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7일 북한과의 대화와 관련, "단순히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게 되면 그 사이 북한이 핵무기를 더 고도화하는데 시간만 벌어줄 뿐이다"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이 같이 밝혔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박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문제를 거론한 구체적인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맥락상 지난 12~13일 서울에서 열리기로 했다가 북한 측의 일방적 '통보'로 무산된 '남북당국회담' 또는 북한이 전날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제안한 '북미 고위급 회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하던 중 관련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과의 대화는 북한 측의 태도 변화 등 '진정성'이 담보돼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지난 7~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전해 듣고, "북한 문제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당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그 대응 의지를 강조하고, '북한의 비핵화(非核化)란 공동 목표를 위해 중국 측도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도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중국 측의 의지를 표명하고,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용인하지 않겠다'면서 대화를 통한 북핵(北核)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열린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성과를 다시 한번 평가하고, "북한 문제 등 주요 현안들에 관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이날 한미 정상 간의 통화는 미국 측의 요청으로 오전 11시부터 약 20분 간에 걸쳐 이뤄졌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의 통화 당시 이날부터 이틀 간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편으로 이동 중이었고, 박 대통령은 통화에 앞서 통상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30분 앞당긴 9시 30분에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