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변호사 이야기] 해약금에 의한 부동산계약해제 및 파기, 시점에 따라 판단도 달라져
[알쓸신잡 변호사 이야기] 해약금에 의한 부동산계약해제 및 파기, 시점에 따라 판단도 달라져
  • 이영순
  • 승인 2022.05.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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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혜안 법무법인 곽정훈 변호사
사진=혜안 법무법인 곽정훈 변호사

 

최근 부동산 시세가 큰 폭으로 변동이 발생하는 가운데 부동산계약당사자 중 매도인은 계약금 배액의 손해를 보고서라도 해약금으로 해제하려고 하고, 반대로 매수인 쪽에서는 계약을 관철해 부동산 자체의 소유권을 얻고자 해약금 해제의 적법 여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원칙적으로 해약금해제는 계약 진행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잘못이 없더라도 해제가 가능하나 계약금을 받은 단계까지만 적용될 수 있다는 시기적 제한이 있고, 만일 중도금이나 잔금의 일부라도 지급된 단계에서는 해약금을 통해 해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제한 때문에 매도인과 매수인이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까지 지급한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매수인 입장에서는 매도인 측에서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해약금을 통해 계약을 해제할 것이 우려되어 아직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기일이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해약금 해제를 저지하고자 중도금이나 잔금 일부를 일방적으로 먼저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매도인이 해약금을 통해 부동산계약파기 또는 부동산계약해제가 가능한지가 문제 될 수 있는데, 원칙적으로는 매도인 측에서 해약금 해제를 할 수 없다.

관련 대법원 판례(2004다11599판결)를 보면 민법 제565조 해약금 해제 행사에 있어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가 채무 이행기 전에 착수하지 않기로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기일 전에 채무이행을 할 수 없다고 특약하지 않는 한 위 지급기일 전에라도 중도금이나 잔금을 지급하면 해약금 해제가 안 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실제 매매 사례에서는 ‘잔금 지급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협의해 앞당길 수 있다’ 식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문구가 기재되는 경우도 많아서 그러한 문구를 기재하게 된 경위 등 여러 정황을 따져서 해약금 해제 가능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

만약 이러한 특약이 없는 상황에서 중도금이나 잔금 지급기일 전에 매수인이 중도금이나 잔금 일부를 지급해 버린 경우 매도인이 무조건 해약금을 통해 해제할 수 없는지에 대해 참고해볼 수 있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해당 대법원 판례(92다31323)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매도인이 계약금을 받은 후 합의 해제를 매수인에게 제안했으나 매수인이 이를 거절, 매도인은 중도금 지급기일 전에 매수인에게 민법 제565조 해약금해제를 하겠다고 통지하고, 계약금 배액을 특정 기한까지 수령할 것을 통지하자 매수인이 중도금 지급기일 전에 중도금 중 일부를 일방적으로 지급한 사례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매수인이 중도금 중 일부를 일방적으로 지급한 것은 매도인의 해약금 해제권을 소멸시키고자 한 것으로 통상적인 계약의 이행으로 보기도 힘들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 계약금의 배액을 공탁했는데, 이 경우 그 공탁원인 사실에 계약해제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상대방에게 그 공탁 통지가 도달한 때에는 계약해제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이렇듯 해약금해제의 의사를 표시했고, 아직 계약금의 배액까지 지급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중도금 지급기일 전에 중도금 중 일부를 지급한 경우에는 매도인이 해약금을 통한 부동산계약해제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해약금해제를 위해서는 해약금을 통해 해제하겠다는 의사만 표시해서는 법적으로 해약금해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계약금의 배액에 대한 지급이 이뤄질 때 비로소 부동산계약해제 또는 부동산계약파기가 이뤄질 수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점에 유념해야 한다.

 

 

도움말 : 혜안 법무법인 곽정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