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톨, 돈 주고 추천 마크 단 제품에…"걱정 없다" 강변 하는 이유
데톨, 돈 주고 추천 마크 단 제품에…"걱정 없다" 강변 하는 이유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8.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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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시레킷벤키저에서 수입하고 판매하고 있는 주방세제 '데톨 3 in 1 키친시스템' 3개 제품 ⓒ옥시레킷벤키저홈페이지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에서 수입ㆍ판매하고 있는 주방세제 '데톨 3 in 1 키친시스템' 3개 제품이 세제기준 위반으로 전량 회수했지만 후속 논란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옥시가 최근 불거진 제품의 안전성 논란과 관련해 해명 광고를 내면서 해당 광고가 소비자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회사 측의 입장 및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주요 일간지 1면에 '데톨 향균주방세제, 용법대로 사용하시면 안전합니다'는 문구의 광고는 최근 옥시가 문제가 된 제품과 관련, "모든 제품이 필요한 검사와 인증 과정을 모두 거치고 판매해 온 제품"이라며 "데톨 향균주방세제 3in1 키친 시스템 제품을 기존에 보유하고 계신 분들은 용법에 따라 사용하실 경우 아무 걱정 없이 계속 사용하셔도 무방하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만, 저희는 주방세제의 현 제품 안전 기준을 명확히 하는 한편, 데톨 3in1 키친 시스템 주방세제를 물 없이 사용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우려에 대해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며 사용하는 소비자의 과실 부분을 중심으로 밝히고 있다.

아울러 "더 이상의 소비자 혼란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데톨 3in1 키친 시스템 주방세제의 판매를 중단하고 매장에서 수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옥시 측의 이같은 해명 광고와 관련해 관련업계 한 전문가는 "소비자에게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사용시 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을 명확하게 알리지 않고서,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야 용법대로 사용하면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고 말했다.

더욱이 옥시 측은 해당 제품을 홍보ㆍ광고하면서 무엇보다 안전성을 크게 부각시켜 왔다. 데톨제품은 '건강한 손',  '대한의사협회 추천 제품',  '야채, 과일 세정 가능',  '피부과 테스트가 완료된 순한 성분' 등의 문구를 아직도 홈페이지 등에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안전성을 위한 용법에 대한 소비자 가이드라인은 찾기 어렵다.

앞서 한국소비자원(www.kca.go.kr)은 주방세제 '데톨 3 in 1 키친시스템' 3개 제품의 산성도(pH)를 측정한 결과 표준사용량의 pH가 평균 4.0으로 보건복지부고시 '위생용품의 규격 및 기준' 1종 세제기준(6.0~10.5)을 위반해 전량 회수를 권고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에 옥시는 2012년 말부터 현재까지 생산된 '데톨 3 in 1 키친시스템' 3개 제품을 회수키로 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제품의 교환 환불을 원하는 고객은 데톨 제품 홈페이지(www.dettolinfo.co.kr)를 방문하거나 고객센터(080-022-9547)로 문의하면 된다"고 밝혔다.

▲ 논란이 불거지자 홈페이지에서 사라진 데톨 자유게시판 ⓒ옥시레킷벤키저 홈페이지
하지만 홈페이지에는 일방적인 환불 문의 팝업만 있을 뿐, 기존 사이트에 소비자 불만 사항이나 환불을 요구하던 커뮤니티 내 자유게시판은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소비자의 불만 확산을 방지하려는 꼼수로 일방적인 창구만 만들어 놓은 셈이다.

또한 '데톨'이 의사협회 추천까지 받은 주방세제로 홍보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의사협회 추천 마크도 돈으로 거래된 것이었다.

의사협회와 옥시는 지난 2004년 작성한 협약서에는 의사협회는 제품 추천의 의미로 협회 마크 사용을 허락하고, 업체는 그 대가로 매출액의 5%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의사협회 추천 제품은 주방 세제 등 데톨 시리즈 3가지를 추천하면서 지난 9년 동안 모두 21억 7천만 원을 받았다.

한 해 평균 2억 4천만 원이 넘는 돈으로 전문가 집단의 권위를 이용해 허위 광고를 한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 한 관계자는 "의사협회에서 매출액 대비 일정금액을 받은 것은 이러한 비용 자체가 제품 가격에 영향, 곧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톡톡히 망신을 당한 의사협회는 제품에 대한 추천을 취소하고 협약도 해지 확정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업체로부터 받은 돈 전액을 소외계층 의료봉사 등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옥시는 "전문가 단체의 추천을 금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협회에 전달된 금액이 설립 목적에 따라 공중보건 개선과 위생의식 함양을 위한 공익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 협회와는 애써 조율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