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 '코리아' 브랜드 추락?…인도네시아 폭발사고 외면
현대차, 해외 '코리아' 브랜드 추락?…인도네시아 폭발사고 외면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6.12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11년 10월 자카르타 도심에서 현대차 CNG버스가 폭발해 승객 한 명의 다리가 잘리는 등 8명이 다친 사건의 후속 해결이 지지부진해지자,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의 추락과 함께 '한국'의 국가 브랜드도 동반으로 추락하고 있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CNG(압축천연가스) 버스 폭발에 대한 현지 정부의 조사 협조 요청을 묵살하고 현지 제휴업체와의 계약파기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있기 때문이다.

당시 인도네시아 전역에 보도된 이 사고는 국민 여론이 들끓자 인도네시아 정부가 현지 판매사를 통해 "제조사인 현대차의 안전점검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내며  신속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사고 버스 제조사인 현대차가 조사에 응하지 않아 현지 판매사는 현대차 상용수출사업부 민왕식 전무 등에게 다시 공문을 보내 "인도네시아 정부가 현대차의 진상 조사를 강력히 원한다. 인도네시아 시민들이 안전하게 현대차를 이용하도록 즉각 정밀 감식반을 보내달라"고 재요청했다.

인도네시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따르면 사고 원인을 '가스용기 불량'이라고 발표했다. 수사 보고서에서 현대차 버스의 가스용기는 제작 당시 열처리 과정에 하자가 있어 용기 내부 압력이 급격히 올라가 폭발한 것으로 발표했다.

▲ 인도네시아 버스사고 신문(트랜스자카르타) 기사 ⓒ사진=코린도그룹 제공
현지 경찰은 '제조사 현대차가 책임질 사안'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한 언론사가 입수한 인도네시아 경찰청 보고서에도 '이 사고는 인도네시아 형법 360조 관련 과실치상 사건으로 현대차 관계자에게 조사를 요구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에 대해 사고를 분석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과 함께 버스 폭발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요청한 정밀감식도 국내 협력업체에 떠넘겼다. 이유는 현지에 파견할 인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김익태 현대차 아태상용수출팀장은 "사고가 난 버스는 충전압력을 초과한데다 밸브에 녹도 슬었다. 폭발 사고는 제조사 책임이 아니라 정비 미숙 탓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분노…"현대차 다신 안 타" 일파만파 확산

해당 사고로 인도네시아 정부 판매제휴사 등과 현대차의 지지부진한 문제 해결에 사고 이후 현지에서는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가 받는 인식은 낮게 평가되고 있다. 값 싼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다보니 차량 고장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확산되고 있고, 급기야 야적장에 현대차 트럭을 내다버리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갑'의 지위를 악용해 현지 협력업체와 제휴 계약을 일방적으로 끊는가 하면 인도네시아 정부의 사고조사 요청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협력사는 현대차를 상대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인도네시아 경찰은 버스폭발 사고 관련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 수천대의 현대상용차 AS위기 봉착(좌) 인도네시아 고객에게 멋대로 굴지 말라(우)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이 보도한 기사 내용 ⓒ사진=코린도그룹 제공
현지 인도네시아 언론에도 국민적 여론이 강한 불만으로 드러났다. 

인도네시아 일부 언론에 따르면 현대자동차(HMC)가 코린도 중공업(ATPM) 독점에이전트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이 언론은 '자동차 사업에 있어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고객에게, 제품 부품 공급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제 멋대로 굴고 있다'며 '코린도가 HMC측에 고객 클레임과 관련된 부품 교체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자 HMC측에서는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서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이 언론은 또 '결과적으로 더 이상 부품을 구할 수 없어 수 십 개의 판매 에이전트와 고객들은 한국산 트럭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관련업계 정보에 따르면 ‘HMC는 미국과 중국의 경우 부품에 발생한 미미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187만 대, 중국의 230만 대의 자동차 부품을 교체해 준다고 한다.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전했다.

또한 '문제의 해결은 인도네시아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회사들의 신용 회복을 위해 그리고 더 이상 이 나라 국민들에게 멋대로 굴게 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상용차 시장 진출에 무슨 일이 있었나? 

현대차는 2006년 인도네시아에 첫 진출하면서 한상기업 코린도를 제휴선으로 삼았다. 두 회사는  최고의 파트너에서 현재 2000억 원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코린도는 "현대차가 불량품을 팔았다"고 하고 현대차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2006년 6월 상용차분야 제휴 계약을 체결한 이후 코린도는 현대차로부터 반조립제품(CKD)을 공급받아 조립ㆍ판매하기로 하고, 현대차는 핵심부품 공급과 기술 이전을 약속했다.

코린도는 2007년 마이티 트럭을 출시해 1년 만에 3247대를 팔았다. 이를 계기로 일본 업체가 장악한 인도네시아 상용차 시장에 현대차가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는 이 공로를 인정해 코린도에 '최고 에이전트 상(賞)'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 판매가 늘수록 제품 도입가가 판매가보다 높아 코린도의 손실은 커져만 갔다. 

코린도는 현대차에 부품 도입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했고 현대차는 2008년 트럭 핵심부품인 리어액슬(뒤 차축)과 변속기를 값 싼 중국산으로 교체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중국산 부품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코린도에서도 인정했다"고 말하면서 부품 공급선을 현대다이모스에서 중국 업체로 바꾼 바 있다.

▲ '현대차 사용자 AS에 울다'라는 인도네시아 신문(트랜스자카르타) 기사 ⓒ사진=코린도그룹 제공
이어서 코린도는 부품 교체와 고장 원인을 현지에서 적재함 부피를 늘려 운전자의 과적과 차량 구입자가 일정기간 제품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반환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바이백프로그램 탓으로 돌린 현대차와 맞붙게 됐다.

현대차는 2011년 6월 사후관리(A/S) 부품 공급도 중단하며 일방적으로 코린도와의 계약 종료를 선언했다.

코린도는 A/S 부품이라도 공급해줄 것을 현대차에게 요청했으나 현대차는 '코린도가 계약 종료를 공식 인정하면 선의로 부품을 공급하겠다'고 답했다.

승은호 코린도 회장은 바로 소송절차에 들어갔다. 현대차 최한영 부회장은 "6~7월쯤 재판 결과가 나온다. 선고가 나오기 전에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분명한 것은 현대차가 코린도에게 손해배상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문제는 코린도에서 제품에 대해 일방적으로 변경해서 생긴 과적이 문제가 된 것"이라며 그간의 A/S는 모두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리아ㆍ현대차 브랜드 실추 문제는 제품 문제가 아니라 차량 보강 후 판매하자는 의견이 코린도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시장을 외면하거나 북미나 유럽시장과 달리 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승 회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는 갑 중의 갑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과 합작사업을 벌였지만 현대차 같은 회사는 처음 본다.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면서 뒤에서 힘없는 협력사를 우롱한다.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 부회장이 코린도의 사장과 임원을 해고하라고 요구하며 자동차 전문가를 데려오라고 했다. 고민 끝에 현대차 퇴직 임원인 장 모 부사장을 영입했으나 '자기 회사 임원을 빼냈다'고 트집잡아 결국 장 부사장도 물러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난 음해공작의 피해자다. 승 회장이 돈을 노리고 현대차와 나를 음해하고 있다"며 "언론에 대고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