모로 힘들었던 그는 졸업 후 고향에 내려가야 할지 고민도 해봤지만, 결국 서울에 남았다. 갈 만한 회사가 없던 탓이었다. 

J씨는 “마땅히 들어갈 만한 회사도 없지만, 어쩌다 지원할 만한 회사가 있어서 공고를 클릭해보면 급여 수준이 서울과 너무 다르다”며 “다른 지역은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 지역은 일반 사무직으로 살고 싶은 청년들이 살기에 너무 힘든 곳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N씨는 서울에서 산지 이제 6년을 갓 넘겼다. 대학교는 본가가 있는 경남 지역에서 졸업했지만, 졸업 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특히 드라마 작가를 꿈꾸던 그가 지역에서 커리어를 쌓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N씨는 “물론 서울에 와서도 꿈꾸던 직업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꿈을 포기하고 나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며 “똑같은 일을 지금 고향에 가서 하라 하면 직장도 찾을 수 없지만, 찾는다 한들 급여 수준이 3분의 1은 깎이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인구로 보는 OECD국가의 지역·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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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씨와 N씨 모두 할 수만 있다면 고향에 돌아가 살고 싶다고 밝혔다. 

J씨는 “주변을 보면 가업을 물려 받거나 부모님의 지원으로 창업을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원하든 원치 않든 서울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혼자 살면서 느끼는 자유도 좋지만,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항상 있다”고 전했다.  

N씨는 “사실 임금 수준이 높은 만큼 써야 하는 돈도 많기 때문에 고향에서나 서울에서나 돈 모으기 힘든 건 매한가지인 거 같다”며 “최근 집세 문제로 고향의 일자리를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월급을 조금 포기한다 하더라도 갈 수 있는 곳 자체가 없더라”라고 말했다. 

 

■ 도시로 떠나는 청년들…지방은?    

앞서 J씨와 N씨 모두 스스로 서울행을 선택했지만, 이것을 ‘자발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이들은 모두 “갈 수 있는 일자리만 있었다면 어떻게든 고향에서 자리를 잡아보려고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국내 지방 인구 유출 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2020년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인구로 보는 OECD국가의 지역·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지방 인구 유출 속도는 OECD 국가 평균대비 약 2배 빠르다. 

국내 도시규모별 인구 현황 (사진=인구로 보는 OECD국가의 지역·도시)
국내 도시규모별 인구 현황 (사진=인구로 보는 OECD국가의 지역·도시)

2015~2018년 OECD 30개국에서 거주지를 옮긴 인구는 전체의 2.5%인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전체 인구의 4.8%가 지역간 이동을 했다. 이들 대부분은 대도시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OECD 국가 전체 이동 인구 가운데 청년층(15~29세)의 53%가량은 교육 및 직업을 위해 대도시권으로 이동했으며, 나머지는 지방 중소도시로 향했다. 한국의 경우 지역이동 청년층의 90% 이상이 대도시권으로 몰렸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떠나는 동안 지방소멸론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인구 10만 이하 지역에 거주하는 비율은 2019년 7.7%에 불과했다. 반면 2018년 기준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에 거주하는 비율은 77%에 달했다. 반면 OECD 소속 유럽 국가의 경우 이 비율이 25% 수준이었다. 

올해 대학 경쟁률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크게 두드러진다. 서울과 수도권의 정시모집 경쟁률은 6.0대 1이었던 반면, 지방권은 3.4대 1로 집계됐다. 정시 경쟁률이 1대 1에 미치지 못한 대학은 지난해 9개 대학에서 올해 18개 대학으로 2배 늘었다. 미달 위험 대학 59곳 중 49곳은 지방 소재 대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 논의만 계속, 실체는 없는 대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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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인구유출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우리 사회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대전제로 지방분권과 행정수도 이전을 강하게 추진했다. 2002년 노 전 대통령은 “한계에 부딪힌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임 첫해인 2003년 말 신행정수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수도 이전은 가시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해 헌법재판소는 ‘관습헌법에 의해 수도는 서울로 규정된다’며 행정수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로도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논의는 계속 돼 왔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은 나오지 않은 채 문제만 악화돼 가는 모습이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대선후보들도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영호남과 제주를 초광역 단일경제권으로 만드는 남부수도권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업 및 일자리 활성화를 통해 소멸 위기에 직면한 영호남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역 맞춤형 발전전략을 밝혔다. 동서연결교통망을 구축하고 호남전라선과 경부선을 횡단으로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후보 모두 국회의사당을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방 중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갖춘 지역들이 생겨나고 있음에도 청년들은 계속해서 서울로 몰리고 있다”며 “상당히 고질적이면서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도권과 지방 간의 불균등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