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맞는 사람들끼리 최소한으로 만난다 ‘취향 공동체’ 뜬다
마음맞는 사람들끼리 최소한으로 만난다 ‘취향 공동체’ 뜬다
  • 이영순
  • 승인 2022.09.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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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트렌드모니터
자료=트렌드모니터

다양한 모임에 가입해 인맥을 늘리는 것이 인기였던 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의무적인 모임보다는 취향 맞는 사람들끼리만 최소한의 모임을 갖는 것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과거 또는 현재 ‘정기적 모임’ 참여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모임 및 취향 소비’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학연/지연 등 기존의 인간관계에 적지 않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취향 및 관심사 기반 모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사회 전반적으로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이 활발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8.8%가 현재 정기적으로 활동 중인 모임이 있다고 응답한 것인데, 이전 조사 대비 활동 횟수가 소폭 감소(90.6%(2019) → 88.8%(2022))한 건 아무래도 코로나19 여파로 모임 자체가 축소되거나 줄어들었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주로 고등학교/대학교 모임이나 직장 내 친목회 활동 등 주변 인간관계 기반 모임이 많은 편이었으며, 특히 20대 응답자의 경우 학교 관련 친목 모임 활동이 높게 나타났다. 

한편,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7명(73.5%)이 다양한 모임이나 동호회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는데, 여러 인간관계를 통해 삶의 활력과 에너지(52.1%, 중복응답)를 얻을 수 있고, 다양한 분야의 인맥(34.6%)을 넓힐 수 있으며, 친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응답(34.1%)이 많은 편이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향후 다양한 모임이나 동호회에 참여할 의향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2019년 조사와 비교해 소폭 감소한 점이 특징적인 부분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가족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졌고(75.6%, 동의율), 사회적인 관계보단 가족과 친한 친구 몇 명에 충실하고 싶다는 응답(75.9%)이 높게 나타난 점을 살펴볼 때, 학연/지연 등 기존 인간관계의 필요성을 이전보다는 다소 낮게 평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학교 동창 모임이나 직장 내 선후배 모임 등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인맥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78.7%로 평가될 만큼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여전히 높게 평가되고 있었다. 다만 동창 모임의 중요도와 참석 빈도는 이전보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개인 삶을 살기에도 바쁜 세상이 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은 편(58.8%, 중복응답)이었다. 그 다음으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고(23.7%), 학교를 다닐 때와는 생각이 달라진 데다(23.7%), 어차피 비슷한 계층의 친구들끼리 친하게 지내기 때문(23.7%)이라는 응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목해볼 만한 점은 동창회 사이트 가입 의향의 경우 이전 조사보다 증가했다는 점(51.5%(2019) → 60.6%(2022))이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기존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 속에서, 직접 대면하지 않고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 우리 사회에서 학연/지연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는 응답도 적지 않은 수준(55.4%, 동의율)이었다. 학연/지연의 중요성이 예전 같지 않은 것(45.1%(2019) → 46.9%(2022)) 같고,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인간관계만 맺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의견(70.1%, 동의율)이 많았다. 또한 기존에 잘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거나(20대 38.4%, 30대 38.0%, 40대 35.2%, 50대 31.6%) 요즘엔 한두 번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편한 것 같다는 응답(20대 32.0%, 30대 32.4%, 40대 30.0%, 50대 27.6%)도 확인해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사회 전반적으로 기존의 학연/지연 위주의 모임 대신 ‘느슨한 인간관계’에 대한 선호(67.5%(2019) → 71.0%(2022))가 강해지고 있음을 읽어볼 수 있었다. 

자료=트렌드모니터
자료=트렌드모니터

이렇듯 느슨한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취향과 관심사 기반의 모임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학연/지연 등의 기존 인간관계보다 개인의 취향 및 관심사에 의한 모임과 동호회 활동이 늘어난 것(67.5%(2019) → 71.0%(2022)) 같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은 데다(68.7%(2019) → 74.0%(2022)), 취향과 관심사에 의한 인간관계가 전보다 중요해졌다는 응답(61.1%(2019) → 64.6%(2022))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자연스레 시간이나 비용 투자 의향도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비슷한 취향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시간(73.3%(2019) → 78.5%(2022))과 비용(61.2%(2019) → 68.4%(2022))을 투자할 용의가 있고,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인식(63.4%, 동의율)이 강한 편이었다. 물론 최근의 고물가, 경기 침체 등으로 비용 부담(61.6%, 동의율)이 크고, 요즘 같은 때에 굳이 취향 모임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41.5%, 동의율)도 적지 않았지만 최대한 저렴한 대안(78.2%, 동의율)을 알아보는 등 비용 문제로 취향 소비 자체를 포기하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인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지며, 우리 사회 내 인간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