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범죄, 연인·배우자 등 친밀한 사이에서 더 많이 발생”
“스토킹범죄, 연인·배우자 등 친밀한 사이에서 더 많이 발생”
  • 김다솜
  • 승인 2023.07.1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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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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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 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모든 피해자를 포용하지 못하는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스토킹범죄에 취약한 여성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스토킹 관련 법률의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정혜 부연구위원이 발간한 ‘강압적 통제로서 친밀한 파트너 스토킹의 특성과 대응방향’ 보고서에서는 국내 스토킹처벌법이 젠더기반폭력으로서의 성질과 친밀성이 반영되지 못한 채 제정돼 사건 대응과 피해자 보호에 모순과 허점을 남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스토킹 112 신고 건수는 2021년 3월 328건에서 법률이 공포된 4월 632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법 시행 이후인 11월에는 3140건으로 10개가량 증가했다. 국가의 개입이 이뤄질 때 비로소 범죄 피해 현실이 드러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경찰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범죄 피해자 80.8%는 여성, 피의자의 81.3%는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외 스토킹 관련 각종 통계들을 보면 스토커 중 과거 또는 현재의 연인이나 배우자 등 친밀한 파트너에 해당하는 사람의 비율이 절반 정도이거나 절반을 상회하는 결과를 보인다. 

특히 2021년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과거 연인이 스토커 중 가장 많은 유형(20.3%)으로 나타났고, 여성긴급전화 1366의 2021년 스토킹 상담 통계에서는 86.6%가 아는 사람에 의해 스토킹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친밀한 파트너 스토킹은 스토킹 관계 유형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특히 여성이 피해자인 스토킹에서는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으로서 젠더기반폭력으로서의 속성을 갖는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친밀한 파트너의 폭력의 이력은 당사자만이 포착할 수 있는 명시적·암시적 위협을 가능하게 하고 과거 폭력이 심각했을수록 피해자의 스토킹으로 인한 두려움은 강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가령 헤어진 연인을 따라다니던 남성이 멀리서 주먹을 흔드는 행동을 하는 것은 피해 여성에게 과거의 신체적 폭력을 상기시키는 위협적 행동이지만 제3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와의 관계를 이용해 피해자의 주변 사람 등을 스토킹에 활용할 수 있다. 스토킹 피해 여성 62명을 심층면접한 한 연구결과에서는 스토킹에 스토커 외에 제3자가 개입된 사례가 면접참여자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을 들어 보고서는 수사·재판기관, 피해자 지원자 교육, 스토킹 관련 지침 등에서 스토킹 여부의 판단과 위험성 평가,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방안의 선택에 있어 법률상 규정된 특정 행위가 발생했는지 등에 대한 확인을 넘어 스토커와 피해자의 관계성과 스토킹을 구성하는 일련의 과정 및 맥락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스토킹처벌법은 접근하기, 기다리거나 지켜보기, 물건 보내기 등 구체적인 행위 유형 5가지를 명시적으로 열거해 스토킹행위를 제한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오는 18일 시행 예정인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방지법)에서도 이같은 제한적 정의를 그대로 준용한다. 

법률에 열거된 행위 외에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스토킹 사건의 수사와 재판에서 의미있는 정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점은 스토킹 피해자의 범위를 좁힐 뿐 아니라 인정된 피해자에 대해서조차 스토킹을 구성하는 사건들과 상황의 맥락이 온전히 드러날 수 없도록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스토킹에 대한 수사기관의 이해를 높여야 하며 접근금지 외에도 스토킹 중단을 명령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이 가능하도록 피해자 보호 조치의 유연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