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재원 "1심에서 허위진술했다" 자백
최태원·재원 "1심에서 허위진술했다" 자백
  • 박성희 기자
  • 승인 2013.04.0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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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자금횡령 등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53)과 최재원 수석부회장(50) 형제가 "검찰수사 및 1심에서 허위진술을 했었다"고 자백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8일 진행된 최 회장 등에 대한 첫 공판에서 최 회장은 "제가 지휘하는 그룹에서 생긴 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이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한다"면서도 "원심에서 특정 사실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지 못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펀드 자금 유출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한 바 없었다"고 여전히 혐의를 부인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뉴스1
최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펀드자금 조성 자체를 몰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펀드 조성에 관여한 자가 곧 인출자라는 인식을 심어줄까봐 피고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최 회장이 펀드 출자 선지급금을 인출한 사실이 없고 이를 지시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최 회장은 1심 당시 "지난해 11월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며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불법 송금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이후 법무팀과 동생으로부터 듣고서야 해당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했지만 이 같은 내용이 거짓이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최 수석부회장 측 변호인도 "송구스럽다. 1심 변호를 맡았던 저도 역시 깊은 사죄 드린다. 최 회장과 함께 기소된 후 무죄를 선고받고도 참담한 심정이었다. 최 부회장에게는 어쩔 수 없이 필요했던 방어막이었지만 최 회장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해 원심 판단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최 수석부회장 측은 김준홍 씨와 공모해 펀드출자 선지급금 중 450억 원을 김원홍 씨에게 송금을 지시한 것이 자신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 등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밝혔다.

최 수석부회장 측은 "2011년 12월 초 수사 대응을 총괄했던 최 부회장으로서는 급박한 수사과정에서 이 같이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며 "최 부회장의 거짓 진술로 인해 최 회장과 최 수석부회장 책임에 국한돼 불법 송금 자금 수혜자인 김원홍 씨가 묻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1년 6개월의 수사기간 동안 피고인 진술에 거짓이 있다고 입증해왔는데 갑자기 잘못했다고 태도를 변경했다"며 "피고인들이 눈물로 호소하면서 주장하던 내용을 '사실대로 얘기하고 있구나'하면서 기뻐해야 할 일인지 참으로 허탈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법원 진술의 무게감이 이렇게 떨어진 것인지 항소심 재판부에서 엄중히 판단해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한편 최 회장과 최 수석부회장 측이 새로운 입장을 밝히고 검찰 측에서도 이에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여 항소심 심리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펀드 출자금에 대한 선지급금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교부받은 465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하지만 최 부회장은 저축은행 담보로 그룹투자금 750억 원을 제공한 혐의 등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