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당국회담이 11일 양 측 수석대표의 격(格)을 둘러싼 대립으로 무산됐다.
이에 당국대화 재개 무드로 유화 국면 양상을 보이던 남북 관계는 당분간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무산은 양측 간 자존심 대결에 의한 것이어서 적잖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김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갖고 이날 있었던 남북 간 연락관 접촉 결과를 설명하며 이 같이 밝혔다.
북한이 우리 측에 회담 '보류'가 아니라 '무산'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12, 13일 이틀 간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남북당국회담은 사실상 물건너가게 됐다.
남북 연락관 접촉이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현재 분위기로선 쉽게 봉합되기 어렵다는 게 당국자들 전언이다.
앞서 남북 양 측은 이날 오후 1시경 회담 대표자 명단을 서로 교환했다.
우리 측은 류길재 장관을 회담 대표단 수석대표로 내세울 것으로 관측됐지만, 북 측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우지 않을 것으로 보고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실무접촉에 대표로 나섰던 천해성 통일정책실장,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등 5명의 명단을 전달했다.
반면 북한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명단을 제출했으며, 우리 측 수석대표가 차관급이라는 데 대해 반발했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명단 교환 직후 북한은 우리 측 수석대표의 급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우리 측에서 장관급이 나오지 않으면 당국회담을 열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질적으로 현안을 해결하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정립을 위해 고위 당국자가 만났으면 좋겠다고 해서 장관급 회담을 얘기했고, 우리는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이에 상응하는 북 측 수석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분명하게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장관급 인사라고 주장해오면서 보류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우리 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이라며 전적으로 우리 측에 책임이 있다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정부는 이 같은 북한 입장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제적 기준에서 회담 대표의 격을 문제삼아 회담을 보류한 전례는 없다"며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측 당국자인 차관의 급을 문제삼아 당국 간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지금이라도 북한이 당국 간 회담에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남북 양 측이 자존심 대결이라 할 수 있는 수석대표 격을 둘러싼 기싸움을 벌이면서 12일 회담이 무산됨에 따라 당분간 감정의 골이 메워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