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20대에 목숨 끊은 이유?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20대에 목숨 끊은 이유?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4.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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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0대 노동자 자살, 기아차 노조간부 분신으로 이어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하다 고용 촉탁직으로 전환됐던 공모 씨(29)가 지난 14일 목숨을 끊었다.

지난 15일 현대차와 비정규직 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말까지 현대차 울산공장 엔진변속기 공장에서 일하던 촉탁계약직 노동자 공 씨가 유서도 남기지 않은 채 집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기업의 부속품처럼 소모되다 용도가 끝났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버려지는 극한의 현실”이라고 사 측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빨리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농성 현장 ⓒ뉴스1
비정규직 노조 측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7월 불법파견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개정 파견법 시행을 앞두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채용 때 유리하다’며 대거 촉탁직으로 전환할 것을 권유했다.

이를 두고 비정규직 노조 측은 회사 측의 촉탁계약직 채용이 불법파견에 대한 은폐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 이후 사내하청업체 경력과 촉탁직 경력을 합쳐 2년이 지난 노동자들은 촉탁계약이 끝나는 대로 모두 해고하고 있다.

기간제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법 규정을 피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인 역시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인 신명기업에 근무하던 중 현대차의 촉탁계약직으로 지난해 7월 전환해 올해 1월 말까지 근무기간 2년을 모두 채우고 계약만료 해고를 당했다.

하지만 올해 1월말 계약 만료로 해고된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상태로 지내왔다.

지역언론 매체인 <울산저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로 34년 간 일하다가 정년 퇴직한 고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도 될 수 있다. 절대 노조에 가입하지 말고 일하라”고 했으나, 고인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였다.

고인의 아버지는 “(해고 이후) 아들이 아버지가 새로 산 그랜저 차조차 꼴도 보기 싫다”고 말하며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노조라도 하라고 말할 걸 그랬다”고 후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현대차 측은 “촉탁직은 산재 사고나 휴직 등의 사정으로 결원이 생긴 생산인력을 일정 기간 보충하기 위해 임시로 고용하는 계약직”이라며 “공 씨의 자살은 촉탁계약이 끝난지 두 달도 더 지난 일이어서 회사와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 기아자동차 2공장 사내하청분회 천막 인근에서 16일 오후 3시경 조직부장 김모 씨가 분신을 기도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사내 하청 분회는 지난 2개월여 간 기아차 신규채용에 반대하며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