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의 득과 실
담뱃값 인상의 득과 실
  • 김제경 기자
  • 승인 2013.03.07 12: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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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한 여당과 정부 주도의 '담뱃값' 인상론이 한창이다.

온라인에서 찬반 양론이 뜨겁지만 전반적 분위기로 볼 때 인상은 기정사실화되고 인상폭과 시기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 청문회에서 담뱃값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양승조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며 "서민생활 문제와 물가 문제가 있는 만큼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날 대표 발의했다.

▲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적 세수 확보가 절실해지면서 '담뱃값' 인상론이 달아오르고 있다.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불가피론'에 거듭 쐐기를 박고 있지만 간접증세인 담뱃값 인상론은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국책연구기관, 금연단체 등이 가세하며 확산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연초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보건복지부도 지난달 "담뱃값 인상안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개정안 확정 후 필요성이 다시 제기될 경우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담뱃값은 5000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금연학회와 한국금연운동협의회도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담뱃값을 5000원으로 올리자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국민건강 명분…효과적인 증세 수단


새 정부들어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담뱃값 인상론에 불을 지피고 있지만 속사정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적 세수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한 담뱃값 인상은 절반 이상 국민의 지지와 함께 증세를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김재원 의원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담배에 붙는 제세부담금 중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현행 354원에서 1146원으로 224%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수입액의 1.3% 수준인 금연사업지출 비중을 1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동시에 저소득층을 기금 사용 시 특별지원 대상으로 포함토록 했다.

지방세법 개정안은 담배소비세 641원을 1169원으로 82% 올리는 내용이다.

현재 시판 중인 2500원짜리 담배에는 각종 세금, 부담금 등 담배가격의 62%인 1549.77원의 세금이 붙는다. 한해 담배에 붙는 조세 총액은 부담금을 포함해 약 7조원 가량이다.

담배소비세(641원), 지방교육세(320.50원), 부가가치세(227.27원) 등 세금 1188.77원이 붙어있고 국민건강증진부담금(354원), 폐기물부담금(7원) 등 부담금 361원이 있다.

김 의원의 개정안대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만 놓고 보면 계산상으로 40억갑 기준으로 3조1680억원의 추가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1146-354]×40억) 여기에 담배 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이 더해진다.

담배소비세 인상으로는 40억갑 기준 2조1120억원의 추가적인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1169-641]×40억)

지방교육세는 담배소비세의 50%로 연동돼 있으므로 자동인상(584.5원)돼 1조56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다.([584.5-320.5]×40억)

여기에 부가가치세 인상분과 유통비, 원가 등을 포함해 한갑당 4500원이 된다.

세금만 갑당 2000원 오른다고 하면 매해 약 8조원의 세수가 새로 생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기간 5년동안 필요한 복지재원 135조원의 3분의 1인 약 40조원의 추가적인 세수 확보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담뱃값을 500원 올리면 2011년 담배판매량 44억3000만갑을 기준으로 판매량이 10% 줄어도 국민건강증진기금 확충, 부가가치세 등으로 연간 2조6700억원, 1000원 인상시에는 4조4600억원 등 세수 확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민이 세금 더내는'역진성', 줄줄이 오르는 '물가' 문제는?


그러나 담뱃값을 올리는 데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게 되는 조세의 '역진성'과 '물가' 문제다.

담배는 주로 서민들이 많이 사서 피우는 품목인데 담배에 붙는 조세부담액 비율이 소득과 상관없이 똑같은 세금을 납부하게 돼 헌법상 조세공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반서민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가난하면 담배를 못피우게 돼 '친빈곤정책'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2010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담뱃값 인상 논의는 부자감세에서 비롯된 재정문제를 서민들이 즐기는 담배가격 인상으로 메우려 한다는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절되기도 했다.

물가 문제도 우려된다.

최근 생활물가가 줄줄이 오르며 정부가 긴급회의를 열고 2%선에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며 물가잡기에 나선 상태다.

각종 소비재의 가격 인상으로 체감 경기가 어렵고 물가도 불안한 현재 상황에서 담뱃값을 올릴 경우 부담이 엄청나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담뱃값을 현행보다 2배 인상하면 물가상승률이 0.8%포인트 높아질 정도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 지난해 복지부가 담뱃값 인상을 시도했지만 물가 문제로 재정당국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실패한 바 있다.

한편 김재원 의원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에 대해 "물가와 구매력 상승으로 담배의 실질가격은 계속 하락해 왔다"며 "담배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5%로 가중치가 다른 품목보다 4배나 높아 어쩔 수 없이 소비자물가지수의 인상을 초래하는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 소비자물가 인상에 미치는 영향은 더 적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담배에 부과되는 제세부담금이 종량세라 담뱃값 인상은 반서민정책이란 논리에 대해서도 "저소득층은 담뱃값이 많이 오르면 담배소비를 줄여 저소득층 가계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가장 효과적인 금연수단…담뱃값 인상


'담뱃값 인상'이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적극 추진되고 있다지만 국민건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이기도 하다.

담뱃값 인상을 증세를 위한 수단이라고만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다.

2011년 현재 한국의 성인남성 흡연율은 47.3%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미국 26.7%, 일본 32.2%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지난 2005년 12월 500원이 인상된 이후 지금까지 인상된 적이 없고 OECD 국가 중 가장 비싼 나라에 비해 6분의 1 수준이다.

조기사망과 간접흡연을 포함한 흡연으로 인한 피해금액은 연간 10조원에 달하고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수도 연간 3만명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 5229명보다 6배나 많을 정도로 흡연의 피해는 심각하다.

가장 효과적인 금연수단은 담뱃값 인상이다.

2004년말 담뱃세 500원 인상으로 성인남자 흡연율은 60%에서 51%로 급감했다.

지난 2010년 국립암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담뱃값을 5000원으로 인상하면 흡연자의 36.1%가 금연을 고려하겠다고 응답하는 등 각종 보고서는 가격이 가장 강력한 금연수단으로 보고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제3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20)에 의해 2020년까지 성인남자 흡연율 감소목표를 29%로 잡고 있지만 담뱃값 인상을 하지 않고는 목표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