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부담 이유, 요금은 싼데 단말기가 비싸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계통신비 부담 이유, 요금은 싼데 단말기가 비싸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 김다솜
  • 승인 2023.08.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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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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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통신비는 1인가구의 고정 지출 중에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가계통신비는 휴대폰 등의 통신서비스 요금뿐만 아니라 통신장비, 우편 등 관련 지출을 총칭하는 말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논의는 계속 돼 왔다. 일부에서는 ‘국내 통신요금은 저렴한데 이용자들이 고가의 단말을 선호해서’, 혹은 ‘이용량이 많아서’ 가계통신비 부담도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국내 가계통신비 부담이 큰 이유에 대해 요금 자체가 비싸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 수준과 통신시장 경쟁촉진 필요성’ 보고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계 통신비는 2020년 11만9775원에서 지난해 12만8167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액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계 소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과 경쟁 활성화를 통한 국민 편익 제고 등을 골자로 한 통신시장 경쟁촉진을 위한 정책을 내놨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이동통신 요금이 싸지 않다’는 점을 암묵적인 전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가의 단말기 선호 추세와 많은 이용량 때문에 가계통신비가 높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일부 타당하지만 전제가 되는 요금수준의 높고 낮음에 대한 입증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싸지 않은 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해외 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영국 조사기관 Teligen은 우리나라의 최소 요금이 경재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31위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순위가 높을수록 요금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핀란드의 Rewheel 조사에서는 OECD 36개 회원국 중 26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조사 결과가 일부분에 불과해 우리나라 요금 수준에 대한 절대적 척도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우리나라 이용자들이 직면하는 가계통신비 부담과 관련해 ‘요금은 싼데 고가의 단말을 선호해서 또는 이용량이 많아서’라는 일부 인식을 불식 시키기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고서는 국내 통신 3사간 경쟁이 과거보단 활성화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SKT 소매매출액 점유율은 2003년 62.8%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매년 소폭 하락을 지속해 2021년 44.2%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경쟁 상황 개선에도 불구하고 유무선·방송 결합서비스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바뀌면서 통신3사 중심의 경쟁 구도가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씻어내진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무선 결합의 경우 서비스별 약정 기간이 상이해 쉽게 이동이 어려운 데다 결합시 제공하는 할인혜택도 타사로의 이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통신서비스 소매매출액은 대부분 통신 3사의 몫이었다.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전용회선 등 전체 통신서비스 소매매출액 중 통신3사와 계열사를 제외한 기타사업자의 점유율은 2016년 4.5%에서 2021년 2.9%로 축소됐다. 

보고서는 “경쟁구조 고착화는 투자·요금·마케팅 경쟁을 약화시켜 국민 편익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특히 최근 경기둔화 국면에서 나타나는 가계통신비 지출 증가 경향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