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 메쉬코리아, hy 매각 목전..주주·법원이 동의했는데 창업자는 왜 '진흙탕 싸움'
'부릉' 메쉬코리아, hy 매각 목전..주주·법원이 동의했는데 창업자는 왜 '진흙탕 싸움'
  • 정단비, 오정희
  • 승인 2023.02.0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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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앞두고 경영권 분쟁으로 시끌시끌..hy 인수는 차질 없이 진행 중

최근 배달 대행 '부릉'의 운영사인 메쉬코리아를 둘러싼 잡음이 시끄럽다.
 
메쉬코리아가 hy로 회사 매각을 결정하면서 이를 두고 '헐값 매각'이라는 창업자 유정범 전 대표의 이해하기 힘든 행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정범 전 대표는 2019년 학력, 경력 위조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8일에는 메쉬코리아 현 경영진이 유 전 대표를 배임, 횡령,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메쉬코리아는 "유 전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횡령,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유 전 대표가 회생법원으로부터 차입금 20억원 변제 허가를 받은 뒤 회사와 채권·채무 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 20억원을 송금해 특경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회생법원의 보전 처분 명령 기간에 이사회 승인 없이 회사 소유의 국내외 특허와 출원권리 다수를 본인 명의로 이전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유 전 대표는 역시 현 경영진에 대해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이다.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김형설 대표가 신규 선임됐고 유 전 대표가 해임되면서 이에 대해서도 유 전 대표는 'hy에 적대적 인수 추진한 이사회 소집은 법적 무효'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6일에는 hy 본사 앞까지 찾아가 규탄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부릉 지점장들이 유 전 대표의 편에 서서 “창업주인 유정범 의장과 함께 하고 싶다”, "유니콘까지 꿈 꿨던 스타트업까지 적대적 인수 대상으로 삼은 hy의 선택에 분노한다”는 목소리를 냈는데, 이를 두고도 진실공방이 있다.

메쉬코리아 측이 "비상 연락망으로 확인한 결과 유 전 대표의 시위에 참여한 지점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 전 대표 본인이 이사회효력정지·주총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해 놓고서 지점장과 라이더를 팔아 분란을 조장하는 것은 대표이사를 역임한 사람의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메쉬코리아 내부에서 해임됐으면 메쉬코리아 앞으로 가서 시위를 해야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부릉 지점장 및 라이더들이 hy 본사 앞에 모여 유정범 의장 부당 해임에 대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메쉬코리아)
부릉 지점장 및 라이더들이 hy 본사 앞에 모여 유정범 의장 부당 해임에 대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메쉬코리아 유정범 전 대표)

한 때 유니콘 유망주로 불렸던 메쉬코리아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2013년 설립된 메쉬코리아는 2017~2018년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후 지속적인 투자 유치로 회사를 꾸려왔으나 2021년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시리즈E 단계 이후 신규 투자유치가 어려워졌다.

신규 사업도 접고, 대규모 구조 조정도 했는데 자금 부족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제2금융권 OK캐피탈에 지분을 담보로 360억원의 대출을 받게 된다. 

하지만 메쉬코리아는 이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경영권 매각 상황까지 몰리다가 지난해 11월 유정범 전 대표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개인 주주 자격으로 회생법원에 자율구조조정지원프로그램(ARS)를 신청하면서 내분이 일어났다.


hy로 매각은 왜?

회생신청 이후 OK캐피탈이 P플랜(프리 패키지 플랜) 방식의 회생신청을 추가하자 김형설 신임 대표가 먼저 hy에 투자를 제안하게 됐다.

P플랜은 법정관리의 강제력 있는 채무조정과 원활한 신규 자금 지원이 가능한 워크아웃을 혼합한 구조조정 방법이다. 

hy는 대표이사 교체 조건과 함께 800억원으로 회사 지분 67%를 취득,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김형설 대표는 주주사 전체에 동의를 얻고 이사회에서는 3자배정 유상증자 우선협상대상자로 hy를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후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긴급자금(DIP) 지원을 허가받으면서 OK캐피탈에 빌린 돈을 전부 상환하게 회생 절차를 종결했다. 벌써 hy는 메쉬코리아 600억원을 지원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 hy 측은 법원 판결에 따른 적법한 절차로 인수 예정중이며 유 전 대표 이야기처럼 인수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면 인수를 못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메쉬코리아 측도 "회사 헐값 만든 장본인이 헐값 매각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자기 자리 보존을 위해 채권자, 주주사, 법원 모두가 인정한 hy의 인수 결정을 폄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진=메쉬코리아
사진=메쉬코리아

메쉬코리아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hy의 자사몰 ‘프레딧’의 배송서비스가 퀵커머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8일 메쉬코리아 이사회는 hy의 약 800억원 유상증자를 승인했다. 더불어 hy 투자관리부문장을 맡고 있는 변경구 회계사를 새 사내이사로, 채윤서 hy 투자관리부문 이사를 신임 감사로 각각 선임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유정범 전 대표도 참여했으며, 유 전 대표의 요청에 따라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현 경영진에 대한 해임 안건 등도 진행된다.

이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 기존 주주들의 동의를 얻은 상태이기 때문에 큰 변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