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아지는 해외 금연정책..우리나라는? 
강도 높아지는 해외 금연정책..우리나라는? 
  • 김다솜
  • 승인 2023.10.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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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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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이어 영국이 ‘금연 국가’를 선언했다. 담배 구입 가능 연령을 매년 높여 2009년 이후 출생자는 성인이 돼도 담배를 살 수 없게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현재 영국 전역에서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담배나 담배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외신에 따르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맨체스터에서 개최된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 연설에서 만 14세(2009년생) 이하 청소년은 평생 담배를 구매할 수 없게 하는 금연 계획 추진을 선언했다. 

수낵 총리는 “아이들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하려면 애초에 청소년이 흡연을 시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2009년 1월 이후 출생한 14세 이하 청소년은 성인이 돼도 법적으로 담배를 구매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담배 구매 가능 연령을 현행 18세에서 해마다 1세씩 올려 젊은이의 흡연이 단계적으로 사라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법은 의회 통과 직후 실행된다. 

영국 흡연 인구는 약 64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3%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07년 담배의 법적 판매 연령을 16세에서 18세로 높였으며 이같은 개정을 통해 16~17세 청소년의 흡연 유병률을 3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인 암 발생의 주원인 중 하나로 흡연이 꼽히고 있으며, 흡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연간 170억파운드(약 27조9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영국 정부는 청소년기 담배 습관과 중독 방지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수낵 총리는 “사람들은 어릴 때 담배를 배운다. 흡연자 5명 중 4명은 20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한다”며 “이들 중 대다수가 나중에 금연을 시도한다. 만약 우리가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면 예방할 수 있는 사망과 질병의 가장 큰 원인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의 발표에 담배업계는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한 흡연자 단체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사람은 불법 경로를 이용해 담배를 구매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금연 정책이 담배 판로를 음지화 시킨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뉴질랜드 의회는 2009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이들이 평생 담배를 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담배 제품의 니코틴 허용치를 낮추고 담배 판매 허가를 받은 상점 수도 기존 8000개에서 500개 이하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당시 뉴질랜드 당국은 전자담배를 판매 금지 목록에서 제외하는 등 느슨한 규제를 펼쳤으나 청소년을 중심으로 젊은층의 전자담배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지난 8월부터 배터리를 바꿀 수 없는 일회용 저가 전자담배 판매도 금지하기로 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에 따른 전 세계 사망자가 2030년 800만명에 이르고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 1조달러(약 13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각국 정부가 걷는 담배 관련 세금은 2690억달러(약 363조1500억원)에 불과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했다.