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교재 독점과 폭리로 '공영성' 후퇴시킨 이유?
EBS, 수능교재 독점과 폭리로 '공영성' 후퇴시킨 이유?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8.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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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 신용섭)가 수능 교재 판매로 최근 3년 간 69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공영방송의 교재 장사 논란과 중소기업과의 상생 문제까지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EBS가 수능교재 독점판매를 통한 폭리를 취하기 위해 교재를 자체 제작하면서 교재 가격을 40%까지 낮출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의혹과 함께 기존 참고서 업계의 상생과도 조율을 등한시 했다는 의혹이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만들기' 측면에서 EBS 자체 제작 보다는 기존 참고서 업체들이 참여할 때 훨씬 많은 일자리와 양질의 수능교재가 나올 수 있다는 제안도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신용섭사장 ⓒEBS 홈페이지
2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의원(정의당)의 EBS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EBS 교재 판매수입으로 지난해만 1,12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EBS는 제작 출판사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830억 원의 수익을 냈고 순이익만 194억 원에 달했다. 2010년에는 244억 원, 2011년에는 251억 원의 순이익을 남겨 3년간 순이익은 690억 원이었다. 이는 매출대비 30%에 달하는 폭리에 해당한다.

그간 기존 참고서 업계에서는 EBS의 수능교재 시장을 '황금시장'이라고 말하며 EBS 수능교재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된 바 있었다.

최근 몇 년 간 수능과 EBS 교재 연계율이 높았던 탓에 고등학교 학생들은 EBS교재를 '수능 대비 필수 교재'로 여길 정도이다 보니 지난해 수능 교재를 포함한 EBS 교재는 1,676만 권이 판매됐다.

정 의원은 "만일 EBS가 교재비 순이익을 다시 교재 제작비에 재투자한다면 EBS 고교 교재의 가격은 40% 정도 인하가 가능하다"며 "작년 평균 교재 1권의 가격이 7,034원에서 4,256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이 훨씬 낮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EBS는 교재 판매 관련 수익을 방송사업 손실을 메운다는 지적 또한 제기돼 여기서도 떳떳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영기관임에도 '일자리 만들기' 정부시책 역행…?

또 하나의 문제는 EBS가 수능교재 장사로 엄청난 매출액을 올리는 사이 기존 참고서 업계는 사실상 도산한 업체가 속출하면서 EBS가 참고서 업계에서 '공공의 적'으로 통하기도 한다는 것.

특히, EBS가 기존 참고서 업체들을 상대로 입찰 방식을 취하지 않고 스스로 교재를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교재의 질이 더 떨어질 수 있는 우려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참고서 업계 한 관계자는 "참고서 업체들이 수능 교재들을 EBS에 제출하면 공정한 외부 심사단이 이 교재들을 평가해 가장 좋은 것을 선정하는 방식이 상식적"이라면서 "이런 방식을 놔두고 EBS가 자체 제작하는 건 수능교재 시장이 황금시장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EBS 관계자는 "EBS가 직접 수능교재를 제작하면 값싸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독점과 폭리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EBS 관계자는 "교재 판매 수익은 교재를 포함한 학습 콘텐츠 개발과 기반시설, 방송제작 등 전반적인 재투자에 사용되고 있다"며 "수능교재 콘텐츠에 대한 질적인 문제는 수능문제 70%를 연계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진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참고서 업계가 말하는 양질의 교재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참고서 업계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뿐 상대적으로 잘 만든다, 못 만든다의 비교도 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만들기' 측면에서 EBS가 차후 교재개발에 대한 독점을 풀 수 있는냐는 질문에는 "말할 위치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EBS는 방송사업에서 2010년 38억 원, 2011년 39억 원, 2012년에는 -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3년 간 겨우 6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교재판매 690억 원에 10%에도 못 미쳐 교재판매 수익으로 방송사업 손실을 메운다는 의혹이 제기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